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이 지지자 위키를 공유하며 사용한 '좌아하게' 같은 진영 은어와 연이은 SNS 게시물 논란은 최고지도자의 직접 소통 방식에 무거운 질문을 던집니다.
- 언론 왜곡을 피해 국민과 직통하겠다는 의도와 달리, 소수의 극단적 여론이 지배하는 플랫폼 알고리즘은 지도자의 시야를 좁히는 에코챔버로 작동하기 쉽습니다.
- 이미 국정 주류에 오른 권력자가 비주류 시절의 생존 문법을 고수하면 국민통합 대신 진영 고립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대통령이 공식 SNS에서 특정 진영의 인터넷 은어를 쓰고 지지자들과 거침없이 교류하는 행보는 과연 건강한 소통일까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지지자들의 성과 기록 위키를 공유하며 쓴 ‘좌아하게’라는 표현은 단순한 말실수 이상의 구조적 질문을 던집니다. 과거 비주류 정치인 시절 언론의 벽을 뚫고 대선주자까지 오르게 만든 일등 공신이었던 SNS가, 국가 전체를 아울러야 하는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소통 무기인지 따져볼 시점입니다.
1. 지금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최근 대통령의 X(구 트위터) 계정을 둘러싸고 연일 잡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정부 성과를 모은 지지자 위키 링크를 공유하며 "많이들 함께 해 주세요. 좌아하게 말입니다"라는 문구를 남겼습니다. '우아하게'의 '우'를 우파로 치환해 '좌'로 바꾼 진영 극단층의 은어를 국가 원수가 여과 없이 가져다 쓴 셈입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여권 인사를 비하하는 멸칭이 포함된 지지자의 글을 리트윗했다가 삭제하기도 했고, 보이스피싱 대응 성과를 알리는 과정에서 '대외비' 표기가 선명한 문건 사진을 그대로 게시해 논란을 빚었습니다. 캄보디아 경고성 글이나 이스라엘 병사 관련 글 공유로 외교적 긴장을 유발했던 전례까지 겹치면서, 여당 내부에서조차 "대통령의 절제된 언어가 필요하다"는 우려가 공식적으로 터져 나오는 상황입니다.
2. 왜 이 문제가 지금 중요한가
지방자치단체장이나 비주류 후보 시절의 SNS와 국가 원수의 SNS가 지닌 무게감은 완전히 다릅니다. 성남시장 시절 트위터는 행정 처리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유능한 민원 창구였고, 대선 경선과 야당 시절에는 기득권 언론의 프레임을 돌파하는 절대적인 생존 수단이었습니다.

직접 소통을 강조하며 언급된 루즈벨트 대통령의 노변담화는 과연 오늘날의 SNS 정치와 같은 맥락일까요.
하지만 대통령의 발언 한마디는 국내 미디어는 물론 해외 정부와 글로벌 금융 시장까지 실시간으로 주시하는 국가적 신호가 됩니다. 필터 없이 쏟아내는 날것의 게시물이 외교적 마찰이나 안보 혼선을 빚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가 전체로 돌아옵니다. 진영 결집을 넘어 대국민 통합을 이끌어야 할 대통령이 편향된 온라인 은어와 정제되지 않은 문건을 직접 유통하는 것은 국정 신뢰도에 치명적인 노이즈를 만듭니다.
3. 현상을 이끄는 근본적인 동력: 직통 소통의 욕망과 알고리즘
정치인들이 레거시 미디어를 건너뛰고 대중과 직접 만나고 싶어 하는 것은 오랜 역사적 본능입니다. 과거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라디오를 통한 '노변정담'으로 대중을 설득했고, 도널드 트럼프가 팟캐스트와 트루스 소셜을 통해 언론의 왜곡을 피해 지지층을 결집했던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언론 왜곡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준 생존의 통로라는 확신을 여전히 강하게 품고 있습니다.

소수의 적극적인 이용자가 플랫폼의 담론을 주도하는 구조는 특정 진영의 의견에 갇힐 위험성을 시사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하기 쉬운 치명적인 맹점이 있습니다. 미국 퓨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 조사에 따르면 미국 트위터 이용자의 단 6%가 전체 정치 관련 트윗의 73%를 생산합니다. 대통령이 SNS 화면을 통해 마주하는 세상은 침묵하는 다수의 일반 국민이 아니라, 하루 종일 정치적 확증편향을 쏟아내는 소수의 과몰입 계층일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4. 실질적으로 무엇이 바뀌고 누구에게 영향을 미치는가
대통령이 우호적인 SNS 여론에 지속해서 노출되면 심각한 인지적 필터버블에 갇히게 됩니다. 올해 네이처(Nature)에 게재된 알고리즘 연구에 따르면, 추천 시스템을 켠 이용자들은 한쪽 진영글을 더 보게 되고, 추천을 끄더라도 이미 굳어진 팔로우 관계와 정보 환경 탓에 원래의 균형 잡힌 상태로 돌아오지 못합니다.

필터 버블에 갇힌 알고리즘은 한번 왜곡된 정치적 인식을 쉽게 되돌리지 못하게 만듭니다.
성남시장 시절부터 오랜 세월 누적된 팔로우와 인터랙션은 대통령에게 "나를 열렬히 지지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으니, 나를 비판하는 쪽은 언론에 의해 왜곡된 것뿐"이라는 굴절된 확신을 심어줄 위험이 큽니다. 권력자가 비판과 반대 여론의 맥락을 놓친 채 아전인수격 반응에만 갇힐 때, 결국 실질적인 피해는 합리적인 공론장을 잃어버리는 국민 전체에게 돌아갑니다.
5. 앞으로 무엇을 지켜보아야 하는가
이재명 대통령은 이미 국정의 중심이자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엄연한 주류 권력(레거시)입니다. 자신이 사방에서 공격받는 피해자라는 방어 기제에 기대어 날것의 직통 소통만을 고집하기에는 그 자리가 지닌 책임이 너무나 무겁습니다.
참모진의 내부 검증과 최소한의 정제 과정 없이 쏟아지는 SNS 정치가 앞으로 국정 동력을 갉아먹는 독이 될지, 아니면 지도자 스스로 에코챔버의 한계를 깨닫고 공적 언어의 품격을 회복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사유하는 사람들을 위한 고요한 식당이었습니다. 그러면 바이.
FAQ
대통령이 직접 국민과 소통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되나요?
직접 소통 자체는 유익할 수 있으나, 국가 원수의 발언은 외교와 시장에 즉각 영향을 미치므로 최소한의 사실 확인과 정제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여과 없는 노출은 불필요한 국가적 리스크를 키웁니다.
SNS 여론을 일반 국민의 민심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요?
통계적으로 X(트위터) 등 정치 관련 게시물의 절대다수는 극소수의 정치 고관여층이 생산하며, 플랫폼 알고리즘은 자신이 보고 싶어 하는 우호적 반응만 지속해서 강화해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과거 성남시장 시절의 SNS 활용과 지금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기초지자체장 시절에는 도로 파손 등 생활 민원을 신속히 처리하는 유용한 행정 도구였으나, 대통령의 SNS는 국가 정책, 외교, 안보와 직결되므로 동일한 방식으로 운영할 경우 치명적인 혼선을 부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