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드라이브] 체리車가 KGM에 쏟은 7500만 달러…”협력의 다음 단계"인가 "인수의 전 단계"인가


KG모빌리티(KGM)와 중국 체리자동차가 7,500만 달러(약 1,100억 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2024년 플랫폼 라이선스 계약과 2025년 중대형 SUV 공동개발 협약에 이은 세 번째 협력 단계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투자를 협력의 심화가 아니라, 체리자동차가 미국·유럽 등 서방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우회로로 KGM을 활용하려는 포석이라는 시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계약 체결 후 진행된 질의응답에서도 이 우려를 겨냥한 질문이 반복해서 나왔다.

◆ "10%는 경영권과 무관"이라지만…업계는 "지분 매각이 목적" 의심

가장 예민한 질문은 지분율이었다. 이번 전환사채(CB)가 전량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체리자동차의 KGM 지분율은 10%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KGM 측은 "10% 수준의 지분으로는 경영권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이번 투자가 향후 경영 참여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곽재선 회장 역시 이번 계약을 "단순 재무적 투자를 넘어 KGM의 미래 성장과 잠재력, 기업가치에 대한 체리의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진 장기적 전략적 파트너십의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규정하며, 지분 참여를 경영권과 분리해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우려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KGM이 체리자동차에 10% 안팎의 지분을 넘기는 방안이 상당 부분 논의됐다는 관측이 이미 지난해부터 이어져 왔고, 이 지분 협력의 목적이 "체리차가 미국과 유럽의 관세 장벽을 우회하기 위한 신분 세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체리자동차는 미국의 대중국 관세로 사실상 직접 수출길이 막혀 있고, 유럽연합(EU) 역시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5%대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KGM이라는 '한국 브랜드'의 간판을 달면 이런 관세 장벽을 피해갈 수 있다는 것이 우려의 핵심이다.



◆ “체리는 정말 얻는 게 없나"…투자 실익 둘러싼 질문들

체결식 직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협약 내용을 보면 체리자동차가 KGM에 전환사채를 제공하는 형태로, KGM이 일방적으로 받는 모습만 보인다. 체리 입장에서 이 협약이 갖는 장점은 무엇인가"라는 직설적인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체리 측은 "자동차 산업은 규모가 중요하며, 공동개발을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중국과 한국이 서로 다른 관세를 적용받는 지역이 있는 만큼, 이런 부분에서 협력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관세 대응이라는 표현이 체리 측 답변에서도 직접 언급된 셈이다.

투자금 규모를 둘러싼 재무적 부담도 도마 위에 올랐다. KGM은 지난해 체리자동차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플랫폼 기술사용료 명목으로 1,099억 원 규모의 단기차입을 단행한 바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KGM의 단기성차입금은 4,426억 원에 달하는 반면 현금성자산은 1,613억 원에 그쳐, 기술 도입의 대가가 고스란히 차입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개발비로 1,100억 원가량을 사용했다고 공시했는데, 이는 KGM 전체 자산의 7.4%에 달한다. 전략적 선택으로 보이는데, 향후 자율주행 기술이 체리 측에 적용돼 수익성 측면에서 KGM에 영향이 있을지" 묻는 질문도 이어졌다.

KGM 측은 "체리가 가져온 SDV 기반 플랫폼에 ADAS 등을 고도화해 발전시킨 모델이며, 이후 개발 사항은 협업하면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는 원론적 답변을 내놓았다.

◆ "현대차-GM처럼 이해관계가 맞아서"…해명은 되지만 의심도 남아

중국 기업과의 잇단 협력에 대한 부정적 시선에는 "현대차와 GM이 협력하듯 자동차 회사들은 비즈니스적으로 이해관계가 맞으면 협력한다고 봐달라"는 답이 돌아왔다. KGM은 이미 체리 외에도 BYD와 협력을 진행 중인데, "체리와는 전기차 분야에서, 필요에 따라 각각의 파트너와 협력을 이어가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설명이 완전히 우려를 해소하지는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KGM은 쌍용자동차 시절이던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상하이자동차(SAIC)에 인수된 바 있고, 당시 유출된 디젤 하이브리드 기술 논란은 지금까지도 중국 기업과의 협력에 부정적 여론을 형성하는 배경으로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르노코리아가 지리그룹에 지분 34%를 넘기고 2대 주주 지위를 내준 선례가 KGM에도 반복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협력이 경쟁보다 중요하다"는 체리 측 설명과 별개로, 지분 확대가 결국 경영권으로 이어지는 수순이 될 수 있다는 의심을 완전히 걷어내지는 못하는 셈이다.

