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의 화려함이 막을 내리고 여름이 시작될 무렵, 우리의 시선을 다시 한번 사로잡는 꽃이 있습니다. 벚꽃보다 진한 분홍빛으로 가지마다 보석처럼 매달려 우아함을 뽐내는 주인공, 바로 서부해당화입니다.
꽃들의 귀부인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고고한 자태를 자랑하는 이 꽃은 4월 중순부터 하순까지 봄의 정점을 화려하게 장식합니다. 오늘은 봄나들이의 대미를 장식할 서부해당화의 매력부터 전국의 숨은 명소까지 정리해 드립니다.
서부해당화
서부해당화 / 사진=남해군 |
서부해당화는 장미과 사과나무속에 속하는 낙엽 활엽 소교목입니다. 본래 중국 서부 지역이 원산지라 하여 서부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꽃자루가 실처럼 길게 늘어져 꽃이 아래를 향해 피는 모습 때문에 수사해당화라는 이름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많은 분이 바닷가 모래사장 근처에서 피는 일반 해당화와 혼동하시곤 하는데, 두 꽃은 이름만 비슷할 뿐 전혀 다른 종입니다. 바닷가의 해당화는 낮은 떨기나무 형태로 가시가 많고 꽃이 위를 향해 피는 반면, 서부해당화는 큰 나무 형태로 자라며 꽃송이가 아래를 향해 수줍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특히 꽃봉오리일 때는 진한 선홍색을 띠다가 꽃이 활짝 피면서 부드러운 분홍색으로 변하는 그라데이션은 이 꽃만이 가진 독보적인 매력입니다.
꽃말과 유래
서부해당화 꽃말과 유래 / 사진=unsplash@Azimbek Assarov |
꽃의 우아한 생김새만큼이나 꽃말도 참 예쁩니다. 서부해당화의 대표적인 꽃말은 산뜻한 미소와 이끄시는 대로입니다. 떠나는 봄볕 아래 살랑살랑 흔들리며 미소 짓는 듯한 꽃의 형상과 매우 잘 어울리는 의미라고 할 수 있죠.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이 꽃을 매우 귀하게 여겼습니다. 당나라의 현종이 양귀비를 서부해당화에 비유했다는 일화도 유명합니다. 어느 날 현종이 양귀비를 불렀을 때 그녀가 술에 취해 덜 깬 모습으로 나타나자, 그 모습이 마치 비에 젖은 서부해당화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것 같다며 극찬했다고 전해집니다.
이처럼 시대를 풍미한 미인에 비유될 정도로 서부해당화는 고전적인 아름다움과 신비로운 분위기를 동시에 지니고 있습니다.
서부해당화 명소 추천
서부해당화 명소 /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형 이미지 |
충남 당진 아미산 자락에는 서부해당화가 줄지어 피어나는 환상적인 꽃길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경사면을 따라 핀 꽃들이 터널을 이루는 구간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출사지이기도 합니다.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가족 단위 나들이객에게도 안성맞춤입니다.
충남 서산 문수사는 겹벚꽃으로도 유명하지만, 문수사로 들어가는 진입로에 피어난 서부해당화 역시 놓쳐선 안 될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사찰의 고즈넉함과 서부해당화의 대비는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습니다.
멀리 떠나기 힘들다면 서울 도심 속에서도 이 꽃을 만날 수 있습니다. 홍제천 인공폭포 근처에서 시작해 쉼터로 올라가는 길목에 서부해당화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튤립과 함께 봄의 절정을 만끽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방문 시기 팁
서부해당화를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시기는 매년 기온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요. 대략적으로는 4월 15일에서 25일 사이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겹벚꽃과 개화 시기가 비슷하거나 약간 빠르기 때문에 두 꽃을 동시에 보고 싶다면 4월 20일 전후를 노리는 것이 좋습니다.
사진을 보다 예쁘게 남기고 싶다면 꽃송이가 아래를 향해 피어 있다는 점을 이용해 보세요. 카메라 렌즈를 꽃의 눈높이보다 낮게 두고 위를 향해 찍으면, 하늘의 푸른색과 꽃의 분홍색이 대비되어 훨씬 생생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햇살이 투과될 때 꽃잎이 얇고 투명하게 보이기 때문에 역광이나 측광을 활용해 촬영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봄은 짧기에 더욱 소중하고, 그 짧은 계절 안에서도 꽃들은 순서를 지켜가며 우리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벚꽃의 빈자리가 아쉽게 느껴질 때, 가지 끝에 매달려 수줍게 미소 짓는 서부해당화를 만나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