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igure AI는 산업 현장과 거대 AI 인프라의 수직계열화로, 1X Technologies는 저중량·고자유도 설계를 통한 가정용 로봇 선점으로 맞붙고 있습니다.
- 휴머노이드 경쟁의 핵심은 현장의 시행착오를 학습으로 전환하는 '데이터 플라이휠'과 수율·원가를 뒷받침하는 하드웨어 제조 역량입니다.
- 한국은 완성형 AI 모델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제조 현장 전체를 실증 테스트베드로 전환하고 부품 생태계 경쟁력을 선점해야 합니다.

중국의 가성비 휴머노이드 공세 속에서, 미국과 서구권 기술 진영은 전혀 다른 전략으로 피지컬 AI(Physical AI) 시대를 열어가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장악해 거대한 AI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피겨 AI(Figure AI)와, 인간과 가장 밀접한 가정 환경을 선점하려는 원엑스 테크놀로지스(1X Technologies)의 맞대결입니다. 두 기업의 행보는 휴머노이드가 단순한 연구용 시제품을 넘어 상용 생태계로 본격 진입했음을 보여줍니다.
1.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공장과 가정으로 갈라진 상용화 전선
최근 휴머노이드 시장은 하드웨어 데모 공개 수준을 지나 실제 현장 투입과 사전 판매라는 구체적인 상용화 단계로 들어섰습니다.

상황을 스스로 인지하고 언어로 명령받은 내용을 행동으로 옮기는 VLA 모델이 로봇의 상용화를 앞당기고 있습니다.
브렛 애드콕(Brett Adcock)이 창업한 피겨 AI는 BMW 스파르탄버그 공장에 휴머노이드 '피겨 02(Figure 02)'를 투입해 11개월간 3만 대 이상의 차량 생산과 9만 개 이상의 부품 조립(누적 1,250시간)을 완수했습니다. 나아가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 '헬릭스(Helix)'를 선보이고 엔비디아 베라 루빈 기반 칩 10만 개를 활용한 훈련 인프라 계획과 시간당 1대를 생산하는 자체 양산 공장까지 구축했습니다.
반면 노르웨이에서 출발한 1X 테크놀로지스는 가정용 휴머노이드 '네오 감마(NEO Gamma)'를 앞세워 가정 환경으로 직행했습니다. 인간 손의 자유도(27~28 DOF)에 근접한 25 자유도의 정교한 로봇 손과 저소음·소프트 스킨 설계를 갖춘 네오는 2만 달러 일시불 또는 월 499달러 구독 모델로 실제 예약판매를 시작했습니다.
2. 왜 지금 이 격돌이 중요한가: '데이터 플라이휠'의 선점 경쟁
휴머노이드 로봇 경쟁의 본질은 단순히 더 뛰어난 모터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누가 더 빠르게 현실 데이터를 수집해 '데이터 플라이휠'을 돌리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사람들이 일상에서 수행하는 청소와 정리 같은 행동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해 로봇의 학습 재료로 활용합니다.
과거 혼다의 아시모나 소니의 아이보가 천문학적인 연구비에도 불구하고 상용화에 실패한 이유는 데이터를 학습하고 진화시킬 AI 두뇌와 실전 데이터 순환 구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피지컬 AI는 현장에 투입된 로봇이 실패를 겪고, 그 실패 데이터를 기반으로 모델을 재학습시켜 성능을 끌어올리는 방식을 취합니다.
피겨 AI는 전 세계 일상 데이터를 스마트폰 앱과 헤드마운트 카메라로 수집하는 '인덱스 프로그램'을 가동해 100개국 이상에서 1,600만 건 이상의 데이터를 확보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환경에서도 60%에 가까운 제로샷 성공률을 기록했습니다. 1X 테크놀로지스는 로봇을 실제 가정에 판매한 뒤, 자율 동작이 막힐 때 원격 전문가가 개입하는 ‘전문가 모드(Expert Mode)’를 통해 가장 복잡한 가정 내 코너케이스 데이터를 직접 축적하고 있습니다.
3. 무엇이 이 변화를 이끄는가: 완전히 상반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아키텍처
두 기업의 기술 철학은 하드웨어 설계와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전반에서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기존의 딱딱하고 차가운 로봇의 틀을 깨고 일상 속에서 사람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기계의 미래를 먼저 고민했던 1X 테크놀로지스의 시작입니다.
1X Technologies: 안전과 순응성을 극대화한 '가정 중심 설계'
1X는 창업자 베렌트 베르니케(Bernt Øivind Børnich)의 철학에 따라 30kg대 경량 하드웨어를 고수합니다. 성인이나 아이가 부딪히거나 로봇이 넘어져도 다치지 않는 물리적 안전 한계를 30kg대로 정의했기 때문입니다. 높은 기어비의 감속기 대신 낮은 감속비와 고토크 모터, 케이블 기반 텐던(Tendon) 구동 방식을 채택해 외력이 가해지면 로봇이 자연스럽게 밀려나는 '백드라이버빌리티(역구동성)'를 확보했습니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자체 비전-언어 트랜스포머 모델인 '레드우드(Redwood)'와 물리 법칙을 이해하는 '월드 모델'을 결합했습니다.
Figure AI: 압도적 연산력과 수직계열화의 '산업 중심 설계'
피겨 AI는 초기 오픈AI와의 협력을 거친 뒤, 테슬라와 유사한 수직계열화 모델로 전환했습니다. 로봇 전용 비전-언어-행동(VLA) 파운데이션 모델인 헬릭스 AI를 독자 개발하고, 실리콘밸리 산호세에 대규모 생산 거점인 '봇큐(BotQ)'를 구축했습니다. 강력한 토크와 고정밀 제어를 바탕으로 산업 현장의 가혹한 하중과 반복 작업을 오차 없이 수행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4. 프라이버시 한계와 실생활 도입의 현실적 걸림돌
가정용 휴머노이드의 확산에는 여전히 중대한 기술적·사회적 병목이 존재합니다.

