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노세키 여행 / 사진=unsplash@Ikarovski |
오사카나 후쿠오카, 이제는 좀 지겨울 때도 된 것 같습니다. 진정한 일본 여행의 묘미를 아는 이들은 두 섬을 잇는 길목에 자리한 항구 도시로 향하곤 합니다.
시원한 바닷바람 부는 이곳 시모노세키는 혼슈의 서쪽 끝단이자 규슈와 마주 보고 있는 독특한 지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대적인 랜드마크와 고즈넉한 사찰, 그리고 일본 최고의 수산 시장이 어우러진 이 도시는 당일치기 여행으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다채로운 매력을 품고 있죠.
오늘은 부산에서 배를 타고 떠나는 낭만적인 여행지이자, 미식가들이 입을 모아 칭찬하는 시모노세키 여행의 보석 같은 명소들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가라토 시장
가라토 시장 / 사진=unsplash@Y S |
복어의 고장 이라는 명성에 걸맞은 시모노세키 여행지 첫 번째, 가라토 시장입니다. 일본 전역에서 잡힌 복어가 가장 먼저 모이는 수산 시장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여행객들에게 더 큰 인기를 끄는 이유는 매주 금, 토, 일요일과 공휴일에 열리는 이키이키 바카가이 거리 때문입니다. 시장 상인들이 직접 만든 신선하고 큼지막한 스시를 단돈 100엔부터 500엔 사이에 골라 먹을 수 있는 이 축제 같은 시장은 미식가들에게는 그야말로 천국과도 같습니다.
참치 오도로, 성게알, 생새우 등 최고급 식재료가 올라간 스시를 일회용 용기에 담아 시장 밖 바닷가 데크에 앉아 즐기는 경험은 시모노세키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선한 바다 향기와 함께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스시 한 점은 그 어떤 고급 레스토랑에서도 느끼지 못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복어 회인 후구사시를 한 접시 사서 나누어 먹으며 간몬해협의 풍경을 감상하는 여유를 꼭 만끽해 보시길 바랍니다.
아카마 신궁
아카마 신궁 / 사진=unsplash@Leopold Maitre |
가라토 시장에서 해안 산책로를 따라가면, 강 붉은 빛의 건축물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바로 아카마 신궁입니다. 이곳은 1185년 단노우라 전투에서 패해 어린 나이에 바다에 몸을 던진 안토쿠 천황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곳입니다.
일반적인 일본의 신사들과 달리 용궁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건축 양식인 수천문이 특징인데, 이는 천황이 죽어서 용궁으로 갔다는 전설을 바탕으로 지어졌다고 전해집니다.
내부에서는 시끌벅적 시장의 소음은 사라지고 엄숙하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감돕니다. 신궁 곳곳에 서린 역사의 조각들을 살펴보며 걷다 보면 일본 중세 역사의 비극적인 한 장면을 마주하게 됩니다.
특히 매년 5월에는 안토쿠 천황을 기리는 센테이사이 축제가 열려 화려한 기모노 행렬이 이어지기도 합니다. 신궁 앞마당에서 바라보는 간몬해협의 거센 물살은 당시의 치열했던 전투를 잊은 채 지금은 그저 아름다운 배경이 되어 여행객을 맞이합니다.
간몬 해저 터널과 간몬교
간몬교 / 사진=unsplash@Samuel Berner |
시모노세키와 규슈의 기타큐슈(모지코) 사이에는 약 700미터 폭의 간몬해협이 흐르고 있습니다. 이 두 섬을 잇는 것은 거대한 현수교인 간몬교만이 아닙니다. 놀랍게도 바다 밑바닥을 뚫어 만든 간몬 해저 터널이 있어 걸어서 섬을 건널 수 있습니다. 이 터널은 보행자와 자전거 전용 도로가 마련되어 있는 덕분에 인기가 많은 코스입니다.
해저 터널의 깊이는 수심 약 58미터에 달하며, 터널 중간에는 야마구치현과 후쿠오카현의 경계선이 그려져 있습니다. 많은 여행객이 이 경계선에 발을 하나씩 걸치고 기념사진을 남기곤 하죠.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지하 터널을 걸어 모지코 쪽으로 건너갔다가, 돌아올 때는 페리를 이용하거나 간몬교의 웅장한 자태를 감상하며 다시 돌아오는 코스를 추천합니다.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다리와 바다 밑을 통과하는 터널을 모두 경험해 보는 것은 이 도시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즐거움입니다.
초후 사무라이 마을
사진=unsplash@Kanae Kanesaki |
왁자지껄한 항구의 활기를 충분히 만끽했다면, 이제는 시간을 거슬러 조용한 일본의 옛 거리를 거닐 차례입니다. 시내에서 버스로 약 20분 거리에 있는 초후 사무라이 마을은 과거 에도 시대 조후 번의 거점이자 사무라이들이 거주했던 곳입니다. 수령이 수백 년 된 나무들과 흙벽 돌담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장소입니다.
특히 가을이면 붉게 물드는 단풍으로 유명한 초후 모리 저택은 시모노세키 여행의 숨은 보석 같은 장소입니다. 저택 내부에서 정원을 바라보며 말차 한 잔을 즐기다 보면 도심의 번잡함은 어느새 잊히고 진정한 휴식의 의미를 되새기게 됩니다. 인근의 고잔사 사찰은 일본 국보로 지정된 불전이 있어 건축학적인 가치도 매우 높습니다.
이번 주말, 배를 타고 떠나는 느릿한 여행의 즐거움을 이곳 시모노세키에서 찾아보시는 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