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흔히 막연한 미래의 행복과 쾌락을 좇아 인생의 중대한 결정들을 내리지만, 이는 증명하기 어려운 불확실한 목표일 때가 많습니다.
- 철학자 칼 포퍼의 '반증주의' 개념에 따르면, 불확실한 진리를 증명하려 하기보다 명확한 거짓(고통)을 제거해 나가는 것이 훨씬 확실한 발전 방식입니다.
- 거창한 목표를 위해 오늘의 고통을 맹목적으로 참아내기보다, 일상 속 구체적인 문제들을 먼저 인식하고 해결해 나가는 것이 후회 없는 삶을 만드는 실질적인 전략입니다.

누구나 마음 깊은 곳에 엄청나게 후회가 되는 일에 대한 기억 하나쯤은 간직한 채 살아갈 겁니다. 하지만 그 후회심이 우리의 삶을 완전히 짓눌러 버리지 않도록 하려면, 되도록 매 순간 지혜로운 결정을 내리며 살아가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혜로운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 항상 어렵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자기 자신에게 가장 좋아 보이는 것을 선택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것이 잘못된 판단이었음을 깨닫고 당혹스러운 기분을 느끼곤 하죠.
그렇다면 인생을 후회 없이 산다는 것은, 결국 지금의 가치 판단과 미래에 이루어질 가치 판단 사이의 격차를 최대한 줄이는 일이 될 겁니다. 과연 우리는 어떻게 이 간극을 줄일 수 있을까요? 저는 철학자 칼 포퍼(Karl Popper)가 제시한 '반증주의(Falsificationism)' 정신을 우리의 일상에 적용해 보는 것이 하나의 날카로운 해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불확실한 증명보다 확실한 반증
포퍼의 반증주의는 주로 과학의 구조를 통찰하는 데 쓰이는 철학적 개념입니다. 우리는 흔히 과학이 발전한다는 것을 '어떤 진리가 참이라는 것을 증명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포퍼가 생각하기에 과학에서는 증명보다 오히려 반증이 훨씬 더 중요한 활동입니다.
예를 들어서 '이 백신은 안전하다'라는 명제를 완벽하게 증명하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안전의 기준은 무엇이며, 관찰되지 않은 변수나 수십 년 뒤에 나타날 부작용까지 모두 고려하여 100% 참이라고 확언할 수 있을까요? 완전한 증명은 언제 이루어질지 결코 알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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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반증은 이보다 훨씬 더 확실합니다. 충분히 많은 사람에게서 부작용이 발생했다면, 그 백신이 안전하다는 주장은 즉각적으로 반증됩니다. 포퍼는 과학이 진리를 단번에 증명하면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반증의 시도를 통해 거짓된 믿음들을 걸러내며 참된 지식에 다가가는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쾌락과 고통은 동일 선상에 있지 않다
흥미로운 점은 포퍼가 자신의 반증주의 아이디어를 단순히 과학에만 국한하지 않고 윤리적 가치를 설명하는 데에도 적용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는 저서 『열린 사회와 그 적들』에서 쾌락과 고통은 서로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 없다는 위대한 통찰을 제시합니다.
전통적인 공리주의는 쾌락을 늘리고 고통을 줄이는 것을 동등한 가치로 계산하려 했습니다. 쾌락이 100 증가하는 것과 고통이 100 감소하는 것을 같은 크기의 플러스 요인으로 본 것이죠. 하지만 포퍼는 이 둘이 결코 같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고통은 누구에게나 강렬하고 명확하게 일어나는 반면, 쾌락은 사람에 따라 상대적이고 불명확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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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으로 여행을 떠났을 때 내가 정확히 얼만큼의 쾌락을 얻을지는 사전에 계산하기 매우 모호합니다. 심지어 막상 겪고 나서도 그 즐거움의 실체는 두루뭉술하게 남기도 하죠. 하지만 발목을 삐었을 때 느끼는 고통은 다릅니다. 이는 직관적이고 매우 확실한 삶의 해악입니다. 이렇듯 포퍼는 윤리적 가치 판단을 내릴 때, 불명확한 쾌락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명확한 고통을 제거하는 것이 훨씬 더 우선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막연한 행복을 좇기보다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라
저는 포퍼의 이러한 윤리학적 주장이 우리가 후회 없는 삶을 사는 데에도 깊은 위안과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삶의 긍정적인 목표나 쾌락을 좇아 장기적인 계획을 세웁니다. 물론 그 자체는 건전한 일입니다. 하지만 반증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저 집을 사면', '원하던 직업을 얻으면' 행복해질 것이라는 믿음은 완벽히 증명하기 어려운 막연한 기대에 불과할 때가 많습니다. 막상 그 목표를 이루었을 때 정말로 기대하던 행복이 주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반면에 우리가 매일매일 겪는 크고 작은 고통을 제거했을 때 내 삶이 나아질 거라는 사실은 너무나 명확합니다. 운동을 하지 않아 몸이 찌뿌둥할 때 운동을 하면 개운해진다는 것, 업무 스킬이 부족해 야근이 잦을 때 새로운 기술을 배우면 퇴근이 빨라진다는 것은 확실한 플러스 요인입니다. 거대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도, 당장 마주하는 작은 문제와 고통들을 해결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나의 삶을 훨씬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줍니다.
문제 인식이 세상을 관찰하게 만든다
이러한 '문제 인식'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바꿔놓습니다. 포퍼는 관찰보다 문제 인식이 앞선다고 주장했습니다. 과학자들은 무작정 세상을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이론에 어떤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품은 뒤에야 비로소 유의미한 관찰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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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예술이나 비즈니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폴 세잔(Paul Cézanne)이 산을 완벽하게 그리는 방법을 찾기 위해 집착했던 것이나, 위대한 기업가들이 단순히 '돈을 벌겠다'가 아니라 '세상의 특정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던 것을 떠올려 보십시오. "좋은 그림을 그리겠다" 혹은 "좋은 기업을 만들겠다"는 맹목적인 목표는 불명확하지만, 당장 눈앞에 주어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집중했을 때 비로소 위대한 결과물이 탄생합니다.
우리 일상도 마찬가지입니다. 막연히 긍정적인 미래만을 바라보느라 지금 당장 겪고 있는 실질적인 고통과 불만을 "그냥 참아야 하는 것"으로 억누르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어쩌면 큰 목표를 향해 꿋꿋이 나아가는 것만큼이나, 적극적으로 내 삶의 작은 고통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는 것이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가장 현명한 전략일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은 후회 없는 삶을 위해 과연 어떤 전략을 갖고 계신가요?
FAQ
칼 포퍼의 반증주의란 무엇인가요?
과학에서 어떤 가설이 참임을 완벽하게 증명하는 것보다, 거짓임을 밝혀내는(반증) 과정이 훨씬 더 확실하며 이를 통해 지식이 발전한다는 철학적 개념입니다.
쾌락보다 고통의 제거를 우선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쾌락은 주관적이고 불명확하여 실현되었을 때의 만족감을 확신하기 어렵지만, 고통은 누구에게나 직관적이고 명확하므로 이를 제거했을 때 삶의 질이 향상된다는 사실이 훨씬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거창한 목표를 세우는 것은 나쁜 것인가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장기적인 목표를 품는 것은 건전하고 좋은 일입니다. 다만 막연한 목표만을 좇느라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일상의 실질적인 문제와 고통을 방치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