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드라이브] 모든 것이 “예정”, 정해진건 하나…혼다코리아, 자동차 사업 종료


혼다코리아가 국내 자동차 사업을 접는다. 2020년 5월, 한국닛산이 한국 시장 철수를 발표한지 약 6년 만이다. 소규모 수입 회사가 총판을 담당하는 개념이 아닌 완성차의 공식 법인으로서 두번째, 일본 브랜드로서도 두번째다.

혼다코리아 자체가 철수하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 판매 사업만 종료한다. 시기는 2026년 말로,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지역별, 딜러사별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 혼다코리아 이지홍 대표이사의 설명이다. “어느 것도 협의되지 않았고, 이제 협의를 시작할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이런 입장의 배경은 자동차 사업 종료 결정 과정에 있다. 혼다코리아 이지홍 대표이사는 “혼다 글로벌과 지역 본부, 지역 법인장 들이 모두 모이는 회의에서 ‘어제(22일)’ 결정된 사항”이라며 “갑작스럽게 기자간담회를 하게 됐는데, 한시간 전 각 딜러사 대표들을 만나 간단하게 설명했다. 세부 사항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닛산과의 차이가 있다면, ‘혼다코리아’ 법인 자체가 철수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가 밝힌 자동차 판매 종료 배경은 ‘시장 환경 변화와 환율 동향’이다. 자동차는 전량 미국 공장에서 생산되어 환율과 관세 등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것이다. 반면 모터사이클은 일본과 태국, 베트남 공장 등 다각화가 이루어져 있다. 자동차 판매 사업을 종료하고, 그 역량을 모터사이클 부문에 쏟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혼다코리아 자체가 철수하는 것은 아니다.

혼다코리아 이지홍 대표이사는 닛산이 계속 언급되는 것에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다른 브랜드가 계속 언급되는 것이 조심스럽다”면서도 “닛산과는 다르다. 최근 딜러사가 국내 법인을 인수한 포드(선인자동차-에프엘오토코리아)의 사례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서비스나 부품 수급 등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자동차 부품은 소비자기본법 소비자 피해보상기준에 의거 단종 또는 단산 후에도 8년 간 부품 공급이 의무화되어 있다. 한국닛산이 철수했음에도 오는 2028년까지는 부품을 수급할 수 있는 이유기도 하다. 닛산의 경우 코오롱 모빌리티가 서비스를 대행하고 있는 상황. 그러나 혼다코리아의 경우, 기존 딜러사들을 통한 서비스네트워크는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당연히 부품 수급도 지속적으로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마냥 희망적으로 볼 수는 없는 상황이다. 닛산 역시 현재 부품을 구하기 힘든 경우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판매 동력을 잃은 딜러사들의 이탈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혼다 서비스 네트워크는 총 18곳. 딜러사가 철수하게 될 경우 서비스 네트워크 공백이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서는 서비스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딜러사들과 ‘협의할 예정’이다. 만약 딜러사가 서비스센터를 포함해 완전 철수를 결정할 경우 발생할 서비스 공백은 “대체 네트워크를 확충할 예정”이다. 만약을 대비해 혼다코리아 직영 서비스센터는 계획된 바가 없다.

자동차 판매 사업과 관련한 업무를 담당했던 직원들에 대해선 “직무 전환을 시행할 예정”이다. 자동차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인원은 약 30여 명이다. 경영진에 대한 변화 역시 확정된 바 없다. 직접적으로 관여된 인력, 간접적으로 관여된 인력 등 기존 근무 인원에 대한 분류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혼다코리아의 설명의 핵심은 “자동차 판매는 중단, 모터사이클에 집중. 방법은 어느 것도 정해진 것이 없어 논의 예정”이다.


자연스럽게 눈에 밟히는 사람이 있다. 지난 4월 1일, 혼다코리아 자동차사업본부장으로 선임된 이준택 상무이사다. 그는 핸들을 잡은 지 한달도 안돼 핸들을 치울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자동차 판매사업은 종료되지만 기존 소비자를 케어해야 하는 서비스 관점에서는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 그 부분에 충실하겠다”는 것이 이준택 신임 본부장의 담담한 소감이었지만, 그의 속이 어떨 지는 알 수 없다.

딜러사들의 반응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동안 쌓아 온 신뢰를 바탕으로 “논의를 시작할 예정”일 뿐이다. 유일하게 안심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혼다코리아는 온라인 판매 체제를 꽤 빠르게 도입했다는 점이다. 딜러사에게 재고부담은 없다는 이야기다. 다만 연내 입항 예정 물량에 대해서는 확정된 것이 없다. 지금부터 “확보할 수 있는 물량도 확인해야 하고, 확보해야 하는 물량이 어느정도인지 확인할 예정”이라는 것이 혼다코리아의 설명이다.

