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도 ‘덕질’처럼 즐긴다…자동차·러닝·골프·축구 팬심 잡는 여행상품 봇물

[투어코리아=조성란 기자] 여행도 이제 ‘덕질’처럼 즐기는 시대다. 누군가는 슈퍼카를 직접 몰기 위해 유럽으로 떠나고, 누군가는 후지산 마라톤 출발선에 서기 위해 항공권을 끊는다. 미술 애호가는 모네와 고흐의 흔적을 따라 프랑스를 걷고, 골퍼는 명코치의 레슨을 받으러 북해도 필드로 향한다. K리그 팬에게는 경기장으로 가는 열차 안마저 응원과 교류의 무대가 된다.

최근 여행업계는 자동차, 러닝, 골프, 미술, 축구 등 특정 관심사와 팬심을 정조준한 테마여행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단순히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는 패키지에서 벗어나, ‘좋아하는 것’을 중심으로 여행을 설계하는 흐름이 뚜렷해진 것이다.

모두투어의 경우 올해 1분기 테마여행 상품 예약률이 전년 동기 대비 약 65% 증가했고, 2040세대 비중이 87%를 차지하며 취향 기반 여행 수요의 확산을 보여주고 있다.

슈퍼카 타고 유럽 절경 달린다…하나투어, 하이엔드 드라이빙 투어 출시

자동차 마니아를 겨냥한 상품도 등장했다. 하나투어의 하이엔드 여행 브랜드 제우스월드는 슈퍼카를 직접 운전하며 유럽의 대표 드라이빙 코스를 달리는 ‘슈퍼카 드라이빙 투어’를 선보였다.

하나투어는 슈퍼카 드라이빙투어 여행상품을 내놨다./ 사진-하나투어

하나투어는 슈퍼카 드라이빙투어 여행상품을 내놨다./ 사진-하나투어

이 상품은 단순히 고급 차량을 타보는 체험이 아니라, 여러 대의 최상급 슈퍼카를 번갈아 주행하며 유럽의 자연 풍경을 만나는 프리미엄 테마여행이다. 전 일정에는 전문 인스트럭터가 동행해 주행 코스를 안내하고 차량 관리까지 지원한다. 낯선 해외 도로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운전 자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대표 상품인 ‘스페인 북부 슈퍼카 드라이빙 투어 9일’은 피레네산맥과 안도라 공국 등 스페인 북부의 웅장한 자연을 배경으로 한다. 드라이빙 일정 외에도 바르셀로나 핵심 관광이 포함돼 여행의 완성도를 높였다.

알프스를 관통하는 ‘독일·이탈리아·오스트리아 슈퍼카 드라이빙 투어 7일’도 있다. 독일에서 출발해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를 잇는 유럽 대표 드라이브 코스 ‘그로스글로크너’ 알파인 로드를 달리며 알프스 풍경과 고성능 차량의 주행감을 동시에 경험하는 일정이다.

하나투어는 슈퍼카 드라이빙투어 여행상품을 내놨다./ 사진-하나투어

하나투어는 슈퍼카 드라이빙투어 여행상품을 내놨다./ 사진-하나투어

하나투어는 최근 제우스월드 브랜드를 전면 리뉴얼하고 럭셔리 여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프라이빗, 시그니처, 셀렉트로 카테고리를 세분화해 맞춤 여행과 기획 상품, 자유여행 상품까지 아우르고 있으며, 헬기 투어, 요트 투어, F1 그랑프리 투어 등 차별화된 상품도 확대하고 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희소성 있는 이색 테마와 제우스월드만의 최고급 서비스를 결합해 럭셔리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며 “앞으로도 고객의 다양한 취향과 관심사를 반영해 대체 불가능한 여행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지산 마라톤 뛰러 일본 간다…모두투어, 러너블과 ‘런트립’ 공략

러닝도 여행의 중요한 목적이 되고 있다. 모두투어는 해외 마라톤 참가와 여행을 결합한 ‘런트립’ 수요 확대에 맞춰 소셜 러닝 플랫폼 기업 러너블과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식은 지난 13일 모두투어 본사에서 진행됐으며, 이우연 모두투어 상품본부장과 신희수 러너블 C&C 사업팀 팀장 등 양사 주요 관계자가 참석했다. 양사는 모두투어의 해외여행 상품 기획·운영 역량과 러너블의 러닝 플랫폼·커뮤니티 기반 콘텐츠를 결합해 차별화된 해외 런트립 상품을 선보이기로 했다.

