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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명체는 반드시 유기물이어야 한다는 편견을 깨고, 수은 피가 흐르고 음파로 세상을 인식하는 광물 기반 외계 생명체 '로키'의 설정은 과학적 정합성으로 놀라움을 줍니다.
  • 시각과 언어, 역사가 전혀 다른 두 존재는 '수학과 과학'이라는 우주 보편의 진리를 공통 언어로 삼아 소통의 사전을 만들어냅니다.
  • 서로 다른 생물학적, 공학적 지식을 결합해 '인공 진화'라는 철저한 과학적 방법론으로 재난을 극복하는 과정이 이 작품의 진짜 핵심 메시지입니다.

여러분, 외계 생명체라고 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시나요? 보통은 우리처럼 눈, 코, 입이 있고 피가 흐르는 '유기체'일 거라고 생각하시죠? 세상의 모든 지식 언더스탠딩, 오늘은 조금 충격적이고 기발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바로 앤디 위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 『프로젝트 헤일메리』에 등장하는 외계인 '로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우주에는 우리의 상식을 완전히 파괴하는 생명체가 존재할지도 모릅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우주적 재난을 극복하는 영웅담이 아닙니다. 여기서 핵심이 뭐냐면, 전혀 다른 생물학적 조건을 가진 두 종족이 '과학'이라는 공통의 언어로 어떻게 소통하고 협력하는가를 보여주는 완벽한 사고 실험이라는 점입니다. 자, 그럼 이 놀라운 상상력의 세계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생명체는 꼭 유기물이어야 할까? 편견을 깬 '돌멩이 외계인'

영화 속에 등장하는 외계인 '로키'의 외형은 정말 어처구니없게도 그냥 '돌멩이'처럼 생겼습니다. 눈코입은 당연히 없고, 불가사리처럼 5방사 대칭 구조를 가진 거미 형태의 광물 덩어리입니다. 체중의 70% 이상이 금속과 광물 같은 무기물로 이루어져 있죠.

이게 무슨 의미일까요? 생명은 반드시 세포와 유기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인간의 편협한 편견을 산산조각 낸 것입니다.

[출처] 언더스탠딩 : 세상의 모든 지식 제공 영상 · 04:19

[출처] 언더스탠딩 : 세상의 모든 지식 제공 영상 · 04:19

로키가 사는 에리다누스 40번 별(타우세티 인근)은 섭씨 200도에 달하는 고온에, 지구보다 중력이 훨씬 강하고 암모니아 대기가 엄청나게 두껍게 덮여 있습니다. 빛이 지면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캄캄한 세상이죠. 그래서 이들은 가시광선을 인식하는 '시각' 자체가 없습니다. 대신 몸 위쪽에 난 작은 구멍들을 파이프 오르간처럼 활용해 기체를 내뿜으며 소리를 내고, 고래의 소나(Sonar)처럼 음파의 반사를 이용해 주변 사물과 지형을 완벽하게 인식합니다.

더 놀라운 것은 몸속을 흐르는 혈액이 '수은'이라는 사실입니다. 심지어 다리마다 심장이 하나씩 있어서 무거운 수은을 강한 중력 속에서도 펌핑해 냅니다. 우리가 보기엔 겉보기에만 화려한 상상 같지만, 사실은 철저한 물리적, 화학적 계산이 깔려 있는 굉장히 정교한 설정입니다.

뇌가 없는데 어떻게 똑똑할까? 기억의 물질화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이들에게는 우리 인류가 가진 형태의 '뇌'가 없다는 겁니다. 어떻게 된 거지? 싶으시죠.

[출처] 언더스탠딩 : 세상의 모든 지식 제공 영상 · 14:16

[출처] 언더스탠딩 : 세상의 모든 지식 제공 영상 · 14:16

로키 종족은 몸속에 광물질로 이루어진 복잡한 신경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새로운 정보를 학습하면, 머릿속 화학 작용으로 기억을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몸속에 새로운 '광물(미네랄)'을 만들어냅니다. 즉, '기억의 물질화'입니다. 기계의 메모리 칩처럼 기억을 물리적인 물질로 각인해 버리기 때문에 한 번 입력된 정보는 절대 잊어버리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종족은 계산이 엄청나게 빠르고 수학에 능통합니다. 인간처럼 잊어버리는 일이 없으니, 이들에게 '컴퓨터'라는 보조 기억 장치는 애초에 발명될 필요조차 없었던 겁니다. 인간 주인공이 이별 선물로 노트북을 주자 "오, 인간의 생각 기계!"라며 신기해하는 장면은 이들의 생물학적 특성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재미있는 포인트입니다.

우주의 공통 언어, 수학과 과학으로 사전을 만들다

자, 그러면 눈도 안 보이고, 음표나 동물 울음소리 같은 음파로 말하며, 역사와 문화가 완전히 다른 이 외계인과 지구인 주인공은 도대체 어떻게 대화를 나눌까요?

