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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11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개최됐다. 볼보자동차가 큰 꿈과 목표를 갖고 개발한 프리미엄 전기 SUV, EX90을 최초 공개했기 때문이다. 볼보 최초로 SPA2 플랫폼을 사용하고, 800V 시스템을 적용해 단순 전기차를 넘어 프리미엄 SDV로서의 가치를 강조한 EX90은 자율주행 자동차에 가까운 구성을 갖추고자 했다. 원래라면 그랬다.
그러나 여느 브랜드들이 그랬듯, 볼보 역시 ‘성급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웠다. 루미나의 라이다 시스템은 EX90의 다른 시스템과 충돌을 일으켰고, 이는 출시 연기로 이어졌다. 결국 볼보는 루미나와의 협업을 종료했고, EX90이 탑재될 예정이었던 라이다는 사라지게 됐다.
출시의 지연은 판매의 지연, 나아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해외 시장 출시의 지연으로 이어졌다. 첫 공개 후 4년 이나 지난 후에나 우리나라에서 출시하게 된 배경이다. 대신 공격적인 가격으로, 팔 때마다 손해를 보더라도 많이 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과연 이 목표는 얼마나 달성할 수 있을까. 서울 동대문에서 의정부까지 EX90 트윈 퍼포먼스 모델을 타고 왕복하며 경험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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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EX90의 외관은, 기존 볼보의 플래그십이었던 XC90 T8(PHEV)를 연상시킨다. 물론 최신의 디자인 언어가 적용되며 많은 부분에 변화를 주었기에 동일하지 않다. 볼보 특유의 토르의 망치 헤드램프는 주간에는 기존의 형태를 발전시킨 디자인을 자랑한다. 하지만 상/하향등을 작동했을 때는 토르의 망치가 갈라지며 숨겨져 있던 램프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 램프는 130만개의 픽셀을 사용, 밝은 시야를 확보하면서도 마주오는 대항차를 최대 5대까지 인식해 조절하는 기능을 탑재했다.
전기차가 된 만큼 그릴은 막힌 구조를 사용했고, 대신 한층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으로 변경된 새로운 아이언 마크가 적용됐다. 전기차 시대의 볼보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를 명확히 보여주기 위한 파격적인 시도를 한 셈. 매끈하지만 단단하고, 동시에 세련된 디자인은 볼보가 가진 특유의 감성을 한층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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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90이 XC90과 같은 듯 달라 보이게 만드는 가장 큰 요소는 비율. 전체적인 크기는 길이*폭*높이 5040*1965*1740mm로, XC90 대비 낮고 넓은, 대신에 길어진 형태를 가져갔다(XC90 길이*폭*높이 4955*1960*1770mm). 하지만 축간거리는 고작 1mm 늘어난 2,985mm. 이런 크기 변화로 인해 얼핏 보기에는 XC90과 같은 크기로 보이는 착시를 일으킨다. 하지만 분명히 커진 크기, 낮아진 높이, 넓어진 폭은 공간의 활용과 전반적인 비율에서 새로움을 전달한다. EX90의 측면이 남달라 보이는 이유다.
후면부는 첨단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필러부터 트렁크까지 길게 내려오던 램프의 특색을 살리면서도 미래지향적인 형상을 강조한 테일램프는 볼보의 새로운 뒤태를 완성한다. 뒷유리 양 옆을 타고 내려오는 포인트는 차의 존재감을, 좌우로 길게 뻗은 하이글로시는 더 넓어보이는 듬직한 어깨를, 디귿자로 꺾이는 LED 램프는 볼보의 아이덴티티를 살리면서도 두께를 강조해 볼보 최상위 90 라인업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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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인승 내지 7인승으로 구성되는 실내는 ‘사람 중심’의 공간 철학을 엿볼 수 있다. 국내 기업과 협업해 완성한 엠비언트 라이트는 자연광에 가까운 포근한 분위기를 구현한다.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뻗어가는 따스한 햇살과도 같은 조명은 실내 전반에서 따스함을 전달한다.
구석구석에 적용된 요소는 자신만의 길을 찾아 떠난 ‘폴스타’와 공유한다. 그러나 그 사이엔 볼보만의 안정된 구성이 빛을 발한다. 대표적인 예시가 인포테인먼트와 계기판. XC90 대비 소폭 커져 14.5인치가 된 인포테인먼트는 세로형으로 길게 배치됐다. 계기판은 9인치의 슬림형이 적용됐다. 플레오스 커넥트를 적용한 현대차와 가장 큰 차이를 만드는 요소기도 하다. 14.5인치 디스플레이에는 운전에 필요한 것에 더해 ‘자동차 안’에서 필요한 대부분의 기능을 몰아넣었다. 그러면서도 9인치 디스플레이 역시 필요한 정보를 빠짐없이 볼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 내비게이션과 주행 보조 시스템 등을 볼 수 있으면서도, 헤드 업 디스플레이(HUD)도 함께 적용해 활용도를 배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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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완벽한 것은 아니다.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를 통해 조절할 수 있는 사이드미러와 운전석의 위치 조절 메뉴는 조작의 단계를 늘리는 불편 요소. EX30에서 시작해 EX90, ES90에 이어 향후 나올 전기차에 이르기까지 고루 적용될 예정인만큼, 잔잔한 소비자들의 불만도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한번 저장해둔 뒤에는 다시 조작할 일이 드물다는 점이 위안이다.
