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드라이브] 아트리아 AI 꺼낸 현대차…“Waymo보다 뒤처졌는데 어떻게?” 묻자 돌아온 답




현대차그룹이 자체 개발 자율주행 AI ‘아트리아 AI(Atria AI)’의 기술 성과와 양산 계획을 공개했지만, 정작 시장이 가장 궁금해하는 ‘현재 경쟁사와의 격차를 어떻게 좁힐 것인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특히 지난달 26일 열린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제시했던 데이터 플라이휠과 엔비디아 협업, 2028년 SDV 양산, 2029년 아트리아 AI 양산이라는 큰 틀이 이번 미디어 데이에서도 상당 부분 반복됐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2033년 전후 자율주행 데이터 규모에서 경쟁사를 앞서겠다는 목표까지 제시했지만, 실제로 얼마나 뒤처져 있는지, 그 격차를 어떤 속도로 좁힐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는 이번에도 공개하지 않았다.

현대차그룹이 내세운 핵심 전략은 데이터 플라이휠이다. 차량에서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학습과 검증에 활용한 뒤 개선된 AI를 다시 차량에 적용해 새로운 데이터를 확보하는 선순환 구조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700만대 이상의 양산 역량과 그룹 내 현대차·기아·포티투닷·모셔널의 데이터를 하나의 생태계로 묶으면 후발주자라도 빠르게 격차를 좁힐 수 있다는 논리다.

문제는 이 같은 방식이 현대차그룹만의 전략은 아니라는 데 있다.

현재 자율주행 경쟁에서 앞선 기업들 역시 실도로에서 차량을 운행하며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다시 알고리즘 개선에 활용하는 구조를 이미 가동하고 있다. 최근 국내 보도에 따르면 웨이모는 미국 11개 도시에서 약 3500대의 로보택시를 운행하며 누적 호출 2000만건을 기록했고, 중국 바이두의 아폴로고 역시 중국을 비롯해 28개 도시에서 1000여 대를 운행하며 매주 약 100만건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현재 40여대의 데이터 수집 전용 차량을 운영하고 있고, 자율주행 전용 차량만 놓고 보면 10~20대 수준이라고 밝혔다.

물론 단순히 차량 대수와 주행거리만으로 자율주행 기술력을 평가할 수는 없다. 현대차그룹도 일반적인 주행 데이터보다 갓길 주정차 차량이나 갑작스러운 끼어들기처럼 AI가 어려워하는 ‘엣지 케이스’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찾아내 학습시키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더욱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실제 현장 질문에서도 현재까지 축적한 실도로 데이터 규모와 경쟁사 대비 격차, 그리고 ‘5년 이내 누적 데이터 추월’의 구체적인 로드맵이 질문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박민우 사장은 누적 데이터 규모에 대해 “지금 정확히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결국 현대차그룹이 경쟁사보다 얼마나 뒤처져 있는지조차 외부에서는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향후 데이터 플라이휠을 통해 추월하겠다는 목표만 제시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시간이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 엔비디아 솔루션을 활용한 레벨2+ 자율주행 양산을 시작하고, 2029년 하반기에는 자체 개발한 아트리아 AI 기반 레벨2++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민우 사장은 현재보다 서둘러 양산할 경우 ‘어정쩡한 레벨2++’를 내놓게 될 수 있어 전략적으로 일정을 늦췄다고 설명했다.

기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시간을 확보했다는 설명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자율주행은 기술을 완성한 뒤 시장에 진입하는 산업이라기보다, 실제 도로에서 운행하며 데이터를 축적하는 과정 자체가 기술 경쟁력이 되는 산업이라는 점에서 이 일정은 다른 의미를 갖는다.

현대차그룹이 2029년에 아트리아 AI를 양산할 때까지 경쟁사들이 지금도 실제 차량을 도로에 투입해 데이터를 쌓는다면, 그 사이 발생하는 데이터 격차를 단순히 ‘플라이휠을 빠르게 돌리겠다’는 전략만으로 얼마나 단기간에 만회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물음표다.

실제로 국내 언론에서도 최근 미국과 중국의 자율주행 기업들이 대규모 차량을 실도로에 투입하면서 데이터 경쟁에서 앞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의 경우 서울 강남에서 운행되는 자율주행 택시가 극소수에 그치는 등 실증 규모 자체가 크게 차이 난다는 분석이다.

이번 질의응답에서 이 부분을 정면으로 묻는 질문도 나왔다. ‘같은 데이터 플라이휠을 돌리고 있는 경쟁사들과 비교해 현대차그룹이 어떻게 따라잡을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답변은 데이터의 절대량보다 데이터의 질, 특히 코너 케이스를 효율적으로 수집하는 ‘타깃팅 데이터 컬렉션’이 중요하다는 설명에 집중됐다.

문제의 핵심인 ‘그래서 경쟁사보다 어떻게 빠르게 따라잡을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답은 나오지 않았다.