이우연 모두투어 상품본부장(오른쪽)과 신희수 러너블 C&C 사업팀 팀장이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모두투어

이우연 모두투어 상품본부장(오른쪽)과 신희수 러너블 C&C 사업팀 팀장이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모두투어

첫 공동 프로젝트는 오는 12월 일본 후지산 마라톤 참가 상품이다. 해당 상품은 대회 참가부터 항공, 숙박, 현지 이동, 여행 일정까지 한 번에 준비할 수 있는 올인원 형태로 구성될 예정이다. 해외 마라톤 상품은 대회 접수, 엔트리 확보, 항공과 숙박 예약, 현지 이동 등 준비 과정이 복잡한 만큼 이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상품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있다.

모두투어는 이번 협약을 통해 해외 마라톤·트레일 대회 연계 상품 개발, 공동 마케팅과 프로모션, 러너 대상 커뮤니티 프로그램 개발, 스포츠 테마여행 라인업 확대 등을 추진한다. 후지산 마라톤 참가 상품을 시작으로 러닝 인플루언서 동행, 쉐이크아웃런, 러너 커뮤니티 프로그램 등 참여형 콘텐츠도 단계적으로 넓혀갈 계획이다.

이우연 모두투어 상품본부장은 “최근 여행 수요는 단순 관광을 넘어 개인의 취향과 관심사를 반영한 경험형 상품으로 빠르게 세분화되고 있다”며 “러너블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해외 마라톤 참가와 여행을 결합한 상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스포츠 테마여행 시장에서 모두투어만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술관도 목적지가 된다…노랑풍선, 프랑스 미술여행 선보여

예술 취향을 겨냥한 여행도 확대되고 있다. 노랑풍선은 개인의 취향과 관심사를 반영한 여행 수요 증가에 맞춰 미술여행과 골프크루즈 상품을 내놓으며 프리미엄 SIT 시장 공략에 나섰다. SIT는 Special Interest Travel, 즉 특정 관심사를 중심으로 한 특수목적 여행을 뜻한다.

오르세미술관 / 사진-노랑풍선

오르세미술관 / 사진-노랑풍선

‘프랑스 미술여행 7일’은 파리, 지베르니, 오베르 쉬르 우아즈 등 프랑스 인상주의 예술의 주요 도시를 따라가는 아트투어 상품이다. 대한항공 직항편을 이용하고, 전 일정 4성급 호텔 숙박과 전문 지식 가이드 동행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정에는 모네의 정원이 있는 지베르니와 고흐가 생을 마감한 오베르 쉬르 우아즈가 포함됐다. 오르세 미술관과 오랑주리 미술관에서는 전문 가이드의 도슨트 프로그램을 운영해 작품 감상의 몰입도를 높인다. 이동 동선도 최소화해 빠르게 훑는 관광보다 감상 중심의 여유로운 일정에 초점을 맞췄다.

오르세미술관   아리마로얄골프클럽 / 사진-노랑풍선

오르세미술관 아리마로얄골프클럽 / 사진-노랑풍선

이와 함께 노랑풍선은 ‘팬스타 미라클 크루즈 골프투어 4박 5일’도 선보였다. 부산에서 출발하는 팬스타크루즈 ‘미라클호’를 이용해 일본 오사카·고베 지역으로 이동하고, 현지 명문 골프장에서 총 54홀 라운딩을 즐기는 상품이다.

오션뷰 및 발코니 스위트 객실이 포함된 크루즈 숙박과 4성급 호텔 숙박이 함께 제공되며, 자택에서 현지 골프장까지 골프백 배송이 가능한 도어투도어 서비스도 포함됐다. 골프와 크루즈, 온천 휴양을 결합해 프리미엄 골프 여행 경험을 강조한 구성이다.

노랑풍선 관계자는 “최근 여행 트렌드는 단순한 관광보다 고객의 취향과 관심사를 반영한 경험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아트투어, 골프크루즈를 비롯해 다양한 테마여행 상품을 지속 확대하며 프리미엄 SIT 시장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명코치에게 배우는 북해도 라운딩…한진트래블, 레슨형 골프여행 출시

골프 여행 역시 ‘누구와 치느냐’가 중요한 차별화 요소가 되고 있다. 한진트래블은 미국 PGA 클래스 A 정회원이자 SBS 골프 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인 나상현 프로와 함께하는 북해도 골프 여행 상품을 출시했다.

이번 상품은 4일 일정으로 구성되며, 8월 23일과 27일 대한항공 신치토세 직항편으로 단 두 차례만 출발한다. 나상현 프로는 전 일정에 동행해 드라이빙 레인지, 어프로치, 퍼팅 원포인트 레슨을 제공한다.

