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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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차들이 갈수록 못생겨지는 이유 (우연이 아님)

spark_icon7분 지식
  • 페라리부터 벤츠, BMW 신차까지 이어지는 디자인 논란은 개별 브랜드의 실수가 아니라 산업 전반의 구조적 변화에서 비롯되었습니다.
  • 보행자 안전 규제와 극단적인 공기저항 최소화 탓에 차체 비율이 비누 형태로 획일화되자, 브랜드들은 남은 전면부 그릴과 조명에 과도한 로고와 중국 시장 선호 요소를 쏟아붓고 있습니다.
  • 디자인 수장을 교체하고 레거시 회귀를 시도하더라도, 규제와 물리 법칙이라는 근본적인 족쇄가 풀리지 않는 한 과거의 날렵한 비율로 되돌아가기는 어렵습니다.

페라리의 순수 전기차 콘셉트 공개 직후 주가가 출렁이고, 벤츠는 삼각별을 온몸에 도배하며, BMW는 거대한 콧구멍 그릴로 대중의 피로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과거 미술관에 전시해도 손색없던 독일과 이탈리아 명차 브랜드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디자인 혹평을 받는 현상은 단순한 우연이 아닙니다. 디자이너들의 감각이 하루아침에 퇴보한 것이 아니라, 산업 규제·물리 법칙·거대 자본이 디자이너의 손발을 묶어버린 차가운 결과입니다.

무엇이 글로벌 명차 디자인을 망치고 있는가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는 페라리, 메르세데스-벤츠, BMW 같은 최정상급 제조사들이 내놓는 신차마다 거센 비판에 직면하는 기현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과거 E46 3시리즈나 W221 S클래스가 보여주던 단정하고 우아한 실루엣 대신, 앞코는 펑퍼짐해지고 전면부는 과도하게 부풀려진 기괴한 형태가 주류로 자리 잡았습니다.

전시장에 놓인 은색의 낮고 날렵한 클래식 스포츠카와 배경 벽면에 걸린 자동차의 측면 실물 사진 및 드로잉 디자인 도면.

과거의 스포츠카들은 낮은 차체와 날카로운 전면부로 공기역학적인 우아함을 뽐냈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단일 브랜드의 일탈에 그치지 않고 산업 전반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은, 개별 디자이너의 실수가 아니라 업계 전체를 지배하는 강력한 외부 요인이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아름다운 비율을 파괴한 근본 메커니즘

명차의 실루엣이 변할 수밖에 없었던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보행자 안전 규제전기차의 공기역학적 한계입니다.

과거 스포츠카 특유의 낮고 뾰족한 앞코는 현대 안전 법규상 허가 자체가 나오지 않습니다. 충돌 시 충격을 넓게 분산하기 위해 앞 범퍼 끝을 둥글게 깎아야 하며, 보행자 머리가 보닛 위로 떨어졌을 때 밑에 있는 단단한 엔진 블록에 직접 부딪히지 않도록 보닛과 엔진 사이에 빈 완충 공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결국 앞끝은 둥글리고 보닛 높이는 들어 올려야 하니, 과거의 칼날 같은 날렵함은 법적으로 멸종된 셈입니다.

회의실에서 한 남성이 자동차 디자인 스케치가 그려진 대형 스크린을 가리키며 발표하고 있고, 주변에 앉은 사람들이 이를 경청하고 있다.

공기 저항을 고려한 효율적인 설계를 강조하면서도, 브랜드 정체성을 드러내야 하는 디자이너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전기차 전환이 획일화를 가속했습니다. 엔진이 사라져 길고 우아한 보닛을 유지할 구조적 이유가 없어진 데다, 1회 충전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공기저항 계수를 극단적으로 낮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과거 0.45Cd 수준이던 공기저항 수치는 현대 전기차에서 0.20~0.25Cd 수준까지 낮아졌습니다. 물리 법칙상 공기를 가장 매끄럽게 가르는 형상은 결국 매끈한 강낭콩이나 둥근 비누 덩어리로 수렴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면부 그릴 전쟁과 중국 자본의 결합

차체의 실루엣과 옆선이 규제와 공기역학 탓에 똑같은 비누 모양으로 묶이자, 디자이너들이 브랜드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은 오직 전면부 그릴과 조명만 남게 되었습니다.

차체 형태로 차별화가 불가능해진 제조사들은 전면부에서 비명을 지르듯 로고를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벤츠는 그릴부터 휠, 램프까지 삼각별을 빼곡히 박아 넣었고, BMW는 키드니 그릴을 전면부 전체로 확장했습니다. 여기에 자율주행을 위한 레이더와 카메라 등 수많은 센서를 매립할 물리적 공간이 필요해지면서 그릴의 거대화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되었습니다.