8월 26일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제시된 내용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데이터 플라이휠을 구축하고, 2028년 엔비디아 기반 자율주행 양산차를 출시한 뒤 아트리아 AI를 확대하고, 2033년 전후에는 데이터 규모에서 경쟁사를 앞서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이번 미디어 데이에서도 데이터 플라이휠과 2028년 엔비디아, 2029년 아트리아 AI라는 큰 방향은 사실상 그대로 유지됐다.





새로운 것은 서울 도심에서 실제 주행한 아트리아 AI 영상이었다.

영상 자체는 의미가 있다. 갓길 주정차 차량 회피와 갑작스러운 끼어들기, 비보호 좌회전, 보행자 인식 등 복잡한 도심 상황에 대응하는 모습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상만으로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사고율이나 개입률, 주행거리, 동일 조건에서의 비교 성능 등 핵심적인 정량 지표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영상 속 차량에 대한 질문에서 자율주행 전용 차량이 10~20대 수준이라는 사실이 공개됐지만, 이 차량들이 지금까지 어느 정도의 거리를 주행했고 몇 건의 개입이 있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는 제시되지 않았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이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바로 자율주행과 SDV의 기술 방향이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와의 협업을 통해 2028년 양산을 앞당기면서 동시에 포티투닷과 함께 자체 기술인 아트리아 AI를 개발하는 투트랙 전략을 택했다. 엔비디아 기술로 먼저 양산 경험을 확보하고 그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와 데이터를 아트리아 AI 개발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부터 엔비디아와 협업해 검증된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하면서 자체 기술을 내재화하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해 왔다. 지난 5월 기아 측에서도 자체 기술력이 확보되기 전까지 엔비디아의 알파마요 플랫폼을 활용하고 2029년께 자체 레벨2++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설명이 나온 바 있다.

하지만 이 전략 역시 질문이 남는다. 엔비디아 기술로 먼저 양산하고, 그 데이터를 다시 아트리아 AI에 활용한다는 것은 결국 2028년 양산 기술과 2029년 이후 자체 기술 사이에 상당한 전환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더구나 포티투닷은 이날 아트리아 AI와 함께 VLA 기술까지 병행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는 완성도가 높은 E2E를 우선하고 있지만 기술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VLA를 함께 개발해 향후 두 기술 가운데 선택하거나 조합하겠다는 것이다.

기술적으로 여러 선택지를 확보하는 것은 장점일 수 있다. 그러나 자동차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른 문제가 생긴다.

차량에 적용된 핵심 소프트웨어 아키텍처가 수년 뒤 다른 기술로 교체될 경우, 기존 차량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기능 지원이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SDV에서도 비슷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 SDV 양산 및 판매 일정을 재확인하며 개발 지연 우려를 일축했다. 박민우 사장은 2027년 양산 준비를 완료하고 2028년 판매를 시작한다는 목표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차량에 적용되고 있는 플레오스 커넥트가 그룹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SDV 구조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고 평가하기에는 아직 검증해야 할 부분이 많다.

현대차그룹 역시 플레오스 커넥트에서 카카오맵·네이버 내비게이션과 같은 외부 서비스를 활용하고, 여기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향후 자체 내비게이션과 데이터 플라이휠 고도화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율주행에서는 엔비디아와 아트리아, E2E와 VLA를 동시에 추진하고 SDV에서는 플레오스를 발전시키는 복수의 기술 경로가 존재한다. 기술 변화가 빠른 분야인 만큼 선택지를 확보하는 것 자체는 합리적일 수 있지만, 반대로 여러 기술을 동시에 추진하다가 어느 하나에도 충분한 개발 자원을 집중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현대차그룹이 이번 행사에서 보여준 것은 ‘방향’과 ‘계획’에 가까웠다.

데이터 플라이휠을 구축하고, 엔비디아와 협업해 먼저 양산하며, 아트리아 AI를 독자 기술로 발전시키고, VLA까지 병행한다는 청사진은 분명하다.

그러나 자율주행 경쟁에서 더 중요한 것은 현재의 위치와 실제 격차다.

경쟁사보다 얼마나 뒤처져 있는지, 현재까지 몇 km의 데이터를 확보했는지, 실제 차량에서 운전자의 개입이 어느 정도 발생하는지, 2029년까지 경쟁사의 데이터 축적 속도를 어떻게 추월할 것인지에 대한 핵심 질문에는 이번에도 충분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을 ‘기능 경쟁’이 아닌 ‘학습 속도 경쟁’이라고 정의했다.

그렇다면 이제 시장이 확인해야 할 것도 기술을 얼마나 잘 설명하느냐가 아니라, 실제로 얼마나 빨리 학습하고 개선하고 있는지다.

2029년 아트리아 AI가 양산될 때 현대차그룹이 경쟁사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는 결국 지금부터 그때까지 확보할 데이터와 실제 주행 성능 개선 속도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때까지 경쟁사들이 축적하게 될 데이터 역시 계속 늘어난다는 점에서, ‘데이터 플라이휠’이라는 전략 자체보다 그 플라이휠을 경쟁사보다 얼마나 빠르게 돌릴 수 있는지에 대한 증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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