만약 우리가 진짜 외계인을 만났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영어나 한국어가 통할 리 만무하죠. 이때 과학자들은 '수학과 과학'이야말로 우주 어디서나 통하는 가장 보편적인 언어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언더스탠딩 : 세상의 모든 지식 제공 영상 · 16:25

[출처] 언더스탠딩 : 세상의 모든 지식 제공 영상 · 16:25

주인공과 로키는 가장 기초적인 과학 지식부터 교집합을 찾아 나갑니다. 우주에서 가장 가볍고 흔한 원소인 '수소'를 보여주며 각자의 단어를 매칭하고, '있다/없다'로 표현되는 이진법을 통해 기초적인 논리를 세웁니다. 빛의 속도, 원자 번호, 방사선 수치 같은 절대적인 자연의 법칙들을 하나씩 대조하며 두 생명체만의 완벽한 '번역 사전'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이해를 하셔야 됩니다. 과학이라는 렌즈를 통하면, 캄캄한 암모니아 대기에 사는 광물 외계인과 지구의 생물학자가 완벽하게 의사를 소통할 수 있다는 이 논리적 정합성이 바로 이 작품이 주는 엄청난 카타르시스입니다.

인공 진화: 지식의 결합이 만들어낸 완벽한 문제 해결

이들이 우주에서 만난 이유는 단 하나, 자신들의 모항성을 갉아먹는 우주 미생물 '아스트로파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입니다. 두 존재는 협력 끝에 타우세티 행성에서 아스트로파지를 잡아먹는 천적 생명체 '타우메바'를 발견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타우메바를 금성에 뿌려 아스트로파지를 퇴치해야 하는데, 타우메바는 금성의 짙은 질소 대기 속에서는 살아남지 못하고 죽어버립니다. 말이 안 되는 거 같잖아요? 다 해결된 줄 알았는데 환경이 달라서 쓸 수가 없다니요.

[출처] 언더스탠딩 : 세상의 모든 지식 제공 영상 · 27:02

[출처] 언더스탠딩 : 세상의 모든 지식 제공 영상 · 27:02

여기서 주인공은 철저한 과학적 방법론을 동원합니다. 질소 농도를 아주 조금씩, 찔끔찔끔 높여가며 살아남는 개체만 선별해 배양하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이른바 '인공 진화(Artificial Evolution)'입니다. 실제 지구의 실험실에서 초파리 등을 대상으로 흔히 쓰는 이 방법론을 우주선 안에서 구현해 내며, 결국 질소 내성을 가진 타우메바를 만들어냅니다.

결국은 지구인이 가진 '생물학적 지식'과 로키가 가진 압도적인 '공학/재료 기술'이 결합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어느 한쪽만 있었다면 절대 풀지 못했을 복잡한 퍼즐이 명쾌하게 풀리는 순간이죠.

눈물 흘리게 만드는 돌멩이, 과학이 맺어준 우정

이 작품을 보면서 의아했던 건, 관객들이 눈코입도 없고 표정도 없는 돌멩이 외계인을 보며 감정적으로 깊이 몰입하고 심지어 눈물까지 흘린다는 점입니다.

[출처] 언더스탠딩 : 세상의 모든 지식 제공 영상 · 28:01

[출처] 언더스탠딩 : 세상의 모든 지식 제공 영상 · 28:01

우리는 감정을 교류하려면 표정과 눈빛이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로키와 주인공이 보여주는 서사, 즉 위기의 순간에 자신의 목숨(수은 피를 흘리는 위험)을 걸고 동료를 구하는 모습은 그 어떤 인간적인 표정보다 더 강렬한 감동을 줍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이 이야기는 겉모습, 환경, 언어가 달라도 종을 초월해 협력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협력의 가장 강력하고 튼튼한 다리가 되어주는 것이 바로 '과학'입니다. 일상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지적 유희와 낭만을 동시에 느끼고 싶으시다면, 우주적 스케일의 두뇌 게임과 따뜻한 우정이 담긴 이 작품을 꼭 한번 만나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FAQ

아스트로파지를 먹는 타우메바는 왜 진화하지 않고 타우세티 행성에만 머물러 있었나요?

포식자인 타우메바 입장에서는 먹이(아스트로파지)가 이미 타우세티 행성에 풍부하게 존재했기 때문에 굳이 다른 환경으로 이동하거나 진화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반면, 먹이인 아스트로파지는 포식자를 피해 상층 대기로 도망치려는 강한 진화적 압력을 받았고, 그 결과 방사선을 견디는 세포벽을 진화시켜 다른 우주로 퍼져나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원작 소설과 영화 설정에서 로키의 성격에 차이가 있나요?

네, 상당히 다릅니다. 원작 소설에서의 로키는 지구인 주인공을 조금 한심하게 여기기도 하며 조언을 아끼지 않는 현자나 어른스러운 과학자에 가까운 성격입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조금 더 강아지처럼 친근하고 귀여운 성격으로 각색되어 호감도를 높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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