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31

순위를 강요하는 사회

spark_icon3분 지식
  • 정량화하기 어려운 영역까지 손쉽게 줄을 세우는 사회적 풍조가 만연해 있습니다.
  • 세계 예술대학 순위처럼 주관적 감각과 지역적 개성이 중요한 분야마저 단일한 지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 모든 것을 동일 선상에 올려놓으려는 강박을 넘어 고유한 가치를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본질적으로 우열을 가리거나 순위를 매기기 어려운 대상이 수없이 많습니다. 저마다 놓인 토양이 다르고 품고 있는 결이 다른데도, 사회는 끊임없이 모든 것을 하나의 잣대로 환원해 줄을 세우려 합니다. 각자의 맥락과 개성을 온전히 보존하기보다는, 숫자로 요약해 직관적으로 비교하는 방식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우연히 접한 세계 예술대학 순위 지표는 이러한 정량화 강박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물론 대학이라는 기관을 평가하기 위해 발표되는 논문 수나 객관화된 학술 지표를 활용하는 행정적 필요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평가 체계를 만들고 데이터를 집계하는 작업 자체는 기술적으로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마이크 앞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남성의 모습과 상단에 '순위를 강요하는 사회'라는 자막이 표시된 화면

각기 다른 개성과 맥락을 가진 대상조차 하나의 잣대로 줄 세우려는 우리 사회의 정량화 강박을 돌아봅니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예술대학에 등수를 매기는 행위 자체가 대단히 예술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예술이란 본래 인간의 가장 내밀하고 주관적인 감각을 표현하는 영역입니다. 그곳에는 만인이 동의할 수 있는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평가 기준이 존재하지 않으며, 존재해서도 안 되는 것이 예술의 본령에 가깝습니다.

프랑스 파리의 예술학교가 추구하는 미적 감각과 전통이 있다면, 서울의 예술학교가 치열하게 모색하는 시대적 감수성이 따로 존재합니다. 서로 다른 문화적 토양에서 피어난 독창적인 시도들을 단 하나의 평면 위에 올려놓고 1등부터 꼴찌까지 서열화하는 순간, 각 도시와 학풍이 지닌 고유한 개성은 탈색되고 맙니다.

마이크 앞에 앉아 손동작을 하며 이야기하는 남성의 모습이 담긴 영상 캡처 화면이며 화면 상단에 '순위를 강요하는 사회'라는 자막이, 중앙에는 '이게 되게 예술적인 정신은'이라는 자막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개성을 지닌 예술의 가치를 정량적인 잣대로만 재단하려는 사회의 태도는 과연 바람직할까요.

전 세계의 예술을 단일한 서열표 안에 억지로 가두는 것은 결코 예술적인 태도라 부를 수 없습니다. 정량적 효율성에 길들여진 잣대로 모든 대상을 환원할 때, 우리는 가장 다채롭고 풍요로워야 할 개성을 스스로 지워버리는 셈이 됩니다.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 고유한 가치를 그 자체로 존중하는 시선이 그 어느 때보다 아쉽게 느껴집니다.


FAQ

예술 분야에서 정량적 순위 평가가 지닌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요?

예술의 본질인 주관성과 독창성, 지역적 문화 맥락을 무시하고 단일한 수치로 환원하여 고유한 개성을 지워버린다는 점입니다.

대학 순위 평가에 사용되는 객관적 지표 자체도 의미가 없나요?

논문 수나 인용도 같은 지표가 기관의 학술적 규모를 파악하는 참고 자료는 될 수 있지만, 그것이 예술 교육의 질이나 감각적 성취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습니다.

순위 강박에서 벗어나 예술과 다양성을 바라보려면 어떤 태도가 필요한가요?

서로 다른 대상을 동일 선상에서 우열로 가르기보다, 각 문화와 개인이 지닌 고유한 표현과 맥락을 그 자체로 인정하고 감상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