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는 재생에너지 설비를 100GW까지 대폭 늘리며, 태양광의 도매가격을 원전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습니다.
- 하지만 이는 태양광의 필수 약점인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한 거대한 ESS(에너지저장장치) 구축 등 막대한 시스템 비용을 누락한 착시입니다.
- 친환경 에너지 전환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겉보기 가격이 아닌 실질적인 전기요금 인상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회적 합의를 구해야 합니다.

정부가 최근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현재 37GW 수준인 태양광·풍력 설비를 2030년까지 무려 100GW로 세 배 가까이 늘리겠다는 겁니다. 여기서 굉장히 솔깃한 주장이 하나 등장합니다. 주무 부처 장관이 "2035년이 되면 태양광 발전 원가를 원전 수준으로 싸게 만들겠다"고 공언한 것이죠. 친환경인데 원전만큼 싸다니, 사실이라면 누구도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이 선언의 이면에는 아직 청구되지 않은 거대한 비용이 숨어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지식 언더스탠딩, 오늘은 3배 커지는 태양광 발전 뒤에 숨겨진 진짜 영수증에 대해 꼼꼼히 따져보겠습니다.
100GW 시대, 재생에너지 청사진의 이면
정부가 내놓은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은 향후 우리나라 전력 수급의 밑그림을 그리는 매우 중요한 지표입니다. 268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투자가 예고되어 있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화석연료인 LNG 가격이 요동치는 것을 보면서,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재생에너지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방향성 자체는 세계적인 트렌드이기도 합니다.
정부가 발표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태양광 설비를 100GW 규모로 대폭 늘릴 예정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의아했던 건, 비용에 대한 설명입니다. 정부는 2030년 태양광의 도매가격을 1kWh당 100원, 2035년에는 80원 수준까지 낮추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현재 원전 정산 단가가 79원 정도이니, 정말 원전과 비슷해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자, 그러면 우리는 안심하고 재생에너지를 마구 늘려도 되는 걸까요? 여기서 핵심이 뭐냐면, 정부가 말하는 '가격'과 실제 '비용' 사이에는 엄청난 착시가 존재한다는 겁니다.
도매가격의 착시: 태양광 원가의 진실
태양광 발전의 가격 구조를 이해하려면, 전력 시장의 독특한 정산 방식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흔히 '도매가격(정산단가)'이라고 부르는 것은 한전이 발전소에서 전기를 사 오는 겉보기 가격입니다.
정부가 제시한 2035년까지의 태양광 및 풍력 발전 단가 하향 목표치와 현재 원전 단가를 비교한 자료입니다.
지난해 기준 대체에너지(재생에너지)의 도매가격은 1kWh당 약 121원이었습니다. LNG(158원)나 석탄(138원)보다 오히려 쌉니다. 이것만 보면 "어? 태양광이 벌써 화석연료보다 싸네?"라고 생각하시겠죠?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태양광 발전소를 20년간 운영한다고 가정했을 때, 초기 자본과 유지비 등을 모두 고려한 이론적 생산원가(균등화 발전비용, LCOE)는 국내 기준 평균 122원입니다. 즉, 도매가격 121원만 받고 팔면 발전 사업자는 손해를 보는 구조입니다. 그럼 어떻게 장사를 할까요? 정부는 발전 사업자가 손해를 보지 않도록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라는 일종의 보조금을 얹어줍니다. 1kWh당 약 72원 정도의 추가 수익이 발생하죠. 도매가격 121원에 REC 수익 72원을 더해 총 191원 정도를 받아야 비로소 태양광 발전소가 굴러갑니다. 원전(79원)과는 이미 여기서부터 두 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숨겨진 청구서, '시스템 비용'의 정체
그런데 진짜 무서운 청구서는 아직 시작도 안 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191원은 발전소 문 앞까지만 계산된 가격입니다. 태양광이 가진 치명적인 단점, 바로 '간헐성'을 해결하기 위한 비용이 빠져 있습니다.
특정 시간대 전체 전력 수요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태양광 발전 비중을 통해 에너지 수급 구조를 살펴봅니다.
