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거주 명목으로 세입자를 내보낸 뒤 약 1년 반 만에 새 임차인을 들인 집주인에게 대법원이 3,000만 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확정했습니다.
- 법원은 다가구주택 보증금 반환 압박이라는 집주인의 경제적 사정에 대해 예측 가능성과 불가피성을 인정하지 않으며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정당한 사유'를 엄격하게 해석했습니다.
- 이번 판결로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했다면 2년 동안은 사실상 재임대가 불가능하며, 중도 매각 역시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에 노출될 수 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집주인이 직접 살겠다며 기존 세입자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했다면, 최소 2년의 거주 기간은 예외 없이 채워야 할까요? 대법원은 최근 실거주를 시작한 지 약 1년 반 만에 다른 세입자를 들인 집주인에게 3,000만 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확정했습니다. 다가구주택 세입자들의 보증금 반환 독촉이라는 경제적 위기를 호소했음에도 법원은 이를 면책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1. 실거주 1년 반 만에 새 세입자 들인 집주인의 패소
사건의 발단은 2020년 7월 전세 계약을 맺은 세입자가 2년 거주 후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집주인은 "내가 직접 들어가 살겠다"며 갱신을 거절했고, 세입자는 2022년 9월 집을 비워주었습니다. 집주인은 실제로 입주해 거주를 시작했습니다.

계약갱신요구권 행사부터 집주인의 실거주 및 제3자 임대 계약에 이르기까지, 법적 분쟁의 주요 시점들이 타임라인에 상세히 정리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에 발생했습니다. 기존 세입자가 계약을 갱신했더라면 보장받았을 2년의 기간(2024년 9월까지)이 끝나기 약 7개월 전, 집주인은 새로운 세입자와 임대차 계약을 맺고 집을 전세로 내놓은 뒤 다른 곳으로 이사했습니다. 퇴거했던 이전 세입자는 확정일자 열람 등을 통해 제3자가 전입한 사실을 확인하고 전 집주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집주인은 자신이 소유한 다른 다가구주택 세입자 6명이 2024년 초 전세 만기 도래와 함께 일제히 보증금 반환을 요구해 급전 5억여 원이 필요했다고 항변했습니다. 소득이 없어 대출이 불가능했고 살던 아파트를 팔면 양도소득세 부담이 커 전세를 놓아 보증금을 마련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였습니다. 1심은 집주인의 불가피한 사정을 인정해 기각했으나, 2심과 대법원은 원심을 뒤집고 전 세입자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2.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정당한 사유'의 높은 문턱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에 따르면 임대인은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갱신되었을 기간(2년)이 지나기 전에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주택을 임대한 경우 기존 임차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임대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한 뒤, 약 1년 반 만에 제3자와 새 계약을 맺게 된 전체적인 사건 흐름입니다.
핵심은 법문에 명시된 '정당한 사유'를 법원이 어디까지 인정해 주느냐입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집주인에게 닥친 개인적인 자금난이나 다주택 보유에 따른 역전세 리스크가 법적 면책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내 집에 1년 반 넘게 실제로 살았으니 속임수를 쓴 것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법원은 의무 기간 미달 자체를 엄격한 계약 위반으로 판단했습니다. 실거주 예외를 좁게 해석하지 않으면 1년 남짓 거주한 뒤 시세를 올려 재임대하는 우회 행위를 막을 수 없다는 사법부의 판단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3. 법원은 왜 인정하지 않았나: '예측 가능성'과 '불가피성'의 결여
2심 재판부와 대법원이 집주인의 주장을 배척한 논리는 크게 두 가지 요건으로 압축됩니다. 바로 '채무의 예측 가능성'과 '행위의 불가피성'입니다.

