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nel_banner
  • BTS의 신보 'ARIRANG'은 귀에 꽂히는 멜로디와 멤버들의 뚜렷한 음색을 의도적으로 지워버린 당혹스러운 사운드를 선보였습니다.
  • 이는 그간 강조해 온 '너 자신을 사랑하라(Love Yourself)'는 강박에서 벗어나, 자아를 해체하고 세계의 일부로 쉬어 가자는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 대중성과 화려함을 내려놓고 깊은 물속으로 침잠하는 이들의 실험은, '나다움'에 지친 현대인에게 새롭고 기묘한 위안을 선사합니다.

{img}

최근 방탄소년단(BTS)이 신보 'ARIRANG'으로 컴백했습니다. 발매 직후, 귀에 꽂히는 멜로디나 화려한 퍼포먼스 대신 영어 가사와 먹먹한 사운드로 채워진 앨범에 실망감을 표하는 반응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한편으로는 이번 앨범을 들으며 긍정적인 의미로 크게 놀랐습니다. 결코 대중성을 놓친 실패작이 아니라, 철저하게 계산된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연 이 당혹스러운 사운드 이면에 어떤 의미가 숨어 있는 것일까요?

대중성과 개성을 지워버린 당혹스러운 사운드

이번 앨범의 가장 독특한 지점은 명확하지 않은 멜로디와 뭉개지는 듯한 음성에 있습니다. 대중음악의 필수 요소라 할 수 있는 '귀에 꽂히는 사운드'가 희한하리만치 배제되어 있습니다.


{img}

[출처] 충코의 철학 Chungco 제공 영상 · 02:44


타이틀곡 'Swim'을 비롯한 여러 트랙들은 강한 더블링과 화음을 통해 메인 멜로디의 음량을 오히려 줄여버렸습니다. BTS의 가장 큰 무기였던 멤버 개개인의 독특하고 매력적인 음색을 의도적으로 죽여놓은 것입니다. 도대체 누가 부르는 것인지조차 또렷하게 들리지 않는 이 실험적인 시도는, 엄청난 대중성을 확보해야 하는 K팝 그룹의 입장에서는 대단히 파격적인 선택입니다.

첫 번째 이유: 거창함이라는 왕관을 내려놓다

제가 생각하기에 이번 앨범에 담긴 첫 번째 메시지는 그동안 유지해 온 '거창함'을 내려놓고자 하는 의지입니다. 전 세계를 선도하며 압도적인 사운드와 거대한 퍼포먼스로 임팩트를 주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난 것입니다.


{img}

[출처] 충코의 철학 Chungco 제공 영상 · 04:08



왜 항상 대중의 귀에 즉각적으로 꽂히는 음악만을 추구해야 하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표를 던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화려한 자극성을 버리고 굳이 이 어려운 길을 택한 것은, 역설적으로 BTS에게 또 다른 챕터의 시작을 알리는 선언이기도 합니다.

두 번째 이유: 'Love Yourself'에서 '자아의 해체'로

두 번째이자 앨범을 관통하는 핵심 철학은 바로 '자아의 해체'입니다. 수록곡 'Into the Sun'에서 들리는 중첩된 목소리들은 본 이베르(Bon Iver)의 음악처럼 익명성과 자아의 붕괴를 상징합니다. 현대 사회는 우리에게 사회의 기준에 맞춰 수동적인 삶을 요구하면서도, 동시에 '너답게 살아야 한다'는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밉니다. 우리는 '나다운 것'을 찾기 위해 끝없이 피곤한 노력을 이어갑니다.

철학자 에리히 프롬이 『소유냐 존재냐』에서 지적했듯, 우리는 세계와 나를 분리하고 '나'라는 영역 안에 끊임없이 무언가를 소유하려 듭니다. 과거 BTS 역시 'Love Yourself' 시리즈를 통해 자신을 사랑하라는 위로를 건넸습니다. 하지만 이번 앨범은 오히려 "너 자신마저도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합니다. 나로서 살아가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오케스트라의 한 악기처럼 세계의 일부인 '우리'로서 존재해 보자는 제안입니다.

심해로 침잠하여 몸으로 연대하다

이러한 철학적 태도는 가사와 사운드 곳곳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타이틀곡 'Swim'에서 반복되는 "I just wanna dive"라는 구절은, 밝은 빛이 비치는 무대가 아니라 아무도 보지 못하는 어두운 물속으로 깊이 침잠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img}

[출처] 충코의 철학 Chungco 제공 영상 · 11:05


또한 'Body to Body'라는 곡은 정신과 대비되는 '몸'의 개념을 끌어옵니다. 정신이 나와 세계를 분리하고 자의식을 형성한다면, 몸은 세계와 맞닿는 표면이자 그 일부입니다. 관객과 정신이 아닌 몸 대 몸으로 호흡하겠다는 것은 생의 굴레로부터 내려와 세계와 하나가 되겠다는 뜻입니다. 'Merry-Go-Round'에서 엿보이는 라디오헤드(Radiohead) 특유의 우울하고 왜곡된 정서 역시, 쳇바퀴 도는 일상에 대한 피로감과 휴식에 대한 갈망을 대변합니다.

아쉬움의 이면에 자리한 새롭고 기이한 위로

물론 아쉬운 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특유의 재치 있는 한국어 가사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 그리고 일곱 멤버의 매력적인 목소리를 선명하게 들을 수 없다는 점은 팬들의 입장에서 충분히 꺼림칙한 느낌이 들거나 아쉽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중첩되고 기계적으로 왜곡된 목소리가 주는 나름의 편안함이 분명 존재합니다. 모든 욕망을 충족시키는 환상의 나라가 아니라, 어둡고 침침하지만 있는 그대로 가라앉을 수 있는 심해의 사운드를 통해 우리는 기이한 위안을 얻습니다. 어쩌면 이 당혹스러운 앨범은,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형태의 휴식일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은 이 낯선 음악 속에서 과연 어떤 위로를 발견하셨나요?


FAQ

방탄소년단의 신보 'ARIRANG' 사운드가 이전과 크게 달라진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존의 화려하고 귀에 꽂히는 멜로디 대신, 자아를 해체하고 세계의 일부로 쉬어 가자는 철학적 메시지를 담기 위해 의도적으로 먹먹하고 중첩된 사운드를 선택했습니다.

이번 앨범이 과거의 'Love Yourself' 메시지와 어떻게 다른가요?

과거에는 '너 자신을 사랑하라'며 개인의 가치를 강조했다면, 이번 앨범은 '나로서 살아가야 한다'는 강박마저 내려놓고 익명성 속에서 편안함을 찾자는 새로운 위로를 건넵니다.

한국어 가사나 멤버들의 뚜렷한 음색이 줄어든 점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K팝 그룹의 강점인 개성과 재치 있는 가사가 줄어든 점은 팬들에게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왜곡되고 중첩된 목소리 자체가 주는 기이한 편안함과 휴식의 의미가 그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습니다.


원본 영상 보기

# ARIRANG
# BTS
# 대중음악
# 방탄소년단
# 에리히프롬
# 인문학
# 자아해체
# 철학

인문 카테고리 포스트

'나다움'에 지친 현대인에게 BTS가 건네는 기이한 위로 - 이글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