선글라스를 쓰고 머리에 두건을 두른 남성의 3D 캐릭터가 검은 배경 중앙에 떠 있고, 그 아래에 한국어 자막이 표시된 영상의 한 장면입니다.

자동차 디자인의 변화에는 규제나 시장 환경뿐만 아니라 우리가 늘 사용하는 스마트폰 환경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러한 과시적 디자인을 부채질한 것은 거대한 중국 시장의 소비력입니다. 2023년 기준 BMW 그룹 전체 판매의 약 32%에 달하는 82만 6,000대가 중국에서 팔려나갔습니다. 이는 한국 전체 수입차 시장 규모(약 27만 대)의 세 배를 웃도는 압도적인 수치입니다. 본사의 디자인 절제론보다 거대한 그릴과 빛나는 조명을 선호하는 거대 구매층의 취향이 경영진의 최종 의사결정을 지배한 것입니다.

미디어 환경 변화와 디자이너의 권력 상실

자동차 소비 환경이 스마트폰 중심으로 재편된 점도 디자인 단순화에 한몫했습니다. 과거처럼 전시장에서 차체의 미묘한 곡면과 음영을 감상하며 구매하는 시대가 지나고,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쇼츠 등 3초짜리 모바일 화면에서 단번에 브랜드를 각인시켜야 하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면의 굴곡 대신 현대차 아이오닉 5의 픽셀 라이트처럼 멀리서도 즉각 인식되는 강렬한 LED 그래픽이 주된 무기가 된 배경입니다.

결국 과거 독창적인 조형미를 빚어내던 스타 디자이너의 권력은 사라졌습니다. 공기역학 엔지니어, 법규 인증 담당자, 원가 분석팀, 그리고 수백 명의 소비자 패널 설문조사가 복합적으로 개입하면서 누구에게도 모나지 않을 무난하고 타협된 결과물만 양산되는 구조로 재편되었습니다.

리더십 교체와 레거시의 미래

대중의 피로감이 극에 달하자 제조사들은 부랴부랴 디자인 수장을 교체하고 전통으로의 회귀를 외치고 있습니다. 벤츠는 삼각별 도배를 주도했던 디자인 총괄을 교체하며 과거의 정제된 얼굴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고, BMW는 약 15조 원 이상의 개발비를 투입한 ‘노이어 클라세(Neue Klasse)’ 라인업을 통해 거대 그릴 시대의 종식을 예고했습니다.

하지만 수장을 바꾸고 장식을 덜어낸다고 해서 1990~2000년대 명차들의 황금비율이 쉽게 복원되기는 어렵습니다. 보행자 안전 규제, 전기차 배터리 패키징, 공기저항 최소화라는 물리적 족쇄는 여전히 견고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의 명차 디자인은 과거의 유산을 억지로 흉내 내는 가짜 비율을 넘어, 규제의 틀 안에서 새로운 심미적 정답을 찾아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FAQ

요즘 신차들의 보닛이 유독 높고 뭉툭해진 이유는 무엇인가요?

보행자 충돌 사고 시 보행자의 머리가 보닛 철판 아래 위치한 단단한 엔진 블록에 직접 부딪히지 않도록, 충격을 흡수할 완충 공간을 법적으로 의무화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보행자의 하체 충격을 줄이기 위해 앞 범퍼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해야 하는 안전 규제도 함께 적용됩니다.

전기차 디자인이 브랜드에 상관없이 모두 둥글둥글한 비누 모양으로 닮아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전기차는 1회 충전 주행거리가 핵심 경쟁력이므로 공기저항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물리 법칙상 공기 흐름을 가장 원활하게 만드는 최적의 형상이 둥근 유선형으로 정해져 있어, 풍동 실험을 거치면 모든 브랜드의 차체가 유사한 형태로 수렴하게 됩니다.

BMW와 벤츠는 왜 그릴을 키우고 로고를 과도하게 박아 넣었나요?

법적 규제와 공기역학 탓에 차체의 전체 비율과 측면 실루엣만으로는 브랜드를 구별하기 어려워지자, 남은 영역인 전면부 그릴과 엠블럼을 극단적으로 키워 존재감을 드러내려 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자율주행용 레이더와 센서를 매립할 공간 확보 필요성과 대형 그릴을 선호하는 중국 시장의 높은 매출 비중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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