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항로를 임의로 변경하고, 선박 안전을 명분으로 통행료를 징수하겠다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 이는 국제법상 보장된 '무해통항권'을 우회하여, '특수 서비스 제공에 대한 대가'라는 예외 조항을 교묘하게 악용한 전략입니다.
- 징수 주체인 혁명수비대가 미국의 제재 대상인 만큼, 통행료 징수의 최종 실현 여부는 결국 미국의 묵인이나 승인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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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전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에 일종의 '톨게이트'를 세우고 통행료를 걷겠다고 나섰습니다. 겉보기에는 무력을 앞세운 깡패 국가의 억지처럼 들리실 겁니다. 하지만 막상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이란은 국제법의 빈틈을 파고드는 굉장히 치밀한 법적 논리를 구축해 두었습니다. 여기서 핵심이 뭐냐면, 이란이 단순히 길을 막고 돈을 내놓으라는 것이 아니라 '합법적인 서비스 제공'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연 이란은 어떤 방법으로 전 세계를 상대로 통행료 청구서를 내밀고 있는지, 그리고 이 사태의 진짜 열쇠는 누가 쥐고 있는지 차근차근 짚어보겠습니다.
국제법의 틈새를 파고든 이란의 '서비스' 논리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바다에도 엄연히 지켜야 할 법이 있습니다. UN 해양법에 따르면, 다른 나라의 영해라 할지라도 연안국에 해를 끼치지 않는 선박은 자유롭게 지나갈 수 있는 '무해통항권(Innocent Passage)'이 보장됩니다. 따라서 길을 지나간다는 이유만으로 통행료를 걷는 것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입니다.
그런데 이란은 어떻게 통행료를 합법화하려는 걸까요? 바로 국제 해양법에 숨어 있는 '예외 조항'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법 조항을 보면 "외국 선박에 제공된 특별한 용역(서비스)에 대한 대가로서만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란은 이 조항을 명분으로 삼기 위해 아주 기발한, 혹은 어처구니없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원래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배들은 수심이 깊고 안전한 오만 영해 쪽을 이용했습니다. 그런데 이란은 군사적 긴장과 기뢰 등을 핑계로 배들이 오만 쪽이 아닌 수심이 얕은 이란 앞바다 쪽으로 돌아가도록 항로를 강제 변경해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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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언더스탠딩 : 세상의 모든 지식 제공 영상 · 11:06
항로가 얕고 험해졌으니 배들이 지나가기 어려워졌겠죠? 이란은 바로 이 점을 노렸습니다. "너희가 위험한 길로 다니게 되었으니, 우리 혁명수비대가 도선(길 안내)과 호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 그리고 그 서비스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내라"는 논리입니다. 즉, 자릿세를 걷는 조폭이 '안전 보장료'라는 명분을 내세우는 것과 정확히 같은 방식입니다.
차별 금지 원칙을 무시한 국가별 청구서
또 하나 재미있는 건, 이란이 통행료를 똑같이 걷는 게 아니라 국가별로 철저하게 등급을 나누어 차등 부과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선박의 서류를 검증해 5단계의 티어(Tier)를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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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언더스탠딩 : 세상의 모든 지식 제공 영상 · 19:43
가장 친한 동맹국인 이라크(1티어)는 통행료 전액 면제입니다. 중국과 러시아(2티어)에게는 할인을 해주고, 결제도 달러 대신 중국 은행을 통한 위안화 결제를 허용합니다. 인도나 오만 같은 중립국(3티어)과는 개별 협상을 통해 요금을 책정하고, 프랑스나 일본, 한국 같은 국가(4티어)의 선박에는 배럴당 약 1달러 수준의 통행료를 건바이건으로 부과하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과 이스라엘 관련 선박(5티어)은 아예 통행을 전면 차단해 버렸습니다.