모터사이클 부문에 집중하는 이유는 꽤 명확하다. 혼다코리아의 모터사이클 부문은 국내 점유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혼다코리아의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지난 1년간(25년 4월~26년 3월) 모터사이클 판매대수는 4만 3천대 가량. 전체 점유율의 40%를 차지한다. 반면 자동차 분야는 2004년 이후 10만 8,599명의 고객을 만났다고 설명했다. 판매대수와 고객수의 차이는 있지만, 추산으로도 자동차 판매량은 크지 않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기존 자동차 딜러사가 모터사이클 딜러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서는 건조한 반응을 보였다. 혼다코리아는 최근 기존 딜러사와의 갈등 상황이 있었고, 법적 절차를 진행 중이다. 계약이 종료됐고, 이를 이해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받아들이는 것이 달랐다는 입장이지만 외부의 시선에서 볼 땐 진흙탕 싸움 중이다. 이런 상황 속 신규 딜러사도 모집하고 있다. 모터사이클 신규 딜러사는 27년 2월 경 확정될 예정. 만약 자동차 딜러사가 모터사이클 딜러사로의 전환을 고려할 경우 별도의 혜택보다는 기존 지원사와 동등한 기준에서 평가하겠다는 입장이다.

시장 환경 변화와 환율이 자동차 판매 사업 종료의 표면적 배경이다. 혼다의 전기차 프로젝트였던 제로(0) 프로젝트 포기라던가, 소니와의 합작 철회 등이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는 설명이다. 다른 해외 시장의 철수 또한 관련이 없고, ‘한국 시장’에서만의 결정이다. 환율이 진정되고, 혼다의 사정이 나아진다면, 혼다코리아는 자동차 판매를 재개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에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회피했다.

혼다코리아는 자동차 판매 종료를 결정했다. 일각에서는 ‘철수 직전 할인 많이 해줄 때 사면 저렴하게 살 수 있다”며 기대감을 보이기도 한다. 물론 다른 한 편에서는 ‘그렇게 사면 감가상각이 심해 안고 죽어야 한다’는 경계심도 있다.

무엇보다 무겁게 봐야 하는 건, ‘자동차 판매 종료’ 외에는 모두 예정이고 정해진 것이 없다는 점이다. 이제 Ctrl+F를 눌러 ‘예정’을 검색해보자.


다음은 혼다코리아 이지홍 대표이사의 기자간담회 담화문 전문

오늘은 향후 혼다 사업 운영 관련 발표 위해 마련한 자리입니다. 갑작스런 연락에도 참석해줘 감사합니다.

한국 시장 둘러싼 환경 변화와 환율 등 전반적 사업환경 고려하여 앞으로의 사업 방향성 신중하게 검토했습니다.

혼다코리아로서는 중장기적 경쟁력 유지와 강화 위해 경영 자원을 중점 영역에 집중하는 형태로 사업구조 최적화해 나갈 필요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이에, 2026년 말을 기점으로 한국 자동차 판매 종료합니다.


기존 고객 위한 AS 지속됩니다. 이번 결정은 당사로서도 무겁게 생각하며 쉬운 판단 아니었음을 밝힙니다.

혼다코리아는 2004년부터 현재까지 10만 8599분의 고객 만났습니다. 지금까지 이용해주신 모든 분들께 가슴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번 결정에 따라 불편과 걱정 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혼다코리아는 고객 만족 최우선 가치로 생각하며 자동차 사업 종료 후에도 차량 유지 서비스 부품 공급 보증 등 포함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자원을 진심 다해 지속 제공하도록 할 것입니다.

구체적 내용에 대해 적절 시점에 고객에 안내하고 성실히 안내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혼다와 함께 걸어온 각 딜러사 여러분께도 오랫동안 보내준 노력과 지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자동차 판매사업 종료 보고는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일이며, 딜러사에 미치는 영향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번 결정에 따른 영향 최소화 위해 향후 절차나 일정 필요한 대응에 대해 각 딜러사 상황 충분히 배려하며 개별적으로 정중하게 협의 진행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쌓아온 신뢰관계를 지속하며 성실하게 진행해 나가겠습니다.


지금까지 이용해주신 고객분들, 지원해주신 딜러 임직원분들, 여러 관계사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말씀드린다.


지금까지 혼다 코리아 자동차 사업을 응원해주신 분들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모터사이클 부분입니다. 향후 혼다 핵심 사업인 모터사이클 부분에 역량 집중, 상품성 강화 고객 서비스 강화, 고객 체험 강화 통해 혼다 다운 가치를 지켜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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