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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 노조가 기존의 불투명한 '경제적 부가가치(EVA)' 기준 대신 투명한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을 요구하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 회사는 영업이익 기준 도입은 검토할 수 있으나, 막대한 미래 투자금 확보와 타 사업부와의 형평성을 위해 상한선(캡) 폐지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 이번 협상 결과는 단순히 삼성전자의 내부 문제를 넘어, 성과급의 통상임금 인정 여부와 한국 대기업 전반의 보상 체계에 거대한 나비효과를 가져올 전망입니다.

최근 삼성전자 노사 협상이 파업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지며 뜨거운 감자가 되었습니다. 갈등의 핵심은 단 하나, '성과급 기준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에 있습니다. 기존의 복잡하고 불투명한 계산법을 버리고, SK하이닉스처럼 누구나 알기 쉽게 '영업이익의 몇 %'를 성과급으로 달라는 것이 노조의 요구입니다. 반도체 호황을 맞아 막대한 이익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 요구가 수용될 경우 직원 한 명당 수억 원의 성과급을 받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겉보기엔 단순한 보상 문제 같지만, 사실은 한국 대기업 전반의 성과급 체계를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분기점입니다. 도대체 왜 이런 갈등이 벌어지게 된 걸까요?

불투명한 'EVA'와 투명한 '영업이익'의 충돌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이번 파업의 본질은 단순히 '돈을 더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성과를 측정하는 기준이 너무 불투명하다는 불만이 폭발한 겁니다. 기존에 삼성전자는 '경제적 부가가치(EVA)'라는 복잡한 내부 지표를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해 왔습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영업이익에서 세금을 빼고 '자본비용'까지 뺀 진짜 순이익을 기준으로 성과를 나누겠다는 개념입니다. 일상적인 비유를 들어볼까요? 여러분이 1억 원을 은행에 넣으면 가만히 있어도 1년에 400만 원의 이자가 나옵니다. 그런데 그 1억 원으로 사업을 해서 500만 원을 벌었다면 어떨까요? "야, 500만 원이나 벌었네!"라고 좋아할 게 아니라, 은행 이자 400만 원을 뺀 100만 원만 진짜로 번 돈이라고 계산하는 겁니다. 자본이 엄청나게 들어가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생각하면, 회사의 기회비용을 고려한다는 이 컨셉 자체는 굉장히 합리적입니다.


두 명의 남성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토크 장면

두 명의 남성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토크 장면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이 계산 과정이 직원들에게 전혀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회사가 얼마의 자본을 어떻게 조달했는지, 할인율은 얼마를 적용했는지 재무제표에도 나오지 않습니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올해 성과급은 연봉의 40%입니다"라는 결과 통보만 받을 뿐, 그 숫자가 어떻게 나왔는지 알 길이 없잖아요. 반면 SK하이닉스는 5년 전부터 재무제표를 열면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아주 직관적인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삼성전자 직원들 입장에서는 "우리도 하이닉스처럼 투명하게 영업이익 기준으로 달라"고 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겁니다.

상한선(캡) 폐지를 둘러싼 삼성전자의 딜레마

노조의 거센 요구에 회사 측도 "영업이익 기준으로 바꾸는 것은 진지하게 검토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쟁점이 하나 남아 있습니다. 바로 성과급의 '상한선(캡) 폐지' 여부입니다. 노조는 상한선 없이 영업이익의 15%를 달라고 주장하지만, 회사는 상한선을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첫 번째 이유는 막대한 미래 투자금 확보입니다. 반도체 산업은 사이클이 있습니다. 호황일 때 돈을 쓸어 담지만, 불황일 때는 조 단위의 적자를 내기도 합니다. 반면 매년 설비 투자에 들어가야 하는 돈은 80조 원에서 90조 원에 달합니다. 호황일 때 번 돈을 성과급으로 다 나눠 가져버리면, 불황이 찾아왔을 때 생존을 위한 투자를 할 수 없게 됩니다.


삼성전자 주주 행동 실천본부의 기자회견 현장을 담은 뉴스 사진

삼성전자 주주 행동 실천본부의 기자회견 현장을 담은 뉴스 사진


두 번째 이유는 삼성전자라는 기업의 특수성 때문입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만 하는 단일 기업이지만,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가전, 파운드리 등을 모두 아우르는 종합 전자기업입니다. 만약 상한선을 없애버리면, 반도체 사업부 직원은 호황기에 수억 원의 성과급을 챙기는데 가전 사업부 직원은 1천만 원을 받는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같은 회사 안에서 이렇게 엄청난 보상 격차가 발생하면 조직 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해집니다. 회사가 상한선을 끝까지 포기하지 못하는 데는 이런 현실적인 고충이 숨어 있습니다.

통상임금 리스크와 산업계 전반의 나비효과

또 하나 재밌는 건, 이 성과급 공식이 법적인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기존의 EVA 방식은 계산이 회사의 재량에 달려있어 대법원에서도 성과급을 '임금'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만약 "영업이익의 10%를 무조건 지급한다"는 명확한 공식이 취업규칙에 박히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법조계에서는 이 성과급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이렇게 되면 퇴직자들이 "과거 퇴직금 계산에 성과급도 포함해 달라"며 줄소송을 낼 수 있고, 회사는 엄청난 재무적 부담을 떠안게 됩니다.

결국 이번 삼성전자 노사 협상은 단순히 한 기업의 내부 문제를 넘어섰습니다. 이미 현대차, 카카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다른 대기업에서도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어떤 결론을 내리느냐에 따라 대한민국 대기업들의 성과 공유 체계가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FAQ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까지 하며 요구하는 핵심 내용은 무엇인가요?

기존의 불투명한 '경제적 부가가치(EVA)' 기준을 폐지하고, SK하이닉스처럼 회사 재무제표에 공개되는 '영업이익의 15%'를 상한선 없이 성과급으로 지급해 달라는 것입니다.

기존에 성과급을 주던 방식인 'EVA'는 무엇이 문제인가요?

영업이익에서 세금과 자본비용을 빼고 순수한 초과 이익을 계산한다는 개념 자체는 합리적이지만, 자본비용이나 할인율 등 구체적인 수치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아 직원들이 성과급 산정 과정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불투명성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회사가 성과급 상한선(캡)을 없애는 것을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호황기에 번 돈을 불황기의 막대한 설비 투자(연간 80~90조 원)를 위해 비축해야 하며, 스마트폰이나 가전 등 다른 사업부 직원들과 성과급 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질 경우 내부 조직 관리가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성과급 기준을 영업이익으로 바꾸면 법적인 문제도 생기나요?

기존 EVA 방식은 회사 재량이 커서 대법원이 임금으로 보지 않았지만, '영업이익의 몇 %'처럼 명확한 공식이 생기면 이를 '통상임금'으로 해석할 여지가 생깁니다. 이 경우 퇴직금 재산정 등 대규모 줄소송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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