햇빛이 쨍쨍한 낮에는 전기가 쏟아지지만, 비가 오거나 밤이 되면 전기가 뚝 끊깁니다. 전력망은 수요와 공급이 1초라도 어긋나면 대정전(블랙아웃)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 들쭉날쭉한 전기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면 거대한 배터리, 즉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을 무조건 붙여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우리나라 태양광 비중이 전체의 10% 남짓이었고, 기존에 있던 양수발전소를 일종의 거대한 배터리처럼 활용해 버텨왔습니다. 하지만 태양광 설비가 100GW로 늘어나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넘쳐나는 전기를 버리지 않으려면 막대한 돈을 들여 ESS를 설치하고, 시골 구석구석에 흩어진 태양광 발전소를 잇는 송전망을 새로 깔아야 합니다. 이를 '시스템 비용'이라고 부릅니다. 전문가들의 추산에 따르면, 글로벌 평균적인 ESS 설치 비용을 국내에 적용할 경우 1kWh당 대략 90~100원의 비용이 추가됩니다. 기존 191원에 100원을 더하면 290원에 육박합니다. 원전의 3~4배 수준이자, 화석연료 중 가장 비싼 유류 발전과 맞먹는 엄청나게 비싼 전기가 되는 셈입니다.
땅값을 낮추면 원전만큼 싸질까?
정부도 태양광 원가가 비싸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닙니다. 우리나라 태양광이 비싼 가장 큰 이유는 좁은 국토와 비싼 땅값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부는 산단 지붕, 농수로, 시화호 간척지 같은 국공유지를 활용해 땅값을 대폭 낮추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땅값이 빠지면 원가를 크게 절감할 수 있으니, 도매가격을 80원대까지 낮추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정부는 산단 지붕이나 국공유지 등 땅값을 절감할 수 있는 입지를 활용해 태양광 발전 원가를 낮추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전제가 있습니다. 땅값을 아무리 낮춰도, 전기를 저장해야 하는 ESS 설치 비용과 송전망 확충 비용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시스템 비용을 제외한 도매가격만 뚝 떼어놓고 "원전만큼 싸진다"고 말하는 것은, 자동차를 팔면서 엔진과 바퀴 가격은 빼고 껍데기 견적서만 내미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친환경의 진짜 비용, 공론화가 필요할 때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재생에너지를 늘리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기후 위기 대응과 글로벌 산업 트렌드를 고려할 때,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은 우리가 반드시 가야 할 길입니다. 중국조차 이미 전체 전력의 절반 가까이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며 막대한 ESS를 깔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재생 에너지가 석탄 발전 비중을 추월하며 에너지 전환의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비용의 투명성'입니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필연적으로 막대한 시스템 비용을 수반하며, 이는 결국 우리가 내는 전기요금 인상이나 세금 투입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친환경 에너지는 비싸다. 하지만 지구를 살리고 미래 산업 경쟁력을 위해 우리가 이만큼의 전기요금 인상을 감수해야 한다"고 솔직하게 설득해야 합니다. 표면적인 도매가격만 내세워 당장의 저항을 피하려 한다면, 훗날 날아온 거대한 청구서 앞에서 더 큰 사회적 갈등을 겪게 될 것입니다. 미래를 위한 투자에는 반드시 정당한 대가가 따릅니다. 이제는 그 대가를 누가, 어떻게 치를 것인지 냉정하게 공론화해야 할 시점입니다.
FAQ
태양광 발전의 도매가격이 원전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건 사실이 아닌가요?
도매가격(정산단가) 자체는 국공유지를 활용해 땅값을 낮추는 등의 물리적 노력으로 낮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발전소 문 앞까지의 겉보기 가격일 뿐,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필수적인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송전망 확충 등 막대한 '시스템 비용'이 누락되어 있어 소비자가 감당할 실제 비용이 싸진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왜 갑자기 막대한 시스템 비용(ESS)이 필요해진 건가요?
태양광은 날씨와 시간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한 '간헐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태양광 비중이 작아 기존 양수발전소만으로도 이 변동성을 감당할 수 있었지만, 설비가 100GW 규모로 3배 이상 폭증하게 되면 남는 전기를 저장하고 모자랄 때 꺼내 쓸 거대한 배터리(ESS) 인프라가 무조건적으로 필요해집니다.
결국 우리가 내는 전기요금이 크게 오르게 되나요?
네, 그렇습니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ESS 구축과 전력망 확충 비용은 결국 한전의 적자로 쌓이거나 소비자의 전기요금에 반영될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시스템 비용을 모두 포함할 경우 태양광의 실질 원가가 현재 원전의 3~4배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