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의 가치관과 선택은 독립적인 자유의지의 결과가 아니라, 주변 환경과 타인에 의해 뇌에 각인된 생물학적 프로그램의 산물입니다.
- 우리의 뇌는 자아와 타인의 영향에 극도로 취약하여, 기존의 편견을 강화하거나 다수의 의견에 무비판적으로 동조하는 위험에 빠지기 쉽습니다.
- 하지만 가치 산정, 선택, 보상 추적이라는 뇌의 의사결정 3단계를 의식적으로 비틀면 우리는 스스로의 뇌를 새롭게 재설정하고 변화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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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에는 아주 유명하고 충격적인 실험이 하나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막대를 보여주고 길이가 같은 것을 고르라고 하면 평소에는 100% 정답을 맞힙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주변 사람들이 다 같이 짜고 오답을 말하면, 무려 77%의 사람들이 적어도 한 번은 남들을 따라 오답을 고르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 고전적인 실험은 인간이 스스로 생각하는 것만큼 결코 합리적이거나 주체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과연 우리는 자유로운 존재일까요? 지금 이 순간에도 온전히 내 의지로 결정을 내리고 있는 걸까요? 저는 철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인간의 주체적인 면모에 주목하려 노력하지만, 결국 인간이 생물학적 조건의 한계 속에서 살아간다는 사실 역시 부정할 수 없습니다. 타인의 의견에 영향을 받아 아예 생각 자체가 바뀌어 버리는 수동적인 면모를 인정해야만 진정으로 우리 자신을 균형 있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결정은 온전히 당신의 것일까
최근 신경과학계는 우리가 살면서 내리는 가치 평가들이 뇌의 생물학적인 구조에 철저히 지배받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습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의 신경과학자 에밀리 포크는 자신의 저서에서 우리의 가치관이 주변 환경에 의해 프로그래밍되어 뇌 속에 각인된다고 주장합니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그 프로그램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는 기계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다는 뜻입니다.
인간의 뇌는 평상시 끊임없이 주변 선택지들의 가치를 평가하고 결정 내립니다. 이른바 '가치 기반 의사결정' 과정입니다. 뇌는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건강, 맛, 가격 등 수많은 요소를 고려해 선택지에 점수를 매기는 가치 산정을 거치고, 가장 점수가 높은 대상을 향해 움직이도록 선택을 명령합니다. 이후 그 선택이 가져온 결과를 바탕으로 보상 추적과 학습을 진행하여 다음번 가치 평가에 반영합니다. 처음에 샐러드를 싫어하던 사람도 계속 기대 이상의 보상을 얻다 보면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변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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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충코의 철학 Chungco 제공 영상 · 00:30
뇌는 어떻게 타인과 환경에 지배당하는가
그렇다면 이 가치 평가는 도대체 무엇에 의해 좌우되는 걸까요? 뇌과학은 크게 두 가지 요소를 지목합니다. 첫째는 '자아'입니다. 놀랍게도 우리 뇌에서는 가치 평가와 관련된 영역과 나와 관련된 영역이 상당히 많이 겹칩니다. 뇌는 나와 시공간적으로 가까운 것일수록 좋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당장 눈앞에 확실하게 보이는 쾌락(현재의 나)을 택하기 쉽고, 멀리 떨어진 건강(미래의 나)을 위한 인내를 어려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둘째는 '타인'입니다.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예측할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 역시 가치 평가를 내릴 때 활성화되는 영역과 상당 부분 겹칩니다. 미국의 한 국립공원에서 "관광객들이 화석을 가져가서 문제가 되고 있어요"라는 경고문을 붙였을 때 오히려 도둑질이 늘어난 사례가 이를 증명합니다. 사람들은 '남들도 다 가져가네'라며 타인의 행동을 통해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했던 것입니다. 반면 지역 주민들에게 "이웃의 77%가 에어컨 대신 선풍기를 씁니다"라고 알렸을 때 가장 큰 에너지 절약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이렇듯 인간의 가치 판단은 주변 사람들에 의해 크게 좌지우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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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충코의 철학 Chungco 제공 영상 · 08:30
여론 조작과 확증 편향이 위험한 진짜 이유
자아와 타인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인간의 습성이지만, 이는 현대 사회에서 아주 위험한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기존의 고정된 자아상에 집착하게 되면, 그 자아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선택은 모조리 위협으로 간주하여 사전 차단해 버립니다. 새로운 보상을 느껴보고 학습할 기회조차 잃은 채 무한 루프에 빠져 기존의 가치관만 맹목적으로 강화하게 되는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사회적 영향력에 무비판적으로 동조할 때 발생합니다. 눈앞에 보이는 막대의 객관적인 길이조차 타인의 의견에 흔들리는데, 추상적인 가치 판단은 오죽할까요? 특히 요즘처럼 인터넷을 통해 익명으로 무책임한 비난과 조롱이 쏟아지는 환경에서는, 뇌가 이를 '타인의 의견'으로 받아들이고 자동으로 가치관을 재조정해 버릴 위험이 큽니다. 사회 전체가 부적절한 가치관을 공유하고 강화하는 극단적인 순환에 빠질 수 있는 것입니다.
