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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 사회의 우울증은 개인의 단순한 병리적 현상이 아니라, 세상의 다채로운 '윤곽선'을 잃어버리고 삶이 밋밋해진 결과입니다.
  • 자본주의적 교환 법칙, 정보의 과잉, 그리고 자기를 지나치게 강화하는 자기계발 메시지가 우리 삶에서 '아름다움'을 경험할 기회를 차단합니다.
  • 의식적인 '침묵'의 순간을 확보하여 소음을 잠재울 때, 비로소 우리는 고유한 시간의 존재를 느끼고 삶의 새로운 윤곽선을 그려나갈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사람이 2023년 기준 무려 108만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특히 젊은 층과 청소년 사이에서 우울증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으며, 청소년 자살 건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는 소식은 정말로 안타깝고 충격적입니다. 과연 우리 사회는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요? 이러한 우울감의 증가는 비단 한국 사회만의 고유한 문제가 아니라,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정신적 빈곤을 겪고 있는 전 세계 현대인들의 공통된 아픔이기도 합니다.

저는 최근 프랑스의 베스트셀러 철학자 로랑스 드빌레르의 신간 《삶은 여전히 빛난다》를 읽으며 이 심각한 우울의 시대에 대한 뜻밖의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드빌레르는 이 책에서 '아름다움'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놀랍게도 우리가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잃어버린 현상과 우울감이 증가하는 현상이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합니다. 현대인의 정신을 조용히 무너뜨리는 우울의 본질은 다름 아닌 삶의 밋밋함이며, 이를 깨뜨릴 수 있는 유일한 열쇠가 바로 아름다움의 경험이라는 것이 이 책의 핵심 논지입니다.

세상의 '윤곽선'이 사라질 때, 우울은 시작됩니다

드빌레르 역시 스스로 극심한 우울증을 앓았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녀는 그때의 느낌을 "그날이 그날인 것 같고, 출구 없는 터널에 갇힌 기분이었다"고 묘사합니다. 치열하게 학문을 연구하던 지식인조차 우울증 앞에서는 하루 종일 방바닥에 누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죠. 그녀는 오직 바닥만이 세상에 남은 유일한 안전망처럼 느껴졌다고 고백합니다.

이러한 우울의 상태는 세상의 모든 대상이 지닌 고유한 '윤곽선'이 사라져 버린 상태를 의미합니다. 우리가 삶에서 의미를 읽어낸다는 것은 책, 컵, 사람 등 각 대상이 서로 구별된 윤곽선으로 나에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사실 객관적인 세상에는 원래 구별선이 존재하지 않으며, 이 윤곽선은 우리의 정신 활동이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그러나 극심한 우울에 빠지면 이 세상이 온통 밋밋하고 평평하게 변해버려, 분명 보고는 있지만 사실상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가 됩니다.


흰 배경 앞에서 검은색 티셔츠를 입은 남성이 손을 모으고 이야기하고 있으며, 양옆으로 '그날이 그날', '이 세상 모든 게 나를 떠난 것 같다'라는 자막이 떠 있다.

세상의 윤곽선이 흐릿해질 때, 우리는 일상에서 무력감을 느끼며 깊은 우울의 늪에 빠지곤 합니다.


이 밋밋한 터널에서 드빌레르를 구원한 것은 아주 사소한 일상의 경험이었습니다. 누워 있던 그녀의 눈에 창밖 건너편 건물의 붉은 지붕과 그 위에 앉은 새까만 까마귀가 들어왔습니다. 붉은색과 검은색의 강렬한 대비가 순간적으로 그녀의 마음에 흥미를 일으켰고,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몸을 일으켜 창가로 다가갔습니다. 이것이 바로 그녀가 방바닥에서 일어난 순간이자 우울증에서 벗어난 시작점이었습니다. 드빌레르는 이것이 바로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고 고정된 인식의 틀을 깨뜨리는 아름다움의 충격이라고 말합니다.

우리의 정신을 밋밋하게 만드는 현대 사회의 세 가지 덫

그렇다면 왜 현대인들은 일상에서 이러한 아름다움을 경험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일까요? 드빌레르는 현대 사회가 세 가지 강력한 방식으로 아름다움을 위협하고 있으며, 이것이 곧 대중적 우울로 이어진다고 분석합니다.

첫째는 모든 사물을 효율성과 대가의 관점으로만 바라보게 만드는 '교환 법칙'의 지배입니다.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이만큼의 값을 지불했으니 그에 상응하는 아웃풋이 있어야 한다"는 계산을 합니다. 영화를 보거나 미술관에 갈 때조차 본전을 생각하는 계산적 사고방식은, 세상이 우연히 보여주는 뜻밖의 아름다움을 순수하게 즐길 여유를 완전히 빼앗아 가버립니다.

둘째는 정보의 과잉과 유행이 초래한 '지나친 대중화'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어떤 대상을 직접 마주하기도 전에 인터넷의 수많은 정보와 타인의 평가를 먼저 학습합니다. 명화를 보면서도 역사적 지식과 정형화된 감상평의 틀에 작품을 끼워 맞추고, 다른 사람들이 가본 유명 맛집과 관광지만을 의무적으로 쫓아다닙니다. 결국 내 마음을 진짜로 흔드는 의외의 발견을 할 확률은 점차 줄어들게 됩니다.