◆ 곽재선 회장 "지속 가능한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신뢰와 우려 사이

곽재선 회장은 이런 시선을 의식한 듯 협력의 정당성을 산업 전환의 맥락에서 강조했다. 곽 회장은 "최근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고 급격한 변화의 시대를 겪고 있다"며 "전동화와 SDV로 대표되는 미래차 전환 속에서 글로벌 기업 간 전략적 협력은 선택을 넘어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체리그룹이 자동차를 중심으로 조선·로봇·항공·신에너지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축적한 글로벌 플랫폼과 첨단 기술력, 폭넓은 공급망은 KGM과 함께할 든든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 회장은 또 협약 체결 전 인퉁웨 회장과 만나 자동차를 넘어 반도체, 로봇, 원자재, 철강 등 다양한 산업 분야로 협력을 확장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협력 확대의 방향성이 오히려 "KGM이 체리자동차 생태계에 단계적으로 편입되는 과정 아니냐"는 우려를 자극하는 측면도 있다.

질의응답에서도 "체리와의 협력을 반복해서 강조하는데, 향후 평택공장에서 체리 계열 차량의 위탁생산이 가능할지, 제3국 수출도 가능할지"를 묻는 질문이 나왔고, KGM 측은 "위탁생산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KGM이 체리차를 반조립(CKD) 형태로 들여와 평택공장에서 조립하는 위탁생산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이미 나온 바 있어, 공식 부인과 업계 관측 사이의 온도차가 존재한다.

◆ 체리의 미국 진출 야심, KGM 투자와 시점이 겹친다

체리자동차 측은 미국 시장에 대한 관심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 5월 외신 인터뷰에서 '적절한 시기가 되면 미국에 진출하고 싶다'고 밝혔는데, 이번 KGM 투자 계약이 그 시기를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지" 묻자, 체리 측은 "미국은 굉장히 큰 시장이지만 미국만의 법규가 있어 이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구체적으로 수립된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즉답은 피했지만 미국 진출 의지 자체는 재차 확인한 셈이다.

공교롭게도 이런 발언은 KGM에 대한 투자 확대 시점과 맞물려 있다. 체리자동차는 이미 유럽에서 스페인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현지 생산을 추진하는 등, 관세 장벽이 있는 시장에서는 현지 브랜드나 생산기지를 활용하는 전략을 반복적으로 구사해 왔다. KGM이 체리의 '서방 진출용 우산'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체리 측은 이날 "협력이 경쟁보다 중요하다", "체리도 체리만의 플랫폼과 고객층이 있다"며 KGM을 흡수하기보다 공존하는 관계임을 강조했지만, 지분 확대와 미국 진출 의지가 동시에 감지되는 상황에서 이 설명만으로 우려가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 KR10은 "죽지 않았다"…그러나 힘은 실리지 않은 모습

한편 KGM이 독자적으로 개발해 온 소형 전기 SUV 'KR10'의 향방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체리와의 협력이 확대되면서 독자 모델 개발 계획이 사실상 무산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 KGM 측은 "KR10은 죽지 않았다"고 분명히 밝혔다. 전기차로 갈지 내연기관으로 갈지 계속 검토하며 개발을 이어가고 있고, 2~3년 내를 목표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면 공개하겠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 발언은 역설적으로 KR10 프로젝트가 폐기되지는 않았지만 현재 KGM의 우선순위에서 체리와의 협력 모델들에 밀려 있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으로도 읽힌다. SE-10을 비롯한 체리 플랫폼 기반 신차들은 구체적인 출시 시점과 세그먼트 전략까지 제시된 반면, KR10은 "죽지 않았다"는 존재 확인 수준의 답변에 그쳤다는 점에서 온도차가 뚜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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