고정된 뇌의 프로그램을 다시 짜는 3단계 전략
하지만 비관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수동적으로 프로그래밍되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를 다시 프로그래밍할 수도 있는 존재입니다. 뇌의 가치 기반 의사결정 3단계를 역이용하면 우리의 가치 체계를 재설정할 수 있습니다.
첫째, 가치 산정 단계에서는 의도적으로 새로운 선택지를 알아야 합니다. 우리 뇌는 오직 이미 알고 있는 선택지 안에서만 비교를 수행합니다. 자기 주장만 고집하는 메아리 방(Echo Chamber)에서 벗어나 활발한 토론과 새로운 정보를 접해야만 가치 산정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꿀 수 있습니다.
둘째, 선택 단계에서는 익숙함을 거슬러 다른 선택을 한 번 내려봐야 합니다. 이때 자아와 타인을 전략적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운동을 싫어하지만 공부에 자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운동 역시 공부에 필요한 성실성을 발휘하는 활동"이라고 자아상과 연결 지어 거부감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내가 원하는 가치를 이미 실천하고 있는 새로운 사람들의 무리(네트워크)로 이동하는 것도 훌륭한 전략입니다.
셋째, 보상 추적과 학습 단계에서는 결과의 다른 측면에 주목해 보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어떤 측면에 주목해 평가를 내릴지 고정관념에 갇혀있지 말고, 의식적으로 다른 각도에서 보상의 여러 측면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러면 보상 추적이 변화하고 결국 다음번의 선택이 달라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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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충코의 철학 Chungco 제공 영상 · 13:47
결론: 분열된 세상에서 열린 존재로 나아가기
흔히들 사람은 안 변한다고 말합니다. 기존의 자아가 주는 편안함에 안주하며 비슷한 사람들의 무리 안에서만 살아가면 당연히 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면, 사람은 어마어마한 부분에서 변화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애초에 우리의 가치 체계 자체가 선택과 학습의 반복을 통해 형성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갈수록 분열되는 세상 속에서 서로 대화가 단절된 채 살아간다면, 각 집단의 사고방식은 고착화되고 우리의 삶은 끔찍하게 경직될 겁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의식적으로 기존의 프로그램을 깨고 보다 열린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나는 다른 누군가에게 또 한 명의 '타인'이고,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프로그래밍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과연 여러분은 오늘부터 스스로의 삶을 어떻게 다시 프로그래밍하시겠습니까?
FAQ
가치 기반 의사결정이란 무엇인가요?
우리 뇌가 주변 선택지들의 가치를 무의식적으로 평가(가치 산정)하고, 가장 높은 가치를 지닌 쪽으로 행동(선택)한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번 평가 기준을 수정(보상 추적과 학습)하는 3단계 의사결정 과정을 말합니다.
왜 우리는 타인의 의견에 쉽게 휩쓸리나요?
뇌과학적으로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예측할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이, 우리의 가치 평가를 담당하는 뇌 영역과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우리는 타인이 선호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함께 선호하게 됩니다.
뇌의 프로그램을 긍정적으로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기존에 알던 선택지 외에 새로운 선택지를 의도적으로 탐색하고, 자신의 자아상과 연결 짓거나 주변 인간관계를 바꾸는 방식으로 낯선 선택을 시도해 보아야 합니다. 또한 결과에서 얻는 보상을 평소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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