셋째는 현대인의 신앙이 되어버린 '자기계발 메시지'입니다. 자기계발은 끊임없이 나를 중심에 두고, 내 영역 안에 지식, 스킬, 돈을 욱여넣어 나를 업그레이드하라고 다그칩니다. 나라는 경계를 굳건히 세울수록 세상과의 단절은 심해집니다. 반면 진정한 아름다움은 나의 굳건한 경계가 일시적으로 허물어지고, 세상과 내가 새롭게 재배치되는 경험입니다. 오히려 나를 비워내고 깨뜨려야만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인 것이죠.


흰 배경 앞에서 검은색 티셔츠를 입은 남성이 손을 모으고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나라는 존재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자기 계발의 방식이 오히려 세상과 우리 사이의 경계를 견고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소음을 잠재우고 '침묵'으로 시간의 숨결을 느끼는 법

그렇다면 우리는 이 밋밋하고 계산적인 일상에서 어떻게 벗어나 아름다움을 회복할 수 있을까요? 드빌레르가 제시하는 가장 구체적인 해답은 바로 '침묵'입니다. 연극이나 영화가 시작되기 직전, 극장 안의 모든 소음이 일시에 정돈되고 빈틈이 드러나는 찰나의 침묵이 있어야만 우리는 비로소 새로운 예술적 세계로 빨려 들어갈 수 있습니다.

침묵은 우리 삶에서 지워졌던 '시간의 존재'가 드러나는 유일한 순간입니다. 현대인들은 끊임없는 스마트폰의 알림과 세상의 소란에 눈과 귀를 빼앗겨, 매 순간 우리 곁에 흐르는 시간의 흐름을 잊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소음을 잠재우고 침묵을 마주할 때, 우리는 이 시간이 과거의 지루한 반복이 아니라 내가 무엇이든 새롭게 시도해 볼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장이라는 사실을 즉각적으로 깨닫게 됩니다.


흰 배경 앞에서 어두운 회색 티셔츠를 입은 남성이 손짓하며 이야기하는 모습

끊임없는 소음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시간의 본질을 되돌아봅니다.


아름다움은 결코 의도적으로 계획할 수 없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한계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아름다움은 결코 "오늘 미술관에 가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우울을 치료하겠다"는 식의 목적의식을 가지고는 만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무언가를 얻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품는 순간, 우리의 정신에는 다시금 '교환과 계산'이라는 단단한 틀이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움은 언제나 뜻밖에, 무방비 상태에서 우리를 찾아오는 법입니다.

더불어 현대 사회에서 침묵을 지키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트렌드를 끊임없이 쫓아야 하는 유튜버라는 직업을 가진 저 또한 일상이 점차 평편해지고 밋밋해지는 것을 매번 느낍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더욱 의식적으로 침묵의 공간을 사수해야 합니다. 거창한 명상이 아니더라도 잠시 핸드폰을 두고 동네를 산책하거나, 목적 없이 창밖을 지시하는 아주 작은 멈춤의 노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밋밋한 일상에 균열을 내기 위하여

오늘 소개해 드린 《삶은 여전히 빛난다》는 결코 난해한 학술서가 아닙니다. 저자가 일상에서 건져 올린 따뜻하고 섬세한 미학적 통찰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만약 지금 여러분의 삶이 출구 없는 터널처럼 밋밋하고 우울하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여러분의 영혼이 세상의 소음에 지쳐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눈을 잠시 잃어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잠시 모든 소란을 끄고 침묵 속에서 여러분만의 '붉은 지붕 위 까마귀'를 발견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여러분은 일상의 우울과 무기력에 대처할 수 있는 자신만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여러분의 소중한 생각을 댓글로 공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FAQ

우울증과 '아름다움'이 구체적으로 어떤 관계가 있나요?

철학자 로랑스 드빌레르에 따르면, 우울증은 세상의 다채로운 의미와 개별적인 '윤곽선'이 사라져 모든 것이 밋밋하게 보이는 상태입니다. 반면 '아름다움'은 우리의 고정된 인식의 틀을 깨뜨리고 마음에 강한 충격을 주어, 세상에 새로운 윤곽선을 다시 그리게 만드는 치유의 역할을 합니다.

현대 사회가 아름다움을 느끼기 어렵게 만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크게 세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첫째, 모든 것을 투입 대비 산출로 계산하는 '교환 법칙'의 맹신, 둘째, 남들의 평가와 정보에 의존해 대상을 바라보는 '대중화', 셋째, 나를 굳건히 지키고 채워 넣으려는 '자기계발'의 강박이 진정한 미적 경험(자아가 허물어지는 경험)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일상에서 '침묵'을 실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거창한 명상이 아니더라도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산책을 하거나, 자극적인 소음에서 벗어나 온전히 시간의 흐름을 느끼는 짧은 순간을 의식적으로 만드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소란을 잠재울 때 비로소 삶의 새로운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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