하지만 이란의 이런 치밀한 논리에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설령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돈을 받는 것이 예외적으로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국제법은 이 수수료를 '형식상으로나 실질상으로 차별 없이 부과할 것'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특정 국가는 공짜로 보내주고 특정 국가는 막아버리는 현재의 방식은 이란 스스로 내세운 합법성 논리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셈입니다.
연간 100조 원의 유혹, 역사적 선례들
그렇다면 이란은 왜 이토록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톨게이트를 만들려 할까요? 답은 엄청나게 막대한 경제적 이익에 있습니다.
과거 덴마크 왕국은 외레순 해협에서 무려 4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통행료를 거두며 국가 수입의 3분의 2를 충당한 역사가 있습니다. 현재 튀르키예 역시 보스포루스 해협에서 몽트뢰 협약이라는 과거의 조약을 근거로 합법적인 통행료(연간 약 3,400억 원 규모)를 받고 있습니다. 이란은 바로 이 튀르키예의 모델을 꿈꾸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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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언더스탠딩 : 세상의 모든 지식 제공 영상 · 32:08
호르무즈 해협의 경제적 가치는 튀르키예와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톰슨 로이터나 JP모건 등의 추산에 따르면, 이란이 본격적으로 통행료를 징수할 경우 적게는 연간 400억 달러(약 55조 원)에서 많게는 900억 달러(약 120조 원)까지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이란이 1년 동안 원유를 팔아 버는 돈(약 530억 달러)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입니다. 기름을 파는 것보다 길목을 지키고 서서 통행료를 받는 게 훨씬 남는 장사가 되는 겁니다.
결국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다
자, 그러면 이란의 이 원대한 계획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요? 여기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바로 '미국'입니다. 이란이 아무리 합법을 주장해도 현실적인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통행료를 걷는 주체인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국에 의해 '테러 단체'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글로벌 해운사나 정유사가 혁명수비대에게 통행료를 지불하는 순간,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대상이 되어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달러 결제망에서 퇴출당하게 됩니다. 즉, 기업 입장에서는 돈을 내고 싶어도 낼 수 있는 합법적인 송금 방법이 없습니다.
결국 이란이 통행료를 영구적으로, 그리고 안정적으로 걷기 위해서는 미국의 용인이나 묵인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의아했던 건,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합작 사업으로 공동 징수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는 점입니다. 만약 미국이 이란과 타협하여 통행료 징수를 눈감아주거나 공동 관리에 들어간다면, 이는 단순히 중동의 이슈를 넘어 지난 100년간 유지되어 온 국제 해상 통행 질서가 근본적으로 뒤바뀌는 엄청난 사건이 될 것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의 톨게이트는 과연 신기루로 끝날까요, 아니면 새로운 글로벌 해상 질서의 서막이 될까요? 앞으로 미국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FAQ
공해상에서 통행료를 걷는 것이 국제법상 가능한가요?
원칙적으로 영해라 할지라도 '무해통항권'이 적용되어 선박의 자유로운 통행이 보장되어야 하므로 단순 통행료 징수는 불법입니다. 다만, 연안국이 선박에 '특별한 서비스(호위, 도선 등)'를 제공했을 때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 존재합니다.
이란은 어떤 명분으로 통행료를 정당화하고 있나요?
이란은 기존의 안전하고 깊은 오만 영해 쪽 항로 대신, 수심이 얕고 위험한 이란 쪽 항로로 배들을 강제 우회시켰습니다. 그리고 이 위험한 길을 안전하게 지나가도록 혁명수비대가 도선 및 호위 서비스를 제공하므로, 그 서비스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선박들은 실제로 이란에 통행료를 내고 있나요?
이란은 국가별로 5단계 등급을 나누어 중국, 러시아 등에는 할인을 적용하고 위안화나 코인 결제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징수 주체인 이란 혁명수비대가 미국의 제재 대상이기 때문에, 서방 기업들은 미국의 승인 없이 합법적으로 통행료를 송금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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