2열은 6인승의 경우 가운데가 비어 있는 캡틴 시트가, 7인승은 3명을 위한 벤치 시트가 적용된다. 캡틴 시트는 팔걸이에 추가적인 컵홀더가 장착되어 편의성을 강조했고, 전자식으로 조절되는 일렉트로크로믹 글래스 루프를 통해 넓은 공간감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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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열은 트렁크를 통해 폴딩 후 넓은 수납공간으로도, 사람이 탈 수 있는 탑승공간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한 덩치 하는 성인 남성이 타기에도 넉넉한 공간을 제공하기 때문에 2열 못지 않은 편안함을 느끼기에도 충분하다.
EX90의 트렁크 수납 공간은 기본 324리터를 자랑한다. 3열을 폴딩 시 약 650리터, 2열까지 폴딩하면 2천 리터에 가까운 수납공간을 자랑한다. 트렁크 하단과 전면 프렁크까지 마련돼 수납공간의 넉넉함은 타 브랜드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은 정도. 여기에 트렁크 쪽에서 조작 가능한 에어 서스펜션의 높낮이 조절기능을 통해 화물의 적재와 하차에도 용이하다.
사람을 위한 기술 중심의 구성은 여기서도 찾아볼 수 있다. 에어서스펜션을 사용해 차의 높낮이를 낮춘 경우, 굳이 높이를 직접 되돌릴 필요가 없다. 적재를 마치고 트렁크를 닫고, 차에 탑승하면 차의 높이는 저절로 원래 높이로 돌아간다. 화물 내지는 소지품을 넣고, 닫고, 출발준비를 마쳤음을 행동에서 유추해 주행 준비를 마칠 수 있도록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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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2 플랫폼을 사용하며 생긴 장점 중 두가지는 넉넉한 배터리 용량과 빠른 충전속도다. CATL의 111kWh의 NCM 배터리를 탑재, 실제 가용 용량은 106KWh에 달한다. 이를 통해 WLTP 기준 600km대, 국내 기준 448km(EX90 트윈 퍼포먼스 울트라 기준)를 주행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800V 시스템을 바탕으로 최대 350kW의 속도로 충전이 가능해 10%->80%까지 22분이 소요된다.
EX90 중 가장 강력한 트윈 퍼포먼스 모델인 만큼 합산 총 출력 680마력을 발휘한다. 가속성능 역시 발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4.2초에 불과하다. 그러면서도 500헤르츠의 주파수로 노면을 쉼 없이 측정하고, 그에 맞춰 최적의 승차감을 구현하도록 해 내부는 고요하고 평온하기 그지없다. 전동화와 전기차의 시대가 되며 고출력을 뿜어내는 모델이 많아졌지만, 이것이 편안함도 잡았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EX90의 승차감은 고출력에도 불구하고 편안함을 같이 잡은 이기적인 모습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런 넘치는 출력에도 최고속도는 시속 180km에서 제한된다. 이는 볼보의 안전 방침에 따른 것으로, ‘퍼포먼스’라는 이름을 썼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다소 아쉬울 수도, 안전을 중시한다는 볼보의 뚝심을 고려한다면 수긍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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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자동차코리아는 EX90을 역대 어느 시장보다 저렴하게 한국 시장에 출시했다고 자신한다. 최근 국제정세를 고려하면 판매할 때마다 손해 보는 수준이라는 볼멘 소리도 숨기지 않았다. 비록 1억 620만원이라는 시작가격은 소비자들의 선택 비중이 가장 낮은 트윈모터 플러스 7인승 모델이고, 판매가 제일 활발할 트윈모터 울트라 6인승은 1억 1,820만원에 책정됐다. 이번에 시승한 퍼포먼스를 선택하면 500만원이 추가, 1억 2,320만원으로 구매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전기차는 내연기관 내지는 하이브리드보다 비싸게 책정된다. 반면 EX90은 XC90 T8 PHEV와 동일한 가격을 책정했다. 타 시장과의 비교하지 않아도 높은 가격이 책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EX90의 가격은 나름 합리적인 선이다. 그러나 1억 2천만원의 가격대는 자연스럽게 여러 선택지에도 눈을 돌릴 수 있게 만든다. 최근 차 값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폭등/폭락을 반복하는 주식시장 때문이 아니라도 1억이라는 돈은 만만한 액수가 아니다.
EX90이 헤쳐나가야 할 길은 소비자들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지 않게 만드는 일이다. 그리고 볼보자동차는 EX90을 통해 그 기반을 닦았다. 과연 이 회사는 이 멋진 요리를 어떻게 고객들에게 내밀까. 과연 그들의 목표대로 2026년 500대, 2027년 2000대를 판매할 수 있을까. 연말에 마주하게 될 성적표가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