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드라이브] “과거를 계승하되 레트로는 없다”…푸조 디자인 수장이 밝힌 미래 디자인 전략


마티아스 호산 푸조 디자인 디렉터, 파리모터쇼 공동취재단 제공

마티아스 호산 푸조 디자인 디렉터, 파리모터쇼 공동취재단 제공



“푸조의 역사적 유산에서 영감을 얻지만, 결코 레트로 디자인을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항상 미래를 바라봅니다.”

마티아스 호산(Mathias Hossann) 푸조 디자인 디렉터가 브랜드의 미래 디자인 방향에 대해 강조한 말이다. 전동화 전환 속에서 과거의 영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자동차 브랜드가 늘고 있지만, 푸조는 전통적인 디자인 요소를 계승하면서도 보다 진보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호산 디렉터는 지난 1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베르사이유 전시장에서 열린 2026 파리모터쇼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푸조의 새로운 디자인 철학과 차세대 모델의 개발 방향, 전동화 시대에도 유지해야 할 브랜드 고유의 가치 등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가 제시한 푸조 디자인의 핵심은 ‘펠린 퓨처(Feline Future)’다. 사자를 상징하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미래지향적인 기술과 표현 방식을 결합하겠다는 의미다.

호산 디렉터는 “펠린은 고양잇과 동물이 지닌 특성을 뜻한다”며 “푸조의 상징인 사자처럼 동물적이면서도 감각적이고 관능적인 특성을 디자인에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에 미래라는 개념이 함께 존재한다”며 “푸조가 가진 유산을 계승하면서 과거를 연상시키는 작은 디자인 요소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공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과거의 디자인 요소를 가져오는 것과 과거의 디자인을 반복하는 것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브랜드의 역사에서 영감을 얻되 표현 방식만큼은 끊임없이 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철학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모델이 이번 모터쇼에서 공개된 ‘RCZ 비전’이다.

RCZ는 한때 푸조의 독창적인 디자인을 상징했던 스포츠 쿠페다. 이번 RCZ 비전 역시 과거 모델의 정체성을 이어받았지만, 차체의 비례와 실내 공간을 구성하는 방식에서는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캐빈의 위치다. 1세대 RCZ와 비교해 캐빈을 차체 뒤쪽으로 이동시켜 보다 역동적인 비례를 구현했다.

호산 디렉터는 “1세대 RCZ의 전장은 약 4.3m였지만, 이번 RCZ 비전은 4.6m로 30cm 길어졌다”며 “캐빈을 뒤쪽으로 배치한 것은 의도적인 디자인 선택으로, 이를 통해 차체 전체의 아름다운 비례감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외관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캐빈의 배치를 조정하면서 뒷좌석 공간도 넓혀 실질적으로 성인 4명이 탑승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푸조의 디자인 변화는 실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호산 디렉터는 RCZ 비전의 실내를 자동차보다 하나의 건축물에 가깝다고 표현했다.

그는 “차량의 외관을 보는 순간 푸조라는 사실을 알아볼 수 있지만, 세부적인 부분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며 “실내는 전통적인 자동차 대시보드의 개념에서 벗어나 훨씬 진보적인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브랜드의 역사뿐 아니라 새로운 기술과 소재, 건축 등 서로 다른 분야에서 얻은 영감을 결합하는 것이 푸조가 추구하는 독창성이라는 얘기다.

이러한 변화는 향후 출시될 양산차에도 반영될 예정이다. 그 출발점은 2027년 선보일 차세대 208이다.

호산 디렉터는 “다음에 출시될 모델은 B세그먼트에 속하는 차세대 208”이라며 “이번에 공개한 E-T16 콘셉트에서 차세대 208의 디자인 윤곽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E-T16에 적용된 조명 시그니처 등은 앞으로 푸조의 양산 모델에 적용될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미리 보여주는 요소다.

E-T16 콘셉트에는 브랜드의 모터스포츠 유산도 담겨 있다. 디자인의 영감이 된 205 T16은 1980년대 그룹 B 랠리 무대에서 활약했던 모델로, 푸조는 이 차량을 앞세워 1985년과 1986년 세계 랠리 선수권대회에서 두 차례 정상에 올랐다.

호산 디렉터는 “205 T16은 당시 가장 급진적인 자동차 중 하나였다”며 “E-T16을 선보인 것은 푸조의 역사적 유산에 경의를 표하는 동시에 차세대 208의 스타일링에 관한 단서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동화 시대에도 푸조가 포기하지 않을 가치로는 운전의 감성과 즐거움, 스포츠성을 꼽았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모델이 E-208 GTi다. 푸조에게 GTi라는 이름은 단순히 고성능 모델을 의미하는 명칭을 넘어선다.

호산 디렉터는 “GTi라는 이름을 들으면 사람들은 특정한 이미지와 기억을 떠올린다”며 “특히 205 GTi와 관련된 기억이 강하게 남아 있기 때문에 이러한 세계관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운전이 주는 감성, 운전의 즐거움, 스포츠성은 푸조에서 매우 중요한 세 가지 요소”라고 강조했다.

운전자 중심의 이러한 철학은 미래의 자율주행 시대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호산 디렉터는 “운전을 차량에 맡길지, 운전자가 직접 할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며 “푸조는 운전이 주는 감성적인 측면을 여전히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철학을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핵심 장치가 ‘하이퍼스퀘어(Hypersquare)’다.

하이퍼스퀘어는 스티어링 휠과 실제 바퀴 사이의 기계적인 연결 장치를 없앤 바이 와이어(By-Wire) 방식의 조향 시스템이다. 기존 자동차의 스티어링 휠 구조에서 벗어나 운전자에게 새로운 조향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는 “하이퍼스퀘어는 운전의 즐거움을 새롭게 정의하고 재창조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라며 이 기술이 실제 양산차에도 적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동화와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운전자가 직접 차를 제어할 때 느끼는 감각적인 경험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호산 디렉터는 푸조가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자동차 브랜드 중 하나라는 사실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풍부한 역사적 유산은 디자이너에게 중요한 자산이지만, 그 자체가 미래를 결정짓는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계속 백미러만 바라보면서 과거를 되돌아보고 싶지는 않다”며 “역사적 유산뿐 아니라 새로운 기술과 소재,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다른 영감을 하나로 결합하고 조화롭게 공존시킬 때 다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창적인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호산 디렉터가 그리는 푸조의 미래는 과거의 디자인을 재현하는 자동차도, 기술적인 진보만을 앞세우는 자동차도 아니다. 사자로 상징되는 감각적인 디자인, 모터스포츠에서 비롯된 운전의 즐거움, 새로운 기술과 공간에 대한 실험을 하나로 결합하는 것이다.

그는 “푸조의 역사적 유산과 새로운 기술, 소재, 건축적인 접근 방식, 진보적인 디자인 표현이 하나로 어우러질 때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며 “그것이 푸조만이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원문 보기]

# 마티아스호산
# 자동차
# 카매거진
# 파리모터쇼
# 푸조
# 푸조디자인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