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빌라 사이 1m 남짓한 틈은 단순한 욕심이 아니라 민법 제242조가 정한 최소 이격거리 50cm에서 비롯된 결과입니다.
- 1999년 규제 완화로 건축법의 사전 심사 규정이 7년간 폐지되면서, 이웃 간 사후 소송 외에는 건물 밀착을 막지 못하는 공백이 발생했습니다.
- 2006년 대지 안의 공지 규정이 부활했으나 기존 건물과 완화 조항 탓에 화재 안전에 필요한 3m 간격 확보와는 여전히 거리가 멉니다.

창문을 열었을 때 팔을 뻗으면 닿을 듯 코앞에 마주 선 옆집 벽,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에서 흔히 마주치는 풍경입니다. 일조권과 환기가 모두 차단되는 이 비좁은 틈은 단순히 건물주의 무리한 욕심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법이 정한 최소 기준이 양쪽 대지 경계선에서 각각 50cm였기 때문입니다.
이 좁은 틈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려면 우리나라 법 체계에서 건물 사이 거리를 다뤄온 방식과, 1999년부터 7년 동안 벌어졌던 제도적 공백을 짚어봐야 합니다.
왜 이 틈의 크기가 문제인가: 햇빛, 바람, 그리고 화재
건물과 건물 사이의 거리는 단순한 시각적 답답함의 문제를 넘어 주거 환경과 안전에 직결됩니다. 통풍과 채광이 확보되지 않으면 실내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며, 무엇보다 재난 상황에서 대피로 확보와 화재 확산 방지가 불가능해집니다.
2017년 한국화재소방학회 연구에 따르면 필로티 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가 옆 동 건물로 옮겨붙지 않으려면 최소 3m 이상의 이격거리가 확보되어야 합니다. 방 하나 폭에 달하는 3m의 공간이 비어 있어야 화염의 전이를 물리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우리 주변의 빌라 틈은 이 안전 거리와 현저한 격차를 보입니다.
50cm의 근거: 민법 제242조와 '대지 안의 공지'
건물을 지을 때 비워두어야 하는 최소 거리는 민법 제242조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법 조항에 따르면 건물을 축조할 때는 특별한 관습이 없는 한 경계로부터 반 미터(50cm) 이상의 거리를 두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이 조항의 취지를 바람과 햇빛을 통하게 하고 화재 등 재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측정 기준 역시 벽면 중심이 아니라 건물에서 가장 바깥으로 튀어나온 돌출부부터 잽니다. 내 땅 끝에서 50cm를 띄우고, 옆집도 자기 땅 끝에서 50cm를 띄우면 결과적으로 두 건물 사이에 남는 공간은 딱 1m가 됩니다. 성인 한 팔 길이에 불과한 틈이 법적으로 허용된 최소치였던 셈입니다.
이와 별개로 1976년 2월 1일 건축법에는 '대지 안의 공지' 규정이 도입되어 건물 둘레에 일정 공간을 의무적으로 남기도록 강제했습니다.
혼란의 시작: 사전 심사하는 건축법과 사후 구제인 민법의 차이
많은 사람이 민법에 50cm 기준이 있으니 건물이 지나치게 붙어 지어질 수 없다고 오해합니다. 하지만 두 법률이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건축법은 건물을 짓기 전 설계 단계에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하는 사전 심사 제도를 운영합니다.
건축법은 인허가 단계에서 구청이 도면을 사전에 검토하고 기준에 미달하면 허가를 내주지 않습니다. 반면 민법은 행정기관이 도면을 미리 걸러주지 않습니다. 옆집 건물주가 공사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이격거리 침해 사실을 알아채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야만 작동합니다.
1999년, 정부는 불필요한 규제를 덜어낸다는 명분으로 건축법의 '대지 안의 공지' 규정을 폐지했습니다. 50cm 기준이 어차피 민법에 있으니 이중 규제라는 논리였습니다. 그러나 관청의 사전 도면 심사가 사라지면서 치명적인 맹점이 발생했습니다.
7년간의 규제 공백과 철거가 불가능한 사후 소송
규제가 사라진 1999년부터 2006년 사이, 도면 검토 없이 경계선을 바짝 채운 건물들이 도심 곳곳에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이웃 주민이 뒤늦게 민법을 근거로 건물을 헐어내라고 소송을 걸면 되지 않았을까요?

