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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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전기는 대기업, 국민은 LNG 전기? 원전 직거래 법안의 진실

spark_icon9분 지식
  • 국내 제조업계는 가파르게 오른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을 덜기 위해 한전을 거치지 않는 원전 직거래(PPA) 허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 하지만 가장 저렴한 원전 전력을 특정 기업이 선점하면 전력망에 비싼 LNG 발전 비중이 늘어나 일반 국민의 요금 부담이 커집니다.
  • 해외처럼 원전 리스크와 설비 비용을 기업이 함께 분담하는 구조가 아니라면, 특정 산업 지원은 직거래 편법이 아닌 투명한 재정 보조금으로 풀어야 합니다.

국내 제조업체들이 한국전력을 거치지 않고 원자력 발전소와 직접 전력구매계약(PPA)을 맺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글로벌 탄소 규제에 대응하고 전기요금 부담을 낮추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처럼 보이지만, 가장 저렴한 기저 발전을 특정 기업이 가져갈 경우 남겨진 전력망의 발전 단가가 상승해 일반 소비자와 국민에게 비용이 전가되는 구조적 모순이 발생합니다.

해외 주요국 역시 전력 직거래를 운영하고 있지만, 한국 기업들이 요구하는 방식과는 시장 구조와 위험 분담 방식이 완전히 다릅니다. 원전 PPA 법안의 구조적 쟁점과 해외 사례의 교훈을 짚어봅니다.

화면 중앙에는 '고동진 의원, 원전 PPA 지원법 발의'라는 제목의 뉴스 기사가 띄워져 있고, 화면 우측 하단에는 안경을 쓴 진행자가 마이크 앞에 앉아 설명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원전에서 전력을 직접 구매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가 이어지며, 관련 법안 발의까지 논의되고 있습니다.

1. 원전 전력 직접구매(PPA) 요구

최근 국회에서는 기업이 한전을 거치지 않고 원전이나 가스 발전소와 직접 전력 구매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되었습니다. 현재 국내 전력시장에서 PPA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되어 있으며, 원전을 포함한 일반 발전원의 전력은 모두 한전이 일괄 구매한 뒤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법안 개정 요구의 선두에는 철강 등 대규모 에너지 다소비 제조업체들이 있습니다. 포스코는 탄소중립을 위해 석탄 고로를 없애고 수소와 전기로 철을 만드는 수소환원제철 전환을 추진 중인데, 이를 위해서는 8GW(원전 약 6기 분량)에 달하는 막대한 무탄소 전력이 필요합니다. 비싼 재생에너지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으니, 저렴한 원전 전기를 직접 사올 수 있게 해달라는 주장입니다.

기업들이 직거래를 원하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가격 차이입니다. 국내 산업용 전기 소매 요금은 kWh당 약 182원 수준인 반면, 원전의 정산단가는 kWh당 약 90원(법안 산정 기준 66원) 수준에 불과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한전의 유통 마진과 송배전망 비용 등을 거치지 않고 직거래를 하면 전력 조달 비용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고 계산하는 것입니다.

화면 좌측에는 고로 조업 방식과 수소환원제철 방식의 차이를 비교한 도표가 나타나 있고, 우측에는 마이크 앞에 앉아 설명하는 남성 출연자의 모습이 담긴 영상 캡처 화면입니다.

탄소 국경세와 같은 글로벌 규제 대응을 위해 철강업계가 추진 중인 수소환원제철 공정의 핵심 원리를 보여줍니다.

2. 가장 싼 전기가 빠져나간 자리의 대가

기업이 저렴한 원전 전력을 독점적으로 가져가면 전체 전력시장에는 심각한 왜곡이 발생합니다. 한국의 전력시장은 가장 저렴한 원자력과 석탄부터 가동하고, 부족한 전력을 상대적으로 비싼 LNG 발전 등으로 채워 평균 단가를 낮추는 구조로 운영됩니다.

그런데 전력망에서 원전 1GW가 직거래로 빠져나가면, 그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전력망에는 더 비싼 LNG 발전이 투입되어야 합니다. 결국 전체 전력 도매시장의 평균 구입 단가가 상승하게 되고, 한전의 누적 적자와 일반 국민·중소기업의 전기요금 인상 압력으로 고스란히 전가됩니다.

기업들은 설계 수명이 만료되어 계속 운전을 준비 중인 원전을 자신들의 자금으로 설비 개선해 쓰겠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계속 운전 원전은 건설비 감가상각이 끝나 원가가 신규 원전보다도 훨씬 저렴한 알짜 전원입니다. 공공과 사회가 안전 위험과 사회적 갈등 비용을 치르며 구축해 놓은 공공 자산의 혜택을 특정 기업이 독점적으로 챙기는 '체리피킹(Cherry-picking)'이 되는 셈입니다.

미국 서스퀘한나 원자력 발전소와 바로 옆에 자리 잡은 대형 데이터 센터 건물을 보여주는 슬라이드 화면과 이를 설명하는 발표자의 모습.

미국에서는 원전 옆에 전용 데이터 센터를 지어 전력을 직접 공급하는 방식이 이미 활발하게 시도되고 있습니다.

3. 미국과 프랑스는 왜 원전 PPA를 다르게 다루는가

법안 찬성 측에서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도 원전 PPA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듭니다. 하지만 미국의 전력 직거래는 전기가 싸서가 아니라, 24시간 안정적인 무탄소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프리미엄(웃돈)을 주고 구매하는 구조입니다. 미국은 천연가스와 태양광 발전 단가가 매우 낮아 원전이 오히려 비싼 축에 속합니다.