가정 내 휴머노이드 보급이 현실화된다면 속도와 관계없이 집안일을 대신해 줄 로봇에 대한 수요는 분명히 존재할 것입니다.
1X 네오가 채택한 원격 개입 방식은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거센 논란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집 안 내부의 실시간 영상 데이터가 원격 조종자에게 전송되는 구조는 보안 대책을 마련하더라도 소비자 저항을 부를 수밖에 없습니다.
가사 작업의 처리 속도 역시 한계로 지적됩니다. 식기세척기 시작 준비에 5분 이상이 걸리는 등 현재 동작 속도는 인간에 비해 여전히 느립니다. 다만 사용자가 부재중인 낮 시간에 청소나 빨래를 끝마쳐 둔다면 동작 속도 자체가 치명적인 결함은 아닐 수 있으며, 느린 속도보다는 안전성과 자율 완수율이 시장 안착의 실질적 기준선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5. 한국 제조업에 던지는 시사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휴머노이드의 두뇌 경쟁이 가속화될수록 역설적으로 하드웨어 수율, 원가 절감, 대량 양산 역량이 산업의 최종 병목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제조와 생산 역량은 휴머노이드 시대를 앞당길 핵심 생태계이자 우리 기업이 주목해야 할 미래의 경쟁력입니다.
소프트웨어 모델이 아무리 뛰어나도 고장 없이 장시간 동작하는 액추에이터, 고자유도 핸드 부품, 배터리 패키징, 정밀 기구 설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로봇은 보급될 수 없습니다. 한국은 거대 파운데이션 모델 자체의 경쟁에서는 미국에 뒤처질 수 있지만, 핵심 구동계 부품과 제조 생태계, 하드웨어 패키징 역량에서는 글로벌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정부 주도의 획일적인 실증 단지 조성을 넘어, 대한민국 제조 현장 전체를 거대한 피지컬 AI 훈련 플랫폼으로 개방하는 과감한 규제 완화입니다. 부품 생태계의 기회를 선점하고 로봇이 수천 시간 동안 현장에서 실패하며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허용해야만 차세대 로보틱스 공급망의 핵심 축을 차지할 수 있습니다.
FAQ
1X 테크놀로지스의 로봇 네오(NEO)는 왜 무게가 30kg대에 불과한가요?
가정 안에서 로봇이 쓰러지거나 사람과 부딪혔을 때 어린이나 거주자가 다치지 않는 안전 마진을 30kg대로 산정했기 때문입니다. 가벼운 무게임에도 고토크 모터를 활용해 약 25kg 수준의 물품을 운반할 수 있습니다.
Figure AI의 '인덱스 프로그램'은 무엇인가요?
전 세계 참여자들의 스마트폰 앱과 헤드마운트 카메라를 통해 일상 가사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는 프로그램입니다. 100개국 이상에서 모은 1,600만 건 이상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낯선 환경에서도 로봇이 스스로 동작 계획을 세우는 VLA 모델을 학습시킵니다.
휴머노이드 핸드의 자유도(DOF)가 왜 중요한가요?
인간 손의 자유도는 약 27~28 DOF 수준입니다. 기존 로봇 손은 20~22 DOF 수준에 머물렀지만, 1X 네오는 25 DOF를 구현해 세밀한 가사 작업과 정교한 물체 파지, 인간과의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