건물을 지을 때 경계로부터 최소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민법 조항입니다.
민법 제242조 제2항이 이를 가로막습니다. 건축에 착수한 후 1년이 지났거나 건물이 완성된 후에는 건물의 철거를 청구할 수 없고 오직 금전적인 손해배상만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2011년 대법원 판결에서도 이미 완공된 건물을 헐라는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다 지어진 건물은 법적으로 헐 수 없다는 한계 탓에, 1999년부터 2006년 사이에 지어진 빌라들은 사실상 맞붙은 채 도심에 영구히 남게 되었습니다.
제도의 부활과 현행 건축 기준의 한계
주거 환경 악화와 민원이 누적되자 정부는 2006년 5월, 폐지했던 '대지 안의 공지' 규정을 7년 만에 건축법에 다시 도입했습니다. 다 지은 뒤 이웃끼리 법정 다툼을 벌이게 방치하지 않고, 허가 도장을 찍기 전 행정 단계에서 걸러내기로 한 것입니다.

건물 사이의 최소 거리를 확보하는 것은 화재 확산을 막고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는 중요한 안전장치입니다.
현재 건축법 제58조는 대지 경계선에서 최대 6m 범위 안에서 지자체 조례가 정하는 거리만큼 띄워 건축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이 조항의 목적이 통풍 및 개방감 확보, 화재 확산 방지, 피난 통로 확보에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에 따라 신축 빌라는 인허가 시 지자체별 이격 기준을 사전에 확인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한계는 존재합니다. 규정이 없던 7년 동안 지어진 기축 건물들은 용도 변경이나 리모델링 시 현행 기준을 맞추기 어려워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게다가 2007년에는 다세대주택 공급 확대를 이유로 일조권 확보를 위한 이격 기준을 건물 높이의 4분의 1에서 조례에 따른 '1m 이상'으로 완화했습니다.
지자체 조례에 별도 세부 기준이 없는 경우 실질적인 이격거리는 여전히 민법상 50cm 수준에 머무릅니다. 화재 안전 연구가 제시하는 3m의 방화 간격과 비교하면, 우리가 마주하는 빌라 사이의 좁은 틈은 여전히 법적 최소치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는 셈입니다.
FAQ
빌라 사이 거리가 1m밖에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민법 제242조가 건물을 지을 때 대지 경계선으로부터 최소 50cm 이상을 띄우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양쪽 건물이 각자의 경계에서 50cm씩 띄워 지으면서 두 건물 사이에 1m의 틈이 생기게 됩니다.
옆집 건물이 50cm 규정을 어기고 너무 가깝게 지어졌다면 철거시킬 수 있나요?
공사가 시작된 지 1년이 지났거나 건물이 이미 완공된 뒤에는 민법 제242조 제2항에 따라 철거를 청구할 수 없으며, 오직 손해배상 청구만 가능합니다.
유독 옆 건물과 완전히 붙어 있는 빌라가 많은 시기가 있나요?
건축법상 '대지 안의 공지' 규정이 폐지되었던 1999년부터 2006년 사이에 지어진 건물일 가능성이 큽니다. 당시에는 관청의 사전 도면 심사가 없어 경계를 바짝 채워 짓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화재 안전상 권장되는 건물 간 최소 이격거리는 얼마인가요?
한국화재소방학회 연구 등에 따르면 필로티 구조 건물 등에서 불이 옆 건물로 옮겨붙지 않으려면 최소 3m 이상의 이격거리가 확보되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