미국 규제 당국의 태도도 명확합니다. 아마존웹서비스(AWS)가 탈렌 에너지의 원전 바로 옆에 데이터센터를 짓고 기존 300MW 규모의 직접 공급 전력 용량을 확대하려 하자,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는 이를 가로막았습니다. 기존 전력망으로 공급되던 원전 전력이 특정 기업으로 빠져나가면 전력 공급이 줄어 도매가격이 오르고 다른 소비자에게 피해를 준다는 이유였습니다. 결국 아마존은 전력망을 거쳐 도매가격으로 정산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수정해야 했습니다.

주요 발전 기술별 LCOE 비용이 정리된 표를 가리키고 있는 슬라이드 화면과 이를 설명하는 남성이 보이는 영상 캡처 화면입니다.

계속 운전 중인 원전은 신규 원전보다 발전 단가가 훨씬 낮아 경제적 효율성이 높습니다.

프랑스의 실패 사례는 더욱 뼈아픕니다. 프랑스는 국영 전력회사 EDF의 원전 전력 중 일부(약 100TWh)를 민간 전력 판매사들에게 규제 가격(MWh당 42유로)으로 강제 할당하는 ARENH 제도를 운영했습니다. 그러나 2022년 에너지 위기와 원전 배관 균열로 가동률이 절반으로 떨어지자, EDF는 시장에서 MWh당 200유로가 넘는 전기를 사와 민간에 42유로로 공급하며 천문학적인 적자를 냈고 결국 완전 국유화되었습니다.

이후 프랑스는 기업이 원전 운영에 따른 위험과 설비 투자 비용을 선납금 형태로 먼저 분담하고 장기 고정 가격으로 계약하는 CAPN 방식으로 제도를 전면 개편했습니다. 핀란드의 '망칼라(Mankala)' 모델 역시 민간 기업들이 원전 건설에 직접 지분을 투자해 공기 지연과 비용 초과 리스크를 전부 떠안는 조건으로 전력을 원가에 배분받습니다.

4. 한국 제조업의 딜레마와 실제 현실

국내 제조업계의 위기감 자체는 현실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2~3년간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저렴한 전기와 정부 보조금으로 무장한 중국 철강·소재 기업들과의 글로벌 가격 경쟁에서 크게 밀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가 부담을 이기지 못한 기업들은 해외 공장 증설을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처지입니다.

안경을 쓴 남성이 스튜디오 테이블 앞에 앉아 마이크를 앞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고민하는 에너지 포트폴리오의 현실을 짚어봅니다.

하지만 전력 직거래라는 우회로를 통해 문제를 풀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특정 핵심 기간산업의 탄소중립 전환과 수출 경쟁력 유지가 국가적으로 반드시 필요하다면, 전력 직거래라는 불투명한 요금 왜곡 대신 직접적인 재정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 등 투명한 사회적 합의를 거치는 방식이 정석입니다.

궁극적으로 국내 산업의 전력 비용을 낮추려면 값싼 기저 전원인 원전의 발전 비중 자체를 전향적으로 확대해야 합니다. 포스코가 수소환원제철의 경제성을 맞추기 위해 제시한 최적 전원 믹스는 원전 60%, 재생에너지 30%, LNG 10% 수준입니다. 현재 한국의 전원 믹스(원전 약 30%)와 비교하면 저렴한 무탄소 전력의 공급 총량 자체가 훨씬 더 늘어나야 함을 보여줍니다.

5. 앞으로 무엇을 지켜보아야 하는가

원전 PPA 논의가 현실화되려면 기업이 저렴한 가격 혜택만 취하고 위험은 사회에 넘기는 무임승차 구조를 철저히 차단해야 합니다. 향후 소형모듈원전(SMR)이 상용화되어 기업이 자기 부지 안에서 자체 자금으로 발전소를 건설해 자가소비하는 수준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기존 대형 원전의 전력을 임의로 직거래하는 것에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향후 전력 제도 개편에서는 기업이 원전 건설과 운영 리스크, 송배전망 이용료, 폐로 비용을 얼마나 공정하게 분담하는지, 그리고 특정 계약이 전체 국민 전기요금에 미치는 영향이 투명하게 검증되는지를 핵심적으로 감시해야 합니다.


FAQ

국내 기업들이 원전 전력 직접구매(PPA)를 요구하는 핵심 이유는 무엇인가요?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소매가 약 182원/kWh)에 비해 원전 정산단가(약 90원/kWh 이하)가 훨씬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탄소국경세 등 글로벌 규제에 대응해 대규모 무탄소 전력이 필요한 철강·제조업체들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직거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원전 직거래가 허용되면 왜 일반 국민의 전기요금이 오를 수 있나요?

전력시장에서 가장 저렴한 기저 발전원인 원전이 대기업 직거래로 빠져나가면, 기존 전력망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LNG 등 단가가 비싼 발전기를 더 많이 돌려야 합니다. 이로 인해 전력 도매시장의 평균 단가가 상승하여 일반 소비자의 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도 원전 PPA를 하는데 한국과 무엇이 다른가요?

미국은 가스 발전과 신재생이 매우 저렴해 원전이 상대적으로 비쌉니다. 미국 기업들은 싼 전기를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24시간 중단 없는 무탄소 전력을 얻기 위해 비싼 값을 치르고 원전을 계약합니다. 또한 특정 기업의 직거래로 전력망 가격이 오를 위험이 있으면 규제 당국(FERC)이 이를 엄격히 제한합니다.

해외에서는 원전 직거래 리스크를 어떻게 해결했나요?

프랑스는 원전 전력을 원가에 할당하던 기존 제도를 폐지하고, 기업이 선납금을 내고 운영 비용과 위험을 함께 부담하는 장기계약(CAPN)으로 전환했습니다. 핀란드는 기업들이 원전 건설 지분에 직접 투자해 공기 지연과 비용 초과 위험을 함께 분담하는 망칼라 모델을 운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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