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드라이브] 엔비디아 젠슨황이 그린 것은 韓 중심 AI 시대


엔비디아 젠슨 황 CEO가 지난 해에 이어 7개월만에 한국을 찾았다. 이번에도 그의 방문은 화제였고, 가는 곳마다 이슈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그의 행보는 단순히 쇼맨십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동선부터 만만치 않았고, 가는 곳마다 폭탄선언급의 발언을 했다.

먼저 그는 입국과 동시에 홍대에 자리한 프로게임단 SK T1의 베이스캠프로 향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이자 유명 프로게이머인 페이커를 만난 그는 현장에서 직접 서명한 RTX5090을 선물했다. 현장에서 추첨을 통해 다른 이에게 경품으로 제공되었지만, 그게 게임을 사랑하는 이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엔비디아의 성장 동력은 그래픽카드였다. 그리고 이 분야가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중요한 한 축이 바로 게임이다. 우리나라는 게임을 단순히 즐기는 것이 아닌 치밀한 훈련과 계획을 갖고 수행하는 전략으로 접근했고, 문화로 발전시켰다. e스포츠의 시작이다. 덕분에 우리나라는 ‘스타크래프는 민속놀이’라는 농담을 하면서, 전세계 유수의 게임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다음 행보는 인근 고깃집이다. 지난 해에는 “우린 깐부자너”를 외치며 치맥 회동을 했다면, 올해는 ‘삼소회동’을 예고했다. 동반인으로는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LG그룹 구광모 회장, 네이버 이해진 의장이 앉았다. 지난 해 치맥회동을 했던 현대차 정의선 회장은 앞선 일정으로, 삼성 이재용 회장은 해외일정으로 다음을 기약했다.


SK그룹과 LG그룹 그리고 네이버. 누가 보더라도 AI와 반도체를 겨냥한 만남이다. 젠슨 황은 이 자리에서 LG그룹 구광모 회장을 처음 만났다. 가장 나이가 많은 최태원 회장의 주재로 친교를 다지는게 주 목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모두와 다시 한번 만날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다.

눈에 띄인 점은 세가지. 막내(?)인 LG그룹 구광모 회장은 비계를 잘라내며 삼겹살을 구웠다는 점이고, 대외 노출을 자제해 ‘은둔형’이라는 평가를 받던 네이버 이해진 의장은 활짝 웃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자리의 결제는 이해진 의장이 직접, 네이버의 새로운 안면인식 결제 서비스 ‘페이스사인’을 통해 했다는 점이다.

젠슨 황은 다음날, 방송인 유재석의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했다. 엔비디아의 창업과정부터 AI시대에 대한 통찰에 이르기까지, ‘젠슨 황 일대기’를 펼쳤다는 후문이다. 그가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인기있는 CEO’의 면모를 보이고 있지만 예능 방송은 드문 일이라는 평가다.

3일 째에 들어서도 그의 일정은 빽빽했다. 이번엔 게임업계부터 시작이다. ‘리니지’로 대표되는 NC 소프트 김택진 회장을 비롯해 배틀그라운드의 크래프톤 장병규 의장을 만났다. 단순히 엔비디아의 성장 배경에 게임이 있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피지컬 AI의 과정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디지털 트윈(가상 시뮬레이션) 환경의 조성과 연결되어 있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황 CEO는 이동에 앞서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을 만났다.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알려진 바는 없다. 다만 이들이 만난 장소는 평양냉면으로 유명한 우래옥. 공식적인 회동에 앞서 지컬 AI 등 인공지능 분야 전반의 협력 방안을 사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잠실야구장에서는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 경기의 시구에 나섰다. 이 자리는 두산 그룹 박정원 회장이 직접 맞이, 젠슨 황과 합을 맞춰 시타에 나서기도 했다. 젠슨 황이 평소 야구 마니아로 알려져 있기도 했지만, 두산 로보틱스와 두산 에너빌리티, 두산테스나 등 반도체와 로봇, 중공업 등 피지컬 AI의 개발과 실제 활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협력을 꾀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엔비디아 코리아 직원들을 대거 초청, 단체관람을 하며 BBQ 치킨 113마리를 주문한 것이 더 흥미를 끌었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시구를 마친 그는 야구 경기를 일부 관람한 이후, 2차 치맥회동에 나섰다. 장소는 지난 해와 동일한 장소. 이번엔 SK그룹 사장단이 동행이다. 시구 유니폼을 그대로 입고 도착한 그는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SK하이닉스 곽노정 사장, 김주선 사장, SK텔레콤 정재헌 사장, 정석근 AI CIC장이 배석했다. 이 자리는 지난 해 최 회장이 함께 자리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한 젠슨 황이 강력하게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젠슨 황은 방한 전부터 한국을 위한 4가지 커다란 선물을 들고오겠다고 했다. 실제로 풀러본 선물 꾸러미는 그 이상이었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소맥’을 한껏 말아서 즐긴 그는 4가지 선물로 차세대 인공지능(AI) 가속기 베라 루빈, 이를 활용한 베라 중앙처리장치(CPU), 엔비디아의 첫 AI 노트북 라인업 'RTX 스파크',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과 피지컬 AI를 위해 설계된 최첨단 AI 엣지 슈퍼컴퓨터 '젯슨 토르' 등을 발표했다.