집주인이 실거주 의무 기간을 채우지 못한 사정이 법원에서 왜 정당한 사유로 인정받지 못했는지 쟁점을 살펴봅니다.
첫째, 다가구주택 세입자들의 보증금 반환 채무는 사전에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집주인이 2022년 9월 아파트 세입자를 내보낼 당시 이미 2024년 초 다가구주택 전세 만기들이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이는 예측 불가능한 돌발 채무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둘째, 아파트에 새 전세 세입자를 들이는 방식 외에 다른 해결 수단이 전혀 없었는지에 대한 소명이 부족했습니다. 다가구주택 자체를 매각하거나 다른 자산 처분을 시도하는 등 대안이 존재했음에도, 갱신이 거절된 아파트를 다시 세놓는 방식을 택한 것은 임대인의 자발적 선택에 불과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더불어 과거 집주인이 기존 세입자에게 시세에 맞춰 보증금을 크게 올려달라고 타진했던 정황 등도 판결 과정에서 참작되며 손해배상 의무가 최종 확정되었습니다.
4. 손해배상액은 어떻게 계산될까?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실거주 위반 시 손해배상액을 다음 세 가지 기준 중 가장 큰 금액으로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 갱신 거절 당시 환산월차임의 3개월분에 해당하는 금액
- 임대인이 제3자에게 임대하여 얻은 환산월차임과 갱신 거절 당시 환산월차임 간 차액의 24개월분
- 갱신 거절로 인하여 임차인이 입은 손해액(이사비, 중개수수료 등 실제 손해)

법원은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 갱신을 거절한 뒤 제3자에게 임대할 경우 법적 책임을 엄격하게 묻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는 집주인이 새 임차인에게 높은 보증금과 월세를 받음으로써 얻은 초과 이익 전체가 약 4,000만 원으로 산정되었고, 기존 세입자가 청구한 3,000만 원 전액이 배상액으로 인용되었습니다.
실무적으로 이번 판결은 다주택을 소유한 임대인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자금 사정이 급해지더라도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한 주택은 만 2년 동안 타인에게 임대하는 순간 거액의 손해배상 채무를 떠안게 됩니다.
5. 남은 쟁점과 향후 주목할 부분: '중도 매각'과 '공실'은 안전한가
그렇다면 실거주를 하다가 부득이하게 집을 팔아야 하거나 비워두는 경우는 어떨까요? 법 조문은 제3자에게 '임대한 경우'를 명시하고 있어, 매각이나 공실 상태에 대해서는 법적 해석이 갈리고 있습니다.

계약 갱신 거절의 정당한 사유로 실거주를 내세웠다면 그 목적을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는 점을 법 조항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부 하급심과 법률 전문가들은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를 내보낸 뒤 단기간 내에 집을 매각한 행위 역시 민법 제750조상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고 봅니다. 실거주 예외 조항을 주택 처분 용도로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반면 임대차보호법 조문에 없는 매매나 공실까지 제한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사유재산권 행사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반론도 팽팽합니다. 향후 실거주 후 중도 매각에 대한 대법원의 명시적인 판례가 추가로 확립되는지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FAQ
집주인이 실거주를 시작한 후 사정이 생겨 1년 만에 이사를 나가면 무조건 배상해야 하나요?
원칙적으로 기존 세입자의 갱신 기간(2년) 내에 제3자에게 다시 임대하면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합니다. 법원이 인정하는 '정당한 사유'는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사고나 중병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정되며, 일반적인 자금난이나 이직 등은 면책 사유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실거주 갱신거절 후 2년 내에 집을 매도하는 것도 법 위반인가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5항은 '제3자에게 임대한 경우'를 규정하고 있으나, 하급심 판례 중에는 실거주 약속을 어기고 단기간에 매도한 행위를 민법상 불법행위로 보아 손해배상을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법적 다툼의 소지가 크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전 세입자는 집주인이 진짜 살고 있는지 어떻게 확인하나요?
계약갱신이 거절된 전 세입자는 해당 주택의 임대차 정보 이해관계인에 해당합니다. 관할 주민센터나 등기소에서 확정일자 부여 현황이나 전입세대확인서를 열람하여 제3자가 전입했거나 새로운 임대차 계약이 체결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