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다의 한국 시장 철수는 단순한 판매 부진이 아니라, 상장 이후 69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한 본사의 혹독한 글로벌 긴축 경영의 일환입니다.
-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전기차 전략이 시장 성장 둔화와 소프트웨어 경쟁력 부족으로 실패하며 약 23조 원 규모의 손실을 떠안게 되었습니다.
- 미국 시장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생산 구조 탓에 환율 직격탄을 맞았으며, 당분간 하이브리드와 오토바이 수익에 의존하며 생존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img}
최근 일본의 대표 자동차 브랜드 혼다(Honda)가 한국 시장 철수를 결정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요즘 한국에서 혼다 차가 안 보여서 철수하나 보다'라고 생각하시죠? 표면적으로는 판매 부진이 맞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한국에서 차가 안 팔려서 짐을 싸는 게 아닙니다. 사실 이 결정의 이면에는 상장 이후 69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한 혼다 본사의 심각한 경영 위기가 숨어 있습니다. 한국 시장 철수는 혹독한 글로벌 구조조정의 신호탄일 뿐입니다. 도대체 내연기관 시대의 챔피언이었던 '기술의 혼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엔저 시대에 가격 경쟁력을 잃은 진짜 이유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혼다의 가격 경쟁력 상실은 일본 엔화 환율 때문이 아닙니다. 보통 일본 차라면 역대급 '엔저' 현상의 수혜를 받아야 정상이죠. 그런데 여기서 핵심이 뭐냐면, 혼다는 무늬만 일본 차일 뿐 사실상 '미국 차'에 가깝다는 겁니다.
혼다의 글로벌 생산 기지 데이터를 보면 일본 내 생산량은 70만 대 수준인 반면,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 등 북미 지역 생산량은 160만 대를 훌쩍 넘습니다. 한국에 들어오는 혼다 차량 역시 전량 미국 오하이오 공장에서 생산되어 배를 타고 들어오죠. 그러니까 원·엔 환율이 아니라 원·달러 환율의 직격탄을 맞은 겁니다.
{img}
[출처] 언더스탠딩 : 세상의 모든 지식 제공 영상 · 07:07
실제로 경쟁 차종인 도요타 라브4(RAV4)와 비교해 보면 상황이 명확해집니다. 두 차량의 미국 현지 권장소비자가격(MSRP)은 비슷한 수준인데, 한국 시장에서는 혼다 CR-V가 도요타 라브4보다 무려 1천만 원 가까이 비싸게 팔렸습니다. 달러 강세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다 보니 한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가격표가 붙어버린 셈입니다.
69년 만의 적자를 부른 '전기차 올인'의 저주
그런데 환율 문제만으로 시장을 철수할 만큼 혼다가 허약한 기업은 아닙니다. 진짜 치명타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전기차(EV) 투자 실패입니다. 혼다는 최근 2025 회계연도 실적을 발표하며 상장 이래 69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왜 그럴까요? 혼다는 2021년, 2040년까지 모든 신차를 전기차와 수소차로만 팔겠다는 파격적인 '탈(脫) 엔진' 선언을 했습니다. 그리고 막대한 자본을 쏟아부었죠. 그 결과 재무제표에 반영된 전기차 관련 손실만 2026년 3월까지 무려 23조 원(약 2.5조 엔)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img}
[출처] 언더스탠딩 : 세상의 모든 지식 제공 영상 · 28:48
문제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가 혼다의 예측을 완전히 빗나갔다는 점입니다. 북미 시장에서 2026년쯤이면 신차의 15%가 전기차일 것이라 예상했지만, 현재 실제 비중은 5% 남짓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야심 차게 진출한 중국 시장에서는 현지 브랜드들의 압도적인 소프트웨어 기술력에 밀려 완벽하게 참패하고 말았습니다. 스틱 기어와 엔진의 질감을 중시하던 하드웨어 깎는 장인들이,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 시장에서 길을 잃어버린 겁니다.
안방을 내어준 대가, 도요타와의 결정적 차이
이쯤 되면 경쟁사인 도요타는 왜 멀쩡한지 의문이 드실 겁니다. 여기서 두 회사의 엇갈린 운명을 가른 구조적 차이가 등장합니다.
혼다는 창업주 혼다 소이치로 시절부터 좁은 일본 시장을 벗어나 미국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었습니다. 1970년대 강력한 배기가스 규제(머스키법)를 통과한 CVCC 엔진으로 미국에서 대성공을 거둔 이후, 혼다의 뼈대는 완전히 미국 중심으로 재편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곧 미국 시장이 흔들리면 회사 전체가 휘청거리는 취약한 수익 구조가 고착화되었음을 의미합니다.
반면 도요타는 미국 등 해외 시장을 개척하면서도, 일본 내수 시장에서 연간 300만 대 생산 체제를 굳건히 유지했습니다. 확실한 '안방'이 든든한 버퍼 역할을 해준 겁니다. 게다가 도요타는 섣불리 전기차에 올인하는 대신 자신들의 강점인 하이브리드에 집중하며 징검다리 전략을 택했습니다. 그 결과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이라는 폭풍 속에서도 10%에 가까운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오토바이가 캐시카우? 혼다의 생존 전략과 미래
재밌는 건 지금 벼랑 끝에 몰린 혼다를 먹여 살리고 있는 게 자동차가 아니라 오토바이라는 사실입니다. 현재 혼다 자동차 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은 1.7% 수준으로 사실상 돈을 벌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면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연간 1,700만 대 이상 팔려나가는 이륜차 사업부가 막대한 수익을 내며 회사의 기둥 역할을 하고 있죠. 말 그대로 '오토바이 팔아서 자동차 공장 돌리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입니다.
{img}
[출처] 언더스탠딩 : 세상의 모든 지식 제공 영상 · 32:56
결국 한국 시장 철수는 이 거대한 위기 속에서 진행되는 뼈아픈 구조조정의 일환입니다. 돈 안 되는 사업은 냉정하게 잘라내고 생존을 도모하겠다는 뜻이죠.
앞으로 혼다는 무기한 보류했던 전기차 대신 도요타처럼 하이브리드에 다시 집중하며, 차세대 기술인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사활을 걸겠다고 밝혔습니다. 과연 내연기관 시대의 챔피언이었던 '기술의 혼다'가 소프트웨어 중심의 모빌리티 시대에서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이번 혼다의 철수는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얼마나 무섭게 변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가장 씁쓸하고도 생생한 사례입니다.
FAQ
일본 차인데 왜 엔저 혜택을 받지 못하고 가격이 비싼가요?
혼다는 사실상 미국 중심의 생산 구조를 가진 기업입니다. 한국에 수입되는 혼다 차량 대부분이 미국 공장에서 생산되어 들어오기 때문에, 원·엔 환율이 아닌 원·달러 환율의 영향을 받습니다. 강달러 현상으로 인해 수입 원가가 높아지면서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었습니다.
혼다가 69년 만에 적자를 기록한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원인은 전기차(EV) 전략의 실패입니다. 2021년 '탈 엔진'을 선언하며 전기차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지만, 예상보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었고 소프트웨어 경쟁력에서도 뒤처지며 약 23조 원 규모의 막대한 손실을 떠안게 되었습니다.
경쟁사인 도요타는 왜 혼다와 달리 타격을 입지 않았나요?
도요타는 일본 내수 시장에서 연간 300만 대 생산 체제를 유지하며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또한, 무리하게 전기차에 올인하지 않고 기존 강점인 하이브리드 차량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해 전기차 수요 정체기에도 높은 영업이익률을 방어할 수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