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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류는 에너지, 혁신, 협력, 진화라는 생명체의 근본 법칙에 따라 발전해 왔으며, 기술 혁신을 통해 폭발적인 물질적 풍요를 이룩했습니다.
  • 하지만 혁신이 가져온 풍요는 필연적으로 인구 증가와 자원 분배의 한계를 부르고, 이는 다시 타인의 성공이 나의 손해가 되는 '제로섬 게임'과 계급 갈등으로 이어집니다.
  • 단순한 기술적, 에너지적 혁신을 넘어 제한된 환경 속에서도 공존을 모색할 수 있는 '정치적 혁신'과 새로운 형태의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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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인류가 누리는 물질적 풍요는 역사상 유례없는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그만큼 더 행복해졌을까요? 현대 사회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생산량을 이미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대립과 사회적 갈등, 그리고 개개인의 불행은 결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낙관주의자들은 과거에 비해 폭력과 빈곤이 줄어들었다고 주장하지만, 비관주의자들은 거대한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착취가 교묘해지고 희망 잃은 '회색 지대'의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지적합니다. 이 당혹스러운 모순을 이해하기 위해, 마이클 무투크리슈나(Michael Muthukrishna)의 저서 『인간 문명의 네 가지 법칙』이 제시하는 생물학적, 에너지적 관점의 해석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생명체의 네 가지 법칙과 EROI(에너지 투자 수익률)

무투크리슈나는 인간 역시 거대한 생명체의 일부이며, 사회의 발전과 갈등 역시 생명체의 근본적인 법칙을 따른다고 주장합니다. 그가 제시하는 네 가지 법칙은 에너지, 혁신, 협력, 진화입니다. 모든 생명 활동은 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며(에너지 법칙), 생명체는 이 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포획하고 제어하기 위해 변화합니다(혁신 법칙). 그리고 혼자일 때보다 함께일 때 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집단을 형성하게 되며(협력 법칙), 이 모든 과정은 누군가 지능적으로 설계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살아남은 자연선택의 결과(진화 법칙)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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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충코의 철학 Chungco 제공 영상 · 03:47


이러한 법칙을 관통하는 핵심 개념이 바로 EROI(Energy Return on Investment, 에너지 투자 수익률)입니다. 이는 입력한 에너지 대비 얼만큼의 에너지를 출력해 낼 수 있는가를 뜻합니다. 생명체나 인간 사회는 이 EROI가 1 이상이 되는 방향, 즉 투입한 노력보다 더 많은 잉여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만 발전해 왔습니다. 산업혁명 시기 영국이 가장 먼저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도 석탄을 쉽게 캘 수 있는 환경 덕분에 EROI를 극대화하기 유리했기 때문입니다.

혁신의 역설: 풍요는 어떻게 다시 결핍이 되는가

문제는 에너지 혁신이 만들어낸 풍요가 영원한 평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혁신을 통해 잉여 에너지가 생겨나면, 사회는 '포지티브 섬(Positive-sum)' 상태가 되어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풍요는 필연적으로 집단 구성원의 증가를 부릅니다. 더 많은 사람이 생존하고 출산율이 늘어나면서, 결국 1인당 누릴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은 다시 줄어들게 됩니다. 파이는 그대로인데 그것을 나누어 가져야 할 사람이 많아지면, 사회는 다시 결핍의 상태로 회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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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충코의 철학 Chungco 제공 영상 · 17:09


이 지점에서 갈등과 계급 분화가 발생합니다. 전체 에너지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기득권은 자신의 EROI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집단을 착취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과거 수렵채집 사회가 농업 혁명을 거치며 땅과 노예를 빼앗는 전쟁을 시작했던 것이나, 현대에 들어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을 값싼 생산 기지로 활용하며 인적 자원을 빨아들이는 현상 모두 본질적으로 같은 맥락입니다. 제2차 농업 혁명이라 불리는 '녹색 혁명' 역시 폭발적인 식량 증산을 이뤄냈지만, 결과적으로 개도국의 인구를 기형적으로 급증시켜 오늘날 심각한 구조적 빈곤과 인구 문제를 남겼습니다.

AI 기술은 과연 우리를 구원할 혁신인가

그렇다면 현대 사회가 열광하는 인공지능(AI)과 같은 최신 기술은 어떨까요? 우리는 흔히 AI가 엄청난 부와 혁신을 가져다줄 것이라 기대합니다. 하지만 무투크리슈나의 관점을 빌려 비판적으로 바라보면, AI 발전은 인류 전체의 파이를 획기적으로 키우는 근본적 에너지 혁신이라기보다는 '제로섬(Zero-sum) 게임'을 가속화하는 도구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과거 석유 시추 기술이 미비했을 때는 많은 노동자가 필요했고 그들에게 부가 분배되었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극소수의 사람만으로도 에너지를 독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AI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람 없이도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이 기술은, 소수에게만 특권을 집중시키고 대다수 사람들의 잉여 에너지를 앗아가는 차별의 가속 페달이 될 위험이 큽니다. 노력해도 자신에게 할당되는 에너지가 늘어나지 않는다고 느끼는 순간, 사회적 유대는 무너지고 혼란이 찾아옵니다.

기술 혁신을 넘어 정치적 혁신으로

무투크리슈나는 인류가 다시 포지티브 섬의 시대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핵융합 발전과 같은 차원이 다른 '에너지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에너지가 무한에 가깝게 풍족해져야만 제로섬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저는 한편으로는 과연 에너지 혁신만이 유일한 해답일지 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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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충코의 철학 Chungco 제공 영상 · 28:11


오히려 우리에게 지금 절실한 것은 '정치적 혁신'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최고선이라고 믿어왔던 19~20세기 형태의 민주주의가 과연 21세기의 극심한 자원 제약과 양극화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지 냉정하게 되물어야 합니다. 진화의 법칙처럼 무수한 실패와 시행착오, 그리고 누군가의 뼈아픈 희생을 통해서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라면 그 과정은 너무나 고통스럽습니다. 맹목적인 기술 만능주의에 기대기보다는, 제약된 조건 속에서도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 체계와 사회적 합의를 고민하는 것이 인류의 불행을 줄이는 더 건전한 방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우리가 마주한 이 갈등의 굴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FAQ

EROI(에너지 투자 수익률)란 무엇이며 왜 중요한가요?

EROI는 입력한 에너지 대비 출력된 에너지의 비율을 의미합니다. 생명체나 인간 사회는 투입한 노력보다 더 많은 잉여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EROI가 1 이상인) 방향으로만 발전해 왔으며, 이 수치가 높아질 때 사회적 풍요와 발전이 일어납니다.

기술 혁신으로 풍요로워졌는데 왜 다시 갈등이 생기나요?

에너지 혁신으로 풍요가 찾아오면 인구가 증가하고 사회 구성원이 늘어납니다. 결국 1인당 누릴 수 있는 에너지와 자원이 다시 줄어들면서 결핍이 발생하고, 한정된 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제로섬 게임과 계급 간 갈등이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AI의 발전이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I 기술은 파이 전체를 획기적으로 키우는 근본적 에너지 혁신이라기보다, 적은 인력으로도 높은 생산성을 내게 해주는 기술에 가깝습니다. 이로 인해 극소수가 자원과 특권을 독점하게 되고, 다수의 사람들에게 분배될 에너지는 줄어들어 제로섬 현상을 가속화할 위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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