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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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다이바가 폭망 중인 이유

spark_icon7분 지식
  • 도쿄의 대표 랜드마크였던 오다이바 남부 지역이 대형 시설들의 잇따른 철거로 공터화되며 급격한 침체를 겪고 있습니다.
  • 화려했던 번영 뒤에는 10~20년짜리 한시적 토지 임대 계약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있었고, 계약 만료 시점이 겹치며 연쇄 폐관으로 이어졌습니다.
  • 도쿄도가 토지 매각을 허용하면서 대기업 중심의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지만, 과거 상권을 온전히 회복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입니다.

도쿄를 여행해 본 분들이라면 푸른 바다를 가로지르는 레인보우 브릿지와 무인열차 유리카모메, 거대한 자유의 여신상과 실물 크기 건담, 밤하늘을 밝히던 대관람차의 풍경을 기억하실 겁니다. 한때 주말마다 수많은 인파로 붐비고 불꽃놀이 하나에 수백만 명이 모여들던 도쿄 최고의 미래형 인공섬 신도시, 바로 오다이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최근 오다이바를 찾아가 보면 믿기 힘든 광경이 펼쳐집니다. 오다이바 남쪽 중심부의 건물과 명물들이 연이어 철거되면서 사람 키만 한 잡초만 무성한 공터가 끝없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평일 한낮에는 도쿄 도심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한산해졌고, 주요 역 이용객 수는 전성기 대비 8분의 1 토막 수준으로 급감하는 등 사실상 거대한 도심 속 폐허처럼 방치되고 있습니다. 화려했던 오다이바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1. 랜드마크의 연쇄 폐관과 급격한 상권 붕괴

오다이바의 위기는 2021년 가을부터 눈에 띄게 가속화되었습니다. 연간 100만 명 이상이 찾던 오다이바 최고의 랜드마크이자 밤도깨비 여행객의 필수 코스였던 오에도 온천이 2021년 9월 돌연 문을 닫았습니다.

한 남성이 스튜디오에서 마이크를 앞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며, 왼쪽에는 '2021년 오에도 온천 폐관'이라는 자막과 함께 붉은색 노렌이 걸린 온천 입구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연간 백만 명 이상이 방문하며 오다이바 관광의 정점으로 꼽히던 오에도 온천마저 문을 닫으면서 지역 상권은 걷잡을 수 없이 휘청이기 시작했습니다.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2022년에는 대형 복합 쇼핑몰이자 테마파크였던 팔레트 타운 전체가 전면 폐관에 들어갔습니다. 유럽풍 쇼핑몰 비너스포트와 유명 공연장 제프 도쿄가 문을 닫았고, 오다이바의 상징과도 같았던 세계 최대급 대관람차마저 완전히 해체되어 사라졌습니다.

도시계획 관점에서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바로 관광 연계 고리의 붕괴였습니다. 관광객들은 오다이바에 단순히 쇼핑 하나만을 보러 오지 않았습니다. 낮에 쇼핑몰을 구경하고 저녁에 관람차 야경을 즐긴 뒤, 밤에 온천에서 하루의 피로를 푸는 유기적인 '원스톱 코스'를 즐기러 왔던 것입니다. 핵심 앵커 시설들이 사라지자 아오미역 일대 유동 인구는 급감했고, 남쪽 지구 전체가 고립된 황무지로 변해버렸습니다.

2. 버블 붕괴와 ‘임시 가설 건축물’이라는 태생적 덫

그렇다면 전 세계 관광객을 끌어모으던 알짜 시설들이 왜 한순간에 전부 철거되어야 했을까요? 그 원인을 이해하려면 1980년대 후반 일본 버블 경제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당시 도쿄도는 치솟는 부동산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오다이바를 주거·업무·상업이 완벽히 해결되는 21세기형 부도심으로 만들겠다는 거대한 청사진을 세웠습니다. 레인보우 브릿지와 철도를 놓으며 1996년 '세계도시 박람회' 개최를 준비했으나, 1990년대 초 버블이 붕괴하고 1995년 당선된 아오시마 유키오 도쿄도지사가 재정 낭비를 이유로 박람회를 전면 백지화하면서 거대한 빚더미와 공터만 남게 되었습니다.

