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류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필연적으로 혐한류가 등장한 배경에는 우리의 오만한 '의사 제국주의적' 태도가 있습니다.
- 문화를 감정이 담긴 교류가 아닌 일방적인 판매 상품으로만 취급하고, 아이돌 댄스라는 단일 장르에만 의존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 한류가 장기 생존하려면 타 문화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장르를 다양화하고, 국가 차원의 글로벌 데이터베이스 인프라를 구축해야 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요주의 인물 강헌입니다. 한류가 글로벌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게 되면서, 그와 똑같은 비율로 '혐한류' 혹은 '반한류'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현상 앞에서 아주 냉정하게 우리 자신을 돌아봐야 합니다. 이른바 '투 노 원 셀프(To know oneself)', 우리 자신을 아는 것이 먼저입니다. 우리가 K팝으로 좀 떴다고 해서 마치 자국 시장 점유율이 99%에 달하는 미국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소통할 의지 없이 우리의 콘텐츠만 일방적으로 팔아먹으려는 태도는 문화적 교류가 아니라 의사 제국주의(Shadow Imperialism)에 불과합니다.
문화는 세탁기가 아니다: 교류 없는 판매의 말로
사람들은 흔히 문화 수출을 공산품 수출과 똑같이 착각합니다. 하지만 문화는 세탁기가 아닙니다. 문화는 '감정'이 담겨 있는 아주 특수한 상품입니다. 그래서 국가 간의 문화 이동을 '판매'라 부르지 않고 '교류'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우리가 중국이나 남미 시장에 계속해서 K팝과 드라마를 팔고 싶다면, 우리 역시 그들의 감정을 사주고 그들의 문화를 수용해야 합니다.
과거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 방영이 전면 차단되었던 사태를 떠올려 보십시오. 우리는 그저 중국이 당연히 우리 콘텐츠를 사줄 것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반대로 우리는 중국의 문화를 얼마나 존중했습니까? 시청률이 0.2%가 나오더라도 심야 시간에 중국의 인기 드라마를 틀어주고,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려 한다는 '사인'을 보냈어야 합니다. 그런 최소한의 매너조차 없이 일방적으로 우리의 감정만 주입하려 든다면, 상대방의 자존심은 치명적인 손상을 입고 결국 문을 닫아버리게 됩니다.
[출처] 철공소닷컴 제공 영상 · 02:04
장르의 함정: 아이돌 댄스 음악의 짧은 유통기한
현재 K팝이 가진 또 다른 치명적인 약점은 장르의 편중입니다. 우리가 팔고 있는 주력 상품은 철저히 보이그룹과 걸그룹 중심의 댄스 음악에 갇혀 있습니다. 만약 이 트렌드가 끝나는 순간, 우리에게는 꺼낼 수 있는 다른 카드가 없습니다. 한때 아시아를 호령했던 홍콩 영화가 지금 어떻게 되었습니까? 장르의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K팝 역시 어느 순간 역사 속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아이돌 그룹이 한류의 1등 공신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닦아놓은 기반 위에서 이제는 상품의 전방위를 다양하게 깔아야 할 타이밍입니다. 트렌드에 민감한 아이돌 음악은 1, 2, 3집이 망하다가 4집이 뜬다고 해서 과거의 앨범이 다시 팔리지 않습니다. 유통기한이 지나버린 상품이기 때문입니다.
[출처] 철공소닷컴 제공 영상 · 11:12
메인스트림의 진짜 의미: 자본주의가 사랑한 록과 R&B
미국과 영국의 팝 시장에서 왜 록(Rock)과 R&B가 50년대 이후 지금까지 메인스트림을 차지하고 있을까요? 음악적으로 위대해서가 아닙니다. 이 장르들이 자본주의에 가장 최적화된 포맷이기 때문입니다.
록 밴드를 자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십시오. 밴드 멤버들이 스스로 곡을 만들고, 연주하고, 투어를 돌며 마케팅까지 알아서 합니다. 제작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적게 드는데, 생명력은 10년, 20년 이상 지속됩니다. 너바나(Nirvana)의 데뷔 앨범 제작비는 단돈 600만 원이었지만, 전 세계적으로 수천만 장이 팔렸습니다. 롤링 스톤즈나 U2는 데뷔한 지 수십 년이 지나도 여전히 월드 투어 수입 1위를 기록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의 음악이 트렌드를 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메인스트림 밴드는 새 앨범이 히트하면 과거에 발매했던 백 카탈로그(기존 앨범)들이 새 앨범 판매량만큼 다시 팔려나갑니다. 새 앨범이 과거 앨범의 마케팅 역할을 하는 완벽한 캐시카우(Cash Cow) 구조입니다. 우리도 생명력이 한정적인 기획 상품을 넘어, 10년 이상 팔아먹을 수 있는 메인스트림 시장으로 진입해야 합니다.
[출처] 철공소닷컴 제공 영상 · 17:07
글로벌 인프라의 부재: 국가가 나서야 할 타이밍
마지막으로 짚어야 할 것은 인프라입니다. K팝은 인터넷과 SNS를 타고 전 세계로 퍼져나갔지만, 정작 우리는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둔 '다국어 데이터베이스' 하나 제대로 구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올뮤직닷컴(AllMusic.com) 같은 사이트는 전 세계 음악의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다국어로 서비스하며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는 여전히 한국어 서비스에만 갇힌 '코리아와이드 웹'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해외 팬들이 한국어를 배우지 않고도 자국어로 K팝 정보를 검색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제까지 할 수 있는 원스톱 솔루션이 필요합니다. 이는 단기적인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에 일개 기업이 감당할 수 없습니다. 도로망을 깔듯 정부가 나서서 구축해야 할 국가 기간망입니다. 피터 드러커가 예언했듯, 21세기의 글로벌 패권은 문화 산업에서 결정됩니다. 문화를 단순한 소비재가 아닌 국가의 미래를 결정지을 철학적이고 전략적인 무기로 바라봐야 할 때입니다. 요주의 인물 강헌이었습니다.
FAQ
한류가 성공할수록 혐한류가 커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문화를 감정의 교류가 아닌 일방적인 판매 상품으로 취급하는 우리의 '문화 제국주의적' 태도 때문입니다. 상대국의 문화를 수용하고 존중하는 태도 없이 우리 콘텐츠만 팔려고 하면 필연적으로 자존심의 상처와 반발을 부르게 됩니다.
아이돌 그룹 중심의 K팝 수출이 가진 한계는 무엇인가요?
댄스 아이돌 음악은 트렌드에 매우 민감하여 유통기한이 짧고, 새 앨범이 흥행해도 과거 앨범이 다시 팔리지 않는 구조를 가집니다. 이 장르의 인기가 꺾이는 순간 대체할 카드가 없으며, 과거 홍콩 영화 산업처럼 한순간에 몰락할 위험이 있습니다.
미국 음악 시장에서 록과 R&B가 메인스트림인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요?
해당 장르가 자본주의에 가장 최적화된 포맷이기 때문입니다. 제작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들고, 투어를 통해 자체 마케팅이 가능하며, 새 앨범이 나올 때마다 과거의 앨범(백 카탈로그)이 함께 팔리는 수익 구조와 10년 이상의 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