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드라이브] 필립 브뤼네 르노 CTO "2028년 한국산 전기차에 L2++ 도입 추진…AI·가격 경쟁력 강화"


필립 브뤼네 르노 최고기술책임자(CTO), 파리모터쇼 공동취재단 제공

필립 브뤼네 르노 최고기술책임자(CTO), 파리모터쇼 공동취재단 제공



르노그룹이 2028년 한국에서 선보일 차세대 전기차에 레벨2 플러스 플러스(L2++) 수준의 첨단 운전자 보조 기술 도입을 추진한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지능형 자동차 기술을 강화해 대중 전기차 시장을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중대형 차급에서는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도입 가능성도 열어뒀다. 다만 순수 전기차 중심의 전략을 유지하면서 주행거리에 대한 소비자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보완적인 기술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필립 브뤼네 르노그룹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2028년 르노코리아의 차세대 전기차와 관련해 "가능한 한 많은 고객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그렇다고 저렴한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최신 기술을 경쟁력 있는 조건으로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우선순위"라고 말했다.

브뤼네 CTO는 차세대 전기차의 경쟁력을 결정할 요소로 전동화 기술과 차량 지능화의 결합을 강조했다. 단순히 전기 파워트레인을 탑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AI를 활용해 차량의 상품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는 "전동화와 함께 지능형 자동차라는 요소를 도입해야 한다"며 "차량의 콕핏에 AI 기능을 적용하는 것은 물론 운전자 보조 기능에도 AI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히 전기차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자체에 지능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필립 브뤼네 르노 최고기술책임자(CTO), 파리모터쇼 공동취재단 제공

필립 브뤼네 르노 최고기술책임자(CTO), 파리모터쇼 공동취재단 제공



특히 2028년 한국에서 선보일 차세대 전기차에 L2++ 기술을 적용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해당 차량에 L2++ 기술이 탑재되는지를 묻는 질문에 브뤼네 CTO는 "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의 의도"라고 답했다.

르노그룹은 차종과 시장 특성에 따라 L2+와 L2++ 기술을 선택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고속도로와 도심에서 활용할 수 있는 첨단 운전자 보조 기능을 중심으로 기술 도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레벨3(L3)와 레벨4(L4) 자율주행 상용화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기술 개발과 별개로 각국의 규제 환경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브뤼네 CTO는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로보택시와 같은 자율주행 서비스에 필요한 규제가 아직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며 "L3와 L4는 특히 규제 측면에서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L4 기술 개발 자체를 중단한 것은 아니다. 르노그룹은 중국 자율주행 기술 기업 위라이드(WeRide)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으며, 해당 기업의 주주로도 참여하고 있다. 양사는 L4 자율주행 기술과 관련한 선행 엔지니어링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르노그룹은 향후 규제 체계가 명확해지면 시장 도입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전기차 기술 확보 과정에서는 중국 지리자동차와의 협력을 활용하면서도 자체 기술 개발을 병행한다.

브뤼네 CTO는 "한국에서 지리는 합작법인을 함께 운영하는 파트너"라면서도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지리의 기술을 사용할 수도 있고, 르노 자체 기술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운전자 보조 기술에서는 르노그룹의 자체 기술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워트레인 전략에서도 전동화 확대 기조를 재확인했다. 르노그룹은 순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병행하는 이른바 '두 축 전략(Two Legs Strategy)'을 유지할 방침이다.

그는 "전기차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동시에 하이브리드 차량도 계속 유지할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연료 효율 측면에서 직렬과 병렬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이 가장 적합한 기술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는 현재 그랑 콜레오스와 필랑트에 적용된 직병렬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경쟁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 관심이 커지고 있는 EREV에 대해서는 차급별로 다른 접근법을 제시했다.

브뤼네 CTO는 "A·B세그먼트 소형차인 트윙고와 르노 5는 앞으로도 순수 전기차로 유지할 것"이라며 "더 큰 차급에서도 기본적으로 순수 전기차를 중심으로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대형 전기차에서도 전용 설계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좋은 전기차를 만들기 위해 설계 측면에서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러 에너지원을 사용할 수 있는 멀티에너지 플랫폼이 아니라 처음부터 순수 전기차를 위한 설계를 적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행거리에 대해 여전히 우려하는 고객들이 있다"며 "이러한 고객들을 위해 필요에 따라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를 도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REV를 순수 전기차를 대체하는 주력 기술이 아니라 소비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선택지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르노그룹은 전기차 시장의 중장기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도 확신을 드러냈다. 유럽을 중심으로 전기차 경쟁력을 강화하고, 다른 지역에서도 시장이 성숙하는 시점에 맞춰 관련 기술을 공급한다는 전략이다.

브뤼네 CTO는 "전기차가 미래라는 점을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다"며 "1년 전만 해도 전기차 대신 디젤 차량 등을 다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우리는 전기차를 계속해서 강력하게 추진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 그 결정이 올바른 선택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며 "한번 전기차로 전환한 고객들은 계속 전기차를 이용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이러한 흐름이 다시 과거로 돌아갈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르노그룹의 가장 큰 과제로는 전기차 생산능력 확보를 꼽았다. 그는 "고객에게 전기차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큰 관심사"라며 "공장의 생산능력이 더 충분하다면 전기차를 더 많이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필립 브뤼네 르노 최고기술책임자(CTO), 파리모터쇼 공동취재단 제공

필립 브뤼네 르노 최고기술책임자(CTO), 파리모터쇼 공동취재단 제공



한편 르노그룹은 향후 전동화와 SDV 기술 확대 과정에서 르노코리아의 역할에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과거 QM6 개발을 총괄하며 한국 엔지니어링 조직과 협업한 경험이 있는 브뤼네 CTO는 르노코리아의 강점으로 D·E세그먼트 차량 개발 역량과 새로운 커넥티드 서비스 도입 능력을 꼽았다.

그는 "한국의 엔지니어링 팀은 D·E세그먼트에서 매우 강력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그랑 콜레오스와 필랑트를 통해 이뤄낸 성과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두 차량 모두 매우 좋은 자동차이며 완성도도 상당히 높다"고 평가했다.

이어 "르노코리아는 D·E세그먼트 차량을 완성도 높게 구현하는 측면에서 일종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커넥티비티 기술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었다. 르노코리아 엔지니어링 조직이 게임과 비디오 스트리밍 등 새로운 차량 내 서비스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높은 민첩성과 유연성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브뤼네 CTO는 "한국 팀은 새로운 커넥티드 애플리케이션을 도입하는 데 매우 민첩하다"며 "르노그룹은 이러한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르노그룹이 차세대 전기차에서 가격 경쟁력과 AI 기반 지능형 기능을 동시에 강조하는 가운데, 르노코리아가 기존 중대형 차량 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전동화와 SDV 분야에서도 역할을 확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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