이 뿐이 아니다. 그는 “한국에 뛰어난 인재가 많다. 정말 많은 일을 함께 해낼 수 있을 것이다”라며 “서울은 매우 넓다. 새로운 R&D 센터가 이곳에 들어설 것으로, 이미 한국에서의 채용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4일 째. 젠슨 황의 스케쥴이 가득 찬 날이다. 그는 이른 아침부터 다시 한번 SK를 찾았다. 이번에는 공식적인 자리로, 하이닉스와 AI 팩토리용 메모리 발전을 위한 기술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앞서 발표했던 엔비디아 베라 루빈 AI 슈퍼컴퓨터∙베라 CPU∙RTX 스파크 PC∙젯슨 토르 플랫폼용 메모리 개발해 AI 인프라와 퍼스널AI, 피지컬 AI를 아우르는 신시장 진출을 SK 하이닉스와 함께 하겠다는 의미다.

다음으로는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를 찾았다. LG 그룹에서는 구광모 회장이 다시 한번 그를 맞이했다.

황 CEO는 “우리가 협력하는 가장 중요한 분야 중 하난느 로보틱스”라며 “전자기술과 기계 시스템, AI가 융합되는 영역이다. 이를 위한 미래 데이터센터 설계 분야에서 LG와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유지, 운영하는데 핵심인 공조 냉각과 전력 공급을 비롯한 협력을 예고한 셈이다.

이후에는 서울대를 찾아 학생들을 만났다. 그는 “요즘에는 K만 붙이면 유명해진다. 나도 이제는 K-젠슨”이라며 “AI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야 할 시기다. 과거엔 컴퓨터가 혁신의 도구였다면 이제는 AI가 혁신의 도구가 될 것”이라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현대차 양재사옥에서도 협력을 위한 논의는 계속됐다. 최근 재개장한 사옥을 정의선 회장이 직접 설명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스팟과 모베드가 젠슨 황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타운 홀 미팅을 위한 광장 공간도 눈여겨 살폈다.

젠슨 황은 “현대차그룹은 사람을 위한 안전 기술에 굉장히 진심인 모빌리티 기업”이라며 “모빌리티와 자율주행의 확대, 산업용 로보틱스의 가속화, 미래 제조 시스템에 대한 AI통합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아주 훌륭한 바비큐 고기가 있다면 못할 것이 없다는 농담도 잊지 않았다.

정의선 회장 역시 “사람에게 더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선 엔비디아는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며 “새만금 프로젝트를 설명했고, 함께 참여하길 권했다”고 밝혔다.

저녁에는 성남시 분당에 위치한 네이버 1784를 찾았다. 이번에도 이해진 의장이 직접 맞이했다. 이 곳에서는 황 회장이 지속적으로 추구해왔던 AI 생산 공장, AI 팩토리의 협력 청사진이 구체적으로 공개됐다.

젠슨 황의 일정표를 다시 한번 살펴보자. 쉴 틈 없이 먹고 움직이며 회장단을 만났다. 중간에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는 가족들과 함께 삼계탕을 먹기도 했다. 이 삼계탕 일정을 제외하면 그는 끊임없이 누군가를 만났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반도체(SK, LG)와 AI(SK, 현대자동차, 네이버), 로보틱스(두산, LG), 모빌리티(SK, LG, 현대자동차)에 관련됐다.

그가 꿈 꾸는 것은 한국을 중심으로 한 AI 시대인 것은 아닐까. 2027년 그가 다시 한국을 찾을 것이라는 돗자리를 깔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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