나상현 프로/ 사진-한진트래블

나상현 프로/ 사진-한진트래블

나상현 프로는 PGA와 LPGA 등 글로벌 메이저 선수를 100명 이상 코칭한 경험을 바탕으로 참가자들에게 실전형 필드 노하우를 전수한다. 단순 라운딩 동행이 아니라 드라이빙 레인지와 벙커, 그린에서 이어지는 집중 레슨을 통해 아마추어 골퍼들이 단기간에 스윙 자세를 교정하고 실전 감각을 익히는 데 초점을 맞췄다.

라운딩은 삿포로 기타히로시마 골프 클럽에서 진행된다. 이곳은 신치토세 공항과 삿포로 시내에서 약 40분 거리에 있으며, 여름철 평균 기온이 20도 안팎으로 유지돼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하다. 코스는 남쪽 코스와 서쪽 코스 등 각기 다른 매력을 갖춘 54홀 규모로 운영된다.

참가자에게는 나상현 프로와의 동반 라운딩뿐 아니라 그가 운영하는 TEAM NA 골프 아카데미 1회 레슨권도 제공된다. 여행 중 배운 팁을 귀국 후에도 복습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점이 눈에 띈다. 라운딩 후에는 호텔 내 대욕장에서 온천욕을 즐기며 휴식할 수 있다.

한진트래블 관계자는 “이번 상품은 명코치로 알려진 나상현 프로에게 직접 골프 팁을 전수받을 수 있는 기회”라며 “선선한 북해도 날씨 속에서 라운딩에 집중하며 실력을 보완하고자 하는 골퍼들에게 대안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열차 안이 축구장이 된다…코레일관광개발, K리그 트립데이 운영

스포츠 팬덤을 여행으로 연결하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코레일관광개발은 철도 인프라와 K리그 콘텐츠를 결합한 신규 관광모델 ‘K리그 트립데이’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5일에는 ‘K리그 트립데이 IN 대전 인천유나이티드 풀패키지’ 시범투어가 진행됐다. 어린이날 열린 이번 투어는 서울 용산역에서 대전으로 향하는 ITX-새마을 열차 1·2호차를 인천유나이티드 테마로 꾸며 운영했다.

사진-코레일관광개발

사진-코레일관광개발

열차 안에서는 인천유나이티드 출신 김호남 전 축구선수가 직접 탑승해 팬들과 인터뷰와 소통을 진행했다. 팀 응원가가 열차 내부에 울려 퍼졌고, 구단 디자인이 적용돼 경기장에 들어가기 전부터 응원 분위기를 만들었다. 팬들의 응원 메시지는 경기 전 대전월드컵경기장 라커룸에 전달됐으며, 참가 고객에게는 ‘토이스토리 | K리그’ 콜라보 머플러 등 3종 기념품이 증정됐다.

코레일관광개발은 1차 투어 성과를 바탕으로 오는 16일 대전하나시티즌과 FC서울 경기 일정에 맞춰 2차 응원열차를 운영한다. 이번 투어에는 인기 크리에이터 박삐삐와 핀아가 열차에 탑승해 팬 참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토이스토리 I K리그 콜라보 상품 등 웰컴키트 3종도 제공된다.

지역 연계 프로그램도 포함됐다. 참가자는 대전 중앙시장을 방문하고, 지역 대표 베이커리인 연선홈 베이커리와 꾸드뱅 시식 쿠폰을 받을 수 있다. 축구 관람을 원정 응원과 로컬 관광, 지역 소비로 연결하려는 시도다.

이우현 코레일관광개발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열차를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팬들이 함께 즐기고 교류하는 문화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며 “축구와 로컬관광이 결합된 특화 상품을 통해 지역 관광 활성화와 상생 가치 확산에도 기여하겠다”고 전했다.

목적지보다 취향이 먼저…여행업계 ‘팬심 설계’ 경쟁

최근 테마여행의 확산은 여행 소비가 더 세밀해지고 있다는 신호다. 과거 여행상품이 지역과 일정, 가격을 중심으로 경쟁했다면, 이제는 자동차 마니아, 러너, 미술 애호가, 골퍼, 축구 팬처럼 구체적인 취향 집단을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

이제는 무엇을 좋아해서 떠나는지가 여행의 가장 강력한 이유가 되고 있다.단순 관광보다 참여 동기가 강하고, 커뮤니티 안에서 입소문이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도 높다. 또 스포츠, 예술, 크루즈, 로컬 관광, 팬덤 문화 등 다른 산업과 결합하기 쉬워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확장될 여지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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