방송 화면에 오다이바의 역 이용객 수와 외국인 방문객 비율 변화를 나타내는 막대그래프 두 개가 나란히 배치되어 있고, 우측에는 안경을 쓴 남성이 이야기하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사람들로 북적이던 과거와 달리 주요 시설이 사라지면서 이용객과 방문객 수치가 눈에 띄게 줄어든 현실을 수치로 보여줍니다.

도쿄도는 땅을 살리기 위해 파격적인 유인책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단 하나, 토지 매각만큼은 끝까지 거부했습니다. 기업들에게 땅의 소유권을 파는 대신 10년에서 20년짜리 장기 임대 방식으로만 부지를 제공했던 것입니다. 즉, 우리가 열광했던 오에도 온천과 팔레트 타운 등의 건물들은 영구적인 건축물이 아니라 계약 기간이 끝나면 건물을 부수고 원상복구해 돌려주어야 하는 잠정 이용 목적의 임시 가설 건축물이었습니다.

2021년과 2022년은 바로 이 20년, 10년 단위 토지 임대 계약이 동시다발적으로 만료되는 시점이었습니다. 지자체에 빈 땅을 반환해야 하는 법적 기한이 다가오자 모든 랜드마크가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허물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3. 미디어 파워의 쇠락과 신규 시도의 실패

오다이바의 초기 성공을 견인했던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도 쇠락을 부채질했습니다. 1997년 오다이바로 본사를 이전했던 후지TV는 자사 방송마다 오다이바의 야경과 풍경을 노출하며 무료 전국구 홍보 효과를 톡톡히 냈습니다. 하지만 최근 후지TV의 오랜 시청률 부진과 영향력 약화로 인해 방송을 통한 도시 브랜딩 파워는 과거에 크게 못 미치게 되었습니다.

오다이바의 몰락을 설명하는 영상의 화면으로, 정글리아 테마파크의 적자 소식을 알리는 뉴스 기사와 이를 설명하는 남성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았던 대형 테마파크마저 막대한 운영 적자를 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비너스포트 건물을 재활용해 2024년 새롭게 문을 연 실감형 테마파크 '이머시브 포트 도쿄' 등 후속 콘텐츠 역시 운영 미숙과 흥행 부진으로 적자를 면치 못했습니다. 여기에 오랜 기간 자리를 지켰던 건담 조형물마저 철거되는 등 방문객의 발길을 잡아끌 독점적 킬러 콘텐츠가 사라지며 북쪽(아쿠아시티 일대)과 남쪽(아오미 일대)의 극단적인 양극화만 남게 되었습니다.

4. 토지 매각 전환과 재개발, 오다이바는 부활할 수 있을까

결국 도쿄도 역시 10~20년짜리 단기 임대 방식으로는 대기업들의 대규모 장기 투자를 이끌어낼 수 없다는 한계를 인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최근 남부 아오미 지구를 비롯한 주요 미개발 부지의 토지 매각을 전면 허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급선회했습니다.

현재 토요타와 모리빌딩 등 일본의 대형 부동산 개발사들이 해당 부지를 매입하여 대규모 재개발인 이른바 '오다이바 리셋 프로젝트'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다이버시티 도쿄 등 남아 있는 주요 시설들 역시 토지 매입을 통한 영구적 운영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규모 복합단지가 새로 설계되고 완공되기까지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사이 관광 수요는 인근 도요스 만요클럽이나 팀랩 플래닛 등 신흥 명소로 빠르게 분산되고 있습니다. 시한폭탄과도 같았던 20년 임대 계약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오다이바가 과연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새로운 미래 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오늘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FAQ

오다이바의 대표 랜드마크였던 오에도 온천은 왜 문을 닫았나요?

오에도 온천은 도쿄도로부터 20년 기한으로 토지를 빌려 지은 임시 가설 건축물이었습니다. 2021년 9월부로 20년 토지 임대 계약이 만료되면서 건물을 철거하고 도쿄도에 빈 땅을 반환해야 했기 때문에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팔레트 타운의 대관람차와 비너스포트도 같은 이유로 철거되었나요?

그렇습니다. 팔레트 타운 역시 10~20년 장기 임대 계약을 맺고 운영되던 시설로, 계약 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2022년에 순차적으로 영업을 종료하고 철거되었습니다.

앞으로 오다이바 지역은 어떻게 변화하게 되나요?

도쿄도가 기존의 토지 임대 방침을 바꾸어 토지 매각을 허용함에 따라, 토요타와 모리빌딩 등 주요 대기업들이 부지를 매입해 새로운 복합단지 재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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