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기 전에 차 돌려줘라”…獨 법원, 벤츠 EQA·EQB ‘파라시스 배터리’ 결함 인정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 SUV EQA와 EQB에서 배터리 내부 단락 가능성에 따른 화재 위험이 확인됐다. 여기에 독일 법원이 해당 배터리 화재 위험을 차량의 하자로 인정하고 구매자에게 차량을 반환하도록 하는 판결을 잇따라 내리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문제가 된 것은 EQA 250+와 EQB 250+ 일부 모델의 고전압 배터리의 내부 단락 가능성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 이어 배터리 자체를 교체하는 리콜에 나섰다. 이와 함께 고전압 배터리 교체 전까지 충전량을 80%로 제한하고 차량을 실외에 주차하도록 했다. 독일 법원은 이 같은 사용 제한까지 감안해 배터리의 화재 위험을 차량의 하자로 판단했다.

독일 현지 언론과 업계에 따르면 2021년 2월부터 2024년 7월까지 생산된 일부 EQA 250+와 EQB 250+ 등 5만1729대가 리콜 대상이다. 이 가운데 독일 내 대상 차량은 4677대다. 문제가 된 배터리에는 중국 파라시스 에너지의 70.5kWh급 배터리 셀이 사용됐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당초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대응했다. 하지만 이 조치만으로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으면서 배터리 전체를 교체하는 추가 리콜로 전환했다. 독일 자동차 연맹 ADAC는 초기 소프트웨어 조치 이후 급속충전 성능과 배터리 사용 가능 용량이 제한되는 등 차량 이용에도 제약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소송도 이어졌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지방법원은 지난 7월 30일 EQA 250+와 관련한 두 건의 소송(사건번호 53 O 3/26, 53 O 27/26)에서 모두 차량 반환을 명령했다. 한 사건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차량을 돌려받는 조건으로 약 5만 2천 유로를 지급하도록 했고, 다른 사건에서는 약 2만 3800유로를 지급하고 차량 금융에 따른 잔여 채무를 면책하도록 했다.

슈투트가르트 법원은 배터리 화재가 실제 발생했거나 개별 차량의 배터리가 반드시 단락될 것이라는 사실까지 입증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차량을 실외에만 주차해야 할 정도의 구체적인 화재 위험과 그에 따른 사용 제한 자체가 매매 목적물의 하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프랑크푸르트(오데르) 지방법원에서도 유사한 판결이 나왔다(사건번호 11 O 140/25). 법원은 지난 14일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차량을 반환하도록 했다. 차량을 판매한 현지 딜러에게는 약 2만 유로를 지급하도록 했다.

파라시스 배터리를 탑재한 벤츠 전기차의 화재 문제는 국내에서도 이미 발생했다.

지난 2024년 8월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벤츠 EQE 350+에는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돼 있었다. 당시 화재로 약 140대의 차량이 소실되거나 파손됐고, 연기 흡입 등으로 주민들이 피해를 입었다. 벤츠코리아가 이후 공개한 배터리 제조사 자료에서도 일부 EQE 모델에 파라시스 배터리가 사용된 사실이 확인됐다.


청라 화재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파라시스 배터리를 둘러싼 논란이 커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3월 벤츠코리아와 독일 본사에 대해 일부 EQE·EQS 모델의 실제 배터리 제조사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행위를 문제 삼아 112억3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2023년 6월부터 2024년 8월까지 국내에 판매된 파라시스 배터리 탑재 차량은 5500여 대로 파악됐다.

국내 도로 위에 파라시스 배터리를 탑재한 벤츠 전기차가 여전히 운행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청라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한 뒤 국내에서는 배터리 제조사 공개가 이뤄졌지만, 독일에서 EQA·EQB에 대한 배터리 교체 리콜과 법원의 잇단 차량 반환 판결까지 나온 상황과 비교하면 국내 차량의 안전성에 대한 추가 검증 필요성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독일에서는 동일한 배터리 제조사가 공급한 제품에서 내부 단락에 따른 화재 위험이 확인돼 배터리 전체 교체 리콜로 이어졌고, 법원은 이를 차량의 하자로 판단했다. 국내에서는 같은 제조사의 배터리를 탑재한 벤츠 전기차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두 사건의 기술적 원인이 동일하다고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동일한 배터리 제조사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국내 운행 차량에 대한 추가적인 안전성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국내에서는 EQA와 EQB가 사회공헌 활동에도 활용됐다. 메르세데스-벤츠 사회공헌위원회는 전국 사회복지기관 등에 EQB를 기증해 이동 지원 등에 사용하도록 해왔다. 이렇게 기부된 EQA와 EQB는 지금까지 80여 대에 달한다.

독일에서 배터리 화재 위험으로 리콜과 법원 판결이 이어진 차종이 국내에서는 사회공헌 차량으로도 운행되고 있는 만큼, 기증 차량을 포함한 국내 EQA·EQB에 대해서도 리콜 대상 여부와 배터리 안전성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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