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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구멍가게 하나 없는 섬, 달랑 흰밥만 들고 바다로 나가도 세상 맛있는 밥상 완성

spark_icon5분 지식
  • 완도의 작은 외딴섬 죽굴도에는 주민들이 모두 떠나고 오직 김녹산·소복단 씨 부부 단 한 가구만이 남아 살아가고 있습니다.
  • 구멍가게 하나 없는 척박한 환경이지만 바다가 내어주는 신선한 해산물과 정성으로 도시보다 풍요로운 밥상을 차려냅니다.
  • 빠른 속도 대신 올바른 방향을 택해 여유와 감사를 누리는 두 사람의 삶은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전라남도 완도군에 위치한 작은 섬 죽굴도에는 정기적으로 드나드는 여객선도, 작은 구멍가게 하나도 없습니다. 과거 50여 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모여 자연산 해초를 채취하며 번성했던 이곳은 거센 파도와 고단한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이들이 하나둘 떠나며 적막해졌습니다. 지금은 김녹산, 소복단 씨 부부 단 한 가구만이 섬을 지키고 있답니다.

단 한 가구만 남은 외딴섬 죽굴도의 오늘

대나무와 동굴이 많아 이름 붙여진 죽굴도는 남북으로 길게 뻗은 청정 해역의 숨은 보물섬입니다. 주민들이 떠나간 자리에는 거센 바닷바람을 견디기 위해 낮게 지은 지붕과 단단한 돌담만이 남아 있습니다. 부부는 파도에 밀려온 유리병 수천 개와 깨진 항아리, 해양 껍질을 주워 마당과 입구를 정성껏 꾸미며 자신들만의 따뜻한 보금자리를 일구었습니다.

한 남성이 파도에 밀려온 녹색 유리병들을 쌓아 만든 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으며, 병 밑면에는 흰색 숫자가 적혀 있다.

부부가 파도에 밀려온 수천 개의 유리병을 하나씩 모아 정성스럽게 꾸며낸 자신들만의 따뜻한 보금자리입니다.

도시에서 치열한 세월을 보낸 후 고향 섬으로 다시 돌아온 지 어느덧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불편함을 무릅쓰고 고립된 섬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남은 황혼의 생을 남들의 시선이나 속도에 쫓기지 않고 자연의 호흡에 맞춰 천천히 누리기 위해서입니다.

편의시설 없는 고립된 섬이 주는 남다른 가치

상점도 병원도 없는 외딴섬 생활이 겉보기에는 한없이 불편해 보이지만, 부부에게 바다는 결코 인색하지 않은 거대한 곳간입니다. 부지런히 손을 놀리기만 하면 물고기와 해초, 돌문어가 지천으로 널려 있어 매 끼니 신선한 진수성찬을 마주합니다.

구명조끼를 입은 노부부가 작은 배 위에서 마주 앉아 회와 밥을 나누어 먹고 있는 모습이다.

직접 잡은 싱싱한 해산물에 정성을 담은 밥 한 끼가 더해지니 바다 위에서의 식사도 무엇보다 귀한 대접이 됩니다.

달랑 식은 흰밥과 초고추장만 챙겨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도 즉석에서 낚아 올린 횟감으로 근사한 회덮밥이 완성됩니다. 직접 던져둔 통발에서는 큼직한 자연산 돌문어가 쉼 없이 올라오죠. 도시의 편리함을 덜어낸 자리에 자연이 베푸는 넉넉함과 노동의 순수한 결실이 가득 채워지는 셈입니다.

고단했던 삶을 지나 다시 바다로 향한 까닭

젊은 시절 두 사람의 삶은 결코 순탄치 않았습니다. 자식들을 키우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남편은 바다에서 멸치를 잡고, 아내는 낯선 도시로 나가 장사를 하며 오랜 시간 떨어져 지내야 했습니다. 험난한 파도와 싸우며 고생했던 지난날의 상처와 피로가 두 사람의 마음에 깊게 새겨져 있었습니다.

투명 위생 장갑을 낀 손으로 김 위에 밥과 재료를 올리고 김밥을 마는 근접 촬영 화면

남편을 위해 정성껏 싸는 도시락에는 섬에서 보낸 부부의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섬 생활이 마냥 평화롭기만 했던 것은 아닙니다. 몇 해 전 아내가 갑작스러운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때, 뱃길을 달려 육지 병원으로 향하며 외딴섬의 열악함을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폭풍우가 지나가면 바다가 잔잔해지듯 위기를 함께 넘긴 부부는 서로의 곁을 더욱 든든하게 지켜주는 단짝이자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욕심을 덜어내고 나누는 자급자족의 일상

바다에서 거둔 풍성한 수확물은 결코 부부만의 몫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통발 가득 걸려 올라온 돌문어를 정성스레 손질해 육지에 있는 가족과 형제, 이웃들에게 아낌없이 나누어 줍니다. 수고로움을 알아주지 않아도 그저 나누는 기쁨 하나만으로 땀방울의 가치를 찾는답니다.

주황색 구명조끼와 베레모를 쓴 여성이 바위가 있는 해안가에서 음식을 먹으며 웃고 있는 모습

어디에 있든 둘이 함께라면 그곳이 곧 가장 행복한 식탁이 됩니다.

날씨가 화창한 날이면 아내는 갯가에서 채취한 톳과 문어를 듬뿍 넣어 세상에 단 하나뿐인 특별한 김밥을 쌉니다. 젊은 시절 신접살림을 차렸을 때 함께 거닐었던 섬 동굴로 소풍을 떠나 서로에게 밥을 건네는 두 사람의 모습은 소박하지만 더없이 단단한 행복을 보여줍니다.

속도보다 올바른 방향을 묻는 황혼의 여정

죽굴도 부부의 일상은 끝없이 더 빠르고 편리한 것만을 좇는 현대인들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동쪽으로 가면 5년 걸릴 길을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10년이 걸리듯,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올바른 방향이라는 깨달음입니다.

비록 문명의 혜택은 멀리 있지만,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며 서로를 의지하는 두 사람의 삶은 그 자체로 완성된 보물섬과 같습니다. 진정한 행복이란 어디에 사느냐가 아니라,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과 어떤 마음으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느냐에 달려 있음을 죽굴도의 잔잔한 파도가 일깨워줍니다.


FAQ

죽굴도는 현재 몇 가구가 거주하고 있나요?

과거에는 50여 명, 10여 호가 넘는 주민이 살았으나 현재는 김녹산·소복단 씨 부부 단 한 가구만 거주하고 있습니다.

섬 내에 상점이나 식당 같은 편의시설이 있나요?

작은 구멍가게조차 없으며, 부부는 바다에서 낚시와 통발, 해초 채취를 통해 식재료를 자급자족하고 있습니다.

죽굴도라는 이름은 어떤 유래를 가지고 있나요?

원래 왕대나무(왕죽) 자생지여서 죽도라 불리다가, 섬 내에 동굴이 많아 죽굴도(竹窟島)로 개칭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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