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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재 미국 단독 주택의 중위 연식은 44년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신규 공급이 끊기며 주택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 미국인들이 낡은 집을 철거하지 못하는 이유는 목조 주택의 특성, 까다로운 모기지 대출 전환 문제, 신축 시 급증하는 재산세와 복잡한 조닝 규제 때문입니다.
  • 유지보수 비용이 집값의 3%까지 치솟고 진입 장벽이 낮은 '스타터홈'마저 사라지면서, 수리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하우스푸어가 급증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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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미국의 주택 시장은 지금 엄청나게 늙어가고 있습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미국 일반 단독 주택의 '중위 연식'이 무려 44년에 달한다고 합니다. 평균이 아니라 주택들을 일렬로 세웠을 때 딱 중간에 있는 집의 나이가 44년이라는 뜻입니다. 즉, 미국 주택의 절반은 지어진 지 반세기가 다 되어간다는 얘기죠.

단순히 집이 오래되었다는 낭만적인 이야기가 아닙니다. 핵심은 집이 늙어가는 속도보다 유지보수 비용이 상승하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데 있습니다. 수리비를 감당하지 못해 '하우스 푸어'로 전락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새로 진입하려는 청년층은 집을 구할 수 없는 구조적인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도대체 미국 부동산 시장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2008년 이후 멈춰버린 주택 공급

사실 44년이라는 숫자 자체보다 더 무서운 건 변화의 속도입니다. 미국 인구조사국 자료를 보면 2005년 당시 미국 주택의 중위 연식은 31년이었습니다. 그런데 불과 20년 사이에 집들의 나이가 13년이나 훌쩍 뛰어오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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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언더스탠딩 : 세상의 모든 지식 제공 영상 · 01:30


왜 이렇게 갑자기 늙어버렸을까요? 집이 갑자기 낡았다기보다는 새 집의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졌기 때문입니다. 전체 시장에 신축 주택이 유입되지 않으니 기존 주택들의 평균 연령만 계속 높아진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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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언더스탠딩 : 세상의 모든 지식 제공 영상 · 04:19


결정적인 계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였습니다. 당시 수많은 건설업체가 파산하면서, 이후 약 5년 동안 미국의 신규 주택 공급은 사실상 멈춰버렸습니다. 인구는 계속 증가하는데 집은 지어지지 않으니, 현재 미국 전체적으로 약 400만 채의 주택이 부족한 상태로 추정됩니다. 특히 뉴욕이나 보스턴 같은 동북부 지역은 중위 연식이 60년을 훌쩍 넘길 정도로 노후화가 심각합니다.

왜 부수고 새로 짓지 않을까요?

한국에서는 보통 30년, 40년 된 아파트나 주택은 재건축을 추진합니다. 그런데 미국인들은 왜 80년 된 집도 부수지 않고 꾸역꾸역 고쳐서 살까요? 여기에는 세 가지 현실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미국 주택의 90%는 목조 구조입니다. 콘크리트와 달리 나무는 썩거나 부서진 부분만 뜯어내고 교체하기가 굉장히 쉽습니다. 골조만 유지한 채 벽을 허물거나 배관을 새로 까는 식의 부분 리모델링이 용이하기 때문에 굳이 집 전체를 밀어버릴 필요를 느끼지 못합니다.

둘째, 복잡한 모기지(주택담보대출)와 규제 문제입니다. 집을 완전히 철거하려면 담보물이 사라지는 셈이므로 은행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기존의 저금리 모기지를 해지한 뒤 비싼 건설 대출로 갈아타야 합니다. 게다가 집을 새로 지으려면 현대의 강화된 '조닝(Zoning, 용도지역) 규제'를 새롭게 적용받아야 하는데, 주차장 확보나 대지 면적 제한 등 까다로운 조건을 맞추다 보면 아예 건축 허가 자체가 안 날 수도 있습니다.

셋째, 세금과 보험료의 압박입니다. 천신만고 끝에 새 집을 지었다고 가정해 볼까요? 집의 가치가 훌쩍 뛰었으니 그 가치에 비례해 매년 내야 하는 재산세와 주택 보험료도 폭등하게 됩니다. 고정 지출이 늘어나는 것을 반길 집주인은 없습니다.

