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으로 변한다는 뜻의 지리(智異). 삼신산 중 하나로 예로부터 신령스러운 산으로 여겨진 지리산의 최고봉 천왕봉(1,915m)은 한라산 다음으로 높은 봉우리다. 1967년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으며 총면적 483㎢로 국립공원 중 최대 규모다.
5월 중순은 고도에 따라 계절이 다르게 존재하는 시기다. 산 아래 마을에서는 이미 지나간 봄과, 능선부에서 이제 막 시작되는 봄이 교차한다.
천왕봉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천왕봉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진달래는 지고 산철쭉은 피기 시작하는 풍경, 산 아래와 능선부에서 두 개의 봄을 동시에 걷는 기분이 든다는 표현이 5월 천왕봉 등반기에서 반복해서 나온다. 5월 중순 이 산의 능선을 걸으면 한 번의 산행에서 봄이 두 번 펼쳐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중산리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해 법계사를 거쳐 장터목대피소로 이어지는 능선에서 시야가 열리기 시작한다. 발 아래는 신록이 가득하고, 시선을 끌어 올리면 능선 위로 연분홍 산철쭉이 꽃을 터뜨리기 시작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법계사는 해발 1,450m에 자리한 국내 최고 고지대 사찰로 등반 도중 자연스러운 쉼터가 된다. 산청·함양·하동·남원·구례 5개 시군에 걸쳐 있는 이 산의 규모는 능선을 오를수록 실감하게 된다.
제석봉 고사목 군락
천왕봉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제석봉 고사목 군락은 이 산만의 이국적인 풍경이다. 기후변화 영향으로 하얗게 말라 뼈대만 남은 구상나무들이 신록 속에 군락을 이루는 장면은 생과 사가 한 공간에 공존하는 강렬한 구도로, 지리산이 단순한 등산 명소 이상임을 증명하는 장면이다.
천왕봉 정상에 오르면 사방이 막힘 없이 열린다. 백두대간 능선이 겹겹이 이어지고, 남해와 섬진강 유역이 발 아래로 펼쳐지며, 맑은 날에는 멀리 남해 바다까지 시야에 담긴다. 힘들게 올라온 보람을 단번에 잊게 만드는 정상 조망이라는 반응과 함께, 천왕봉 등정은 인생에서 한 번은 해야 할 경험이라는 표현도 자주 등장한다.
천왕봉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장터목대피소 1박 후 일출을 맞이하는 코스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경험이라는 후기가 쌓이며 버킷리스트 코스로 자리 잡았다. 조선 시대 유학자 남명 조식이 천왕봉 아래 덕산에 거처를 두고 이 산을 평생의 스승으로 삼았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천왕봉 정상에는 성모석상이 모셔진 천왕사가 자리해 있으며, 매년 음력 7월 신성한 제사가 봉행된다. 이 산에 오른 이들이 하산 후에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표현하는 이유가 역사와 생태, 조망 모두에 있다.
코스별 탐방 안내
천왕봉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주요 등산 코스는 세 가지다. 중산리 코스는 편도 약 6.2km, 4~5시간으로 난이도가 가장 높다. 백무동 코스는 편도 약 9.6km, 5~6시간, 대원사 코스는 편도 약 10.3km, 5~6시간으로 모두 난이도 중상에 해당한다.
탐방은 국립공원 예약통합시스템(reservation.knps.or.kr)을 통한 사전 예약이 필수이며, 절기별 입산 시간 제한이 적용된다. 1박 2일 종주 시 장터목·치밭목 대피소 예약도 필수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중산리·백무동·대원사 주차장은 모두 유료다. 문의는 지리산국립공원 남부사무소(055-972-7771)로 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