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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령해저터널은 바다를 메우거나 상자를 가라앉히는 대신 바다 바닥 아래 55m 화강암 암반을 직접 뚫어 완공했습니다.
  • 육지 공법인 NATM을 해저에 최초 적용해 하루 2~6m씩 4,000일간 굴착하며 바닷물 유입 없이 6,927m를 연결했습니다.
  • 거대한 수압을 억지로 막기보다 물이 닿지 않는 암반층을 역이용한 발상의 전환이 1시간 반의 우회로를 10분으로 단축했습니다.

충남 보령의 대천항에서 원산도를 잇는 보령해저터널은 총연장 6,927m로 국내에서 가장 길고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긴 해저터널입니다. 차로 지나면 단 10분 만에 바다를 건널 수 있어, 과거 육지로 한 시간 반을 돌아가야 했던 교통 흐름을 획기적으로 바꾸었습니다. 하지만 이 엄청난 구조물은 바닷물을 물막이로 가두거나 흙으로 바다를 메우고 만든 것이 아닙니다. 수압과 바닷물의 위험을 극복해낸 핵심은 자연의 법칙을 역이용한 발상의 전환에 있었습니다.

왜 해저터널 공학의 발상 전환이 중요한가

바다 밑을 파고들어 가는 토목 공사에서 가장 치명적인 적은 바로 물과 거대한 수압입니다. 바다 바닥 아래의 암반에 작고 미세한 균열이라도 하나 생기면, 그 틈새로 막대한 양의 바닷물이 순식간에 쏟아져 들어와 공사 현장을 덮치게 됩니다.


바다 배경 위로 회색 블록들이 쌓여 있고 그 위에 빨간색 블록과 역삼각형 도형이 떠 있으며, 중앙에는 '첫삽을'이라는 흰색 자막이 배치된 3D 그래픽 영상 화면입니다.

기존의 관념을 뒤집는 공학적 접근이 보령해저터널을 완성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열쇠였습니다.


특히 터널을 뚫기 위해 화약을 터뜨려 암반을 깨뜨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강한 진동은 없던 암반 균열마저 새로 만들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물을 억지로 막으려고만 하면 수압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기 어렵기 때문에, 해저 터널 공사는 공학적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입니다.

보령해저터널에 적용된 심도 암반 굴착 개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공학적 개념이 바로 '심도 암반 굴착'과 육지 터널 공법인 NATM(New Austrian Tunnelling Method, 나툼 공법)의 해저 적용입니다.

이 공법은 바닷물과 직접 싸우며 물을 밀어내는 방식이 아닙니다. 바다 바닥 아래의 지층을 충분히 깊게 내려가, 바닷물이 스며들 수 없는 단단하고 유기적인 화강암 암반 자체를 터널의 거대한 천장이자 자연적인 방수벽으로 삼는 공학적 개념입니다.

흔히 오해하는 해저터널 굴착 방식의 실제

보통 해저터널이라고 하면 통영의 해저터널처럼 바다 양쪽을 흙으로 메워놓고 물을 뺀 뒤 파거나, 미리 제작한 콘크리트 터널 상자를 바다 밑에 침하시켜 연결하는 '침매터널' 방식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바다 수면 아래 80m 지점에 두 개의 터널이 나란히 자리 잡은 모습을 보여주는 3D 단면 그래픽입니다.

수압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바닷속 깊은 암반층을 공략하는 방식이 핵심입니다.


하지만 6,927m에 달하는 긴 바다를 메우기에는 투입할 흙과 돌의 양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그렇다고 미리 만든 구조물을 바다 바닥에 얹는 침매 공법을 쓰자니, 빠른 조류와 깊은 수심의 영향을 그대로 받아 공사의 위험성이 극대화되는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결국 엔지니어들은 "바닷물을 막아가며 파는 대신, 바닷물이 전혀 닿지 않는 깊이까지 내려가서 파자"는 역발상을 선택했습니다. 바다를 건드리지 않고 바다 밑 깊은 암반 속을 직접 관통하는 방식을 채택한 것입니다.

4,000일간 바닷물 한 방울 새지 않은 공학적 성과

실제 보령해저터널이 지나는 자리는 해수면을 기준으로 지하 80m 아래입니다. 해당 바다의 평균 수심이 25m라는 점을 고려하면, 바다 바닥에서도 무려 55m를 더 깊게 파고 들어간 셈입니다.


육지와 해저의 단면을 보여주는 공학 도표로, 상단에는 육지 지층이, 하단에는 깊은 바닷속 암반층이 그려져 있고 중앙에는 거리를 측정하는 빨간색 눈금자가 수직으로 표시된 그래픽.

바닷물과 닿지 않는 깊은 암반층을 공략하기 위해 해수면보다 훨씬 아래로 터널을 뚫는 심도 굴착의 원리입니다.


터널이 지난 자리는 극도로 단단한 화강암 암반층이었습니다. 엔지니어들은 사람과 바닷물 사이에 55m 두께의 두꺼운 바위 벽을 둔 채, 육지에서 검증된 NATM 공법을 적용했습니다. 암반에 구멍을 뚫고 화약을 터뜨려 굴착한 뒤, 깨진 암벽 표면에 콘크리트를 강하게 쏘아 붙이고 고정용 쇠막대(록볼트)를 박아 암반 스스로가 무게를 견디도록 만들었습니다.

하루에 단 2m에서 6m씩 신중하게 전진하며 4,000일 가까운 기간 동안 상행선과 하행선을 차분히 뚫어냈습니다. 그 결과, 단 한 번의 바닷물 유출 사고나 수압으로 인한 붕괴 없이 완전한 관통에 성공했습니다.


좌우로 둥근 터널 내부가 투시도처럼 길게 이어져 있고, 그 위로 붉은색 조준선 형태의 그래픽이 일렬로 겹쳐진 모습.

해수면보다 훨씬 깊은 곳에서 단단한 화강암반을 뚫고 지나가는 정교한 굴착 과정의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기술적 딜레마를 해결하는 구조적 미학의 시사점

오늘날 운전자가 차를 타고 보령해저터널을 지날 때 천장 위로는 무려 25m 깊이의 바닷물이 일렁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거대한 물의 무게를 견디고 있는 것은 인공적인 철골이나 수막이 아니라, 바다 바닥 아래 존재하던 55m 두께의 단단한 화강암 암반입니다.

자연의 거대한 수압과 정면으로 맞서 싸우며 억지로 막아내려 했다면 결코 성공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물리적 한계와 자연 법칙을 역이용하여 물이 닿지 않는 깊은 암반으로 내려간 역발상, 보령해저터널은 바로 이 명쾌한 공학적 판단을 통해 탄생한 겁니다.


FAQ

보령해저터널은 바닷속에 콘크리트관을 가라앉혀 만든 건가요?

아닙니다. 보령해저터널은 미리 만든 관을 가라앉히는 침매 공법이 아니라, 바다 바닥 아래 55m 깊이의 단단한 화강암 암반층을 직접 파고 들어간 굴착 터널입니다.

공사 중 화약 발파 진동으로 바닷물이 새어 들어올 위험은 없었나요?

해수면 아래 80m(바다 바닥 아래 55m) 깊이의 두꺼운 화강암 암반을 안전지대로 삼고, 발파 후 콘크리트 분사와 록볼트 고정을 병행하는 NATM 공법을 통해 바닷물 유출 없이 완공했습니다.

보령해저터널 개통으로 이동 시간이 얼마나 단축되었나요?

대천항에서 원산도까지 기존 육지로 돌아갈 때 1시간 30분(90분)가량 걸리던 이동 시간을 단 10분으로 대폭 단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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