배보다 배꼽이 큰 유지비 폭탄

문제는 어쩔 수 없이 고쳐 쓰는 이 집들의 수리비가 이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겁니다. 원자재와 인건비 폭등에 더해, 집 자체가 늙어가면서 손을 대야 할 규모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최근 2년 새 배관 수리비는 24%, 외관 수리비는 14%나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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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언더스탠딩 : 세상의 모든 지식 제공 영상 · 21:05


과거에는 연간 주택 유지비로 '집값의 1%' 정도를 예상하는 것이 공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집값의 2~3%까지 예비비로 둬야 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재산세, 보험료, 필수 유지보수비, 유틸리티 비용 등을 합치면 캘리포니아 같은 곳은 모기지 이자를 제외하고도 매달 평균 250만 원(연간 약 21,000달러)이 숨은 비용으로 나갑니다.

여기에 산불이나 허리케인 같은 자연재해 위험까지 커지면서 보험 규정은 더욱 까다로워졌습니다. 방화 지붕으로 교체하거나 주변 나무를 베어내지 않으면 아예 보험 가입이 거절되기도 합니다. 결국 소득이 낮은 주택 소유자들은 이 막대한 수리비를 감당하지 못해 필수적인 수리조차 포기하는 '하우스푸어' 상태에 빠지고 있습니다.

사라진 '스타터홈'과 멈춰버린 사다리

그렇다면 관리하기 편한 작고 저렴한 집을 새로 지으면 되지 않을까요? 안타깝게도 미국 부동산 시장에서 청년층이 처음 독립할 때 사는 소형 주택, 이른바 '스타터홈(Starter Home)'은 사실상 멸종 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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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언더스탠딩 : 세상의 모든 지식 제공 영상 · 27:03


1950년대만 해도 신규 주택의 상당수를 차지했던 스타터홈은 현재 전체 신규 건축의 9%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인허가 비용과 땅값이 비싸다 보니, 마진이 적은 작은 집보다는 크고 비싼 집을 짓는 것이 훨씬 이득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과거 유색인종의 유입을 막기 위해 '최소 대지 면적'을 강제했던 배타적인 조닝 규제가 여전히 남아있어, 작고 저렴한 집을 짓고 싶어도 법적으로 지을 수 없는 동네가 수두룩합니다.

결국 미국의 주택 시장은 거대한 동맥경화에 걸렸습니다. 저금리 시절 모기지를 받은 기존 거주자들은 이사를 가면 높은 금리를 감당해야 하니 집을 팔지 않습니다. 시장에 저렴한 중고 주택의 씨가 마르면서, 새로 집을 구하려는 사람들은 비싼 대형 신축을 사거나 낡은 집의 수리비 폭탄을 떠안거나, 아예 주택 시장 진입을 포기해야만 하는 막다른 골목에 몰려 있습니다.


FAQ

미국 집들은 왜 낡아도 재건축을 하지 않고 고쳐 쓰나요?

미국 주택의 90%가 목조 건물이라 골조를 살린 채 부분 수리나 확장이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집을 완전히 철거할 경우 기존 모기지 대출을 비싼 금리로 다시 받아야 하고, 현대의 까다로운 조닝(Zoning) 규제를 충족해야 하는 등 행정적·금융적 장벽이 매우 높습니다. 신축 시 급증하는 재산세와 보험료도 큰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미국 단독 주택의 연간 유지비는 어느 정도 드나요?

과거에는 집값의 1% 정도를 연간 유지비로 잡았으나, 최근 인건비와 자재비 상승으로 인해 집값의 2~3%를 예상해야 합니다. 재산세, 주택 보험료, 필수 수리비, 공과금 등을 모두 합친 '숨은 비용'은 캘리포니아 등 주요 지역 기준 연간 약 21,000달러(월평균 약 250만 원)에 달하며, 이는 모기지 대출 이자를 제외한 금액입니다.

미국에서 작고 저렴한 '스타터홈'을 찾기 힘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건설사 입장에서 토지 매입비와 인허가 비용 등 고정비가 많이 들어 작은 집을 짓는 것은 수익성이 낮기 때문입니다. 또한 여러 도시들이 특정 규모 이상의 집만 지을 수 있도록 강제하는 '조닝 규제(최소 대지 면적 제한)'를 유지하고 있어 소형 주택 공급을 구조적으로 가로막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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