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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부른산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
치악산. 강원도 원주의 대표적인 등산 코스죠. 그러나 원주 현지인은 평일 저녁이나 주말 아침, 가볍게 찾는 산이 또 있습니다. 이름부터 재밌는 배부른산입니다.
해발 419m의 아담한 높이지만, 그 이름에 얽힌 재치 있는 설설과 정상에서 마주하는 탁 트인 원주 시내의 전경은 그 어떤 명산 못지않은 포만감이 듭니다. 원주 시민만 알고 있는 배부른산의 매력을 소개해드립니다.
배부른산의 역사와 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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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부른산의 역사와 설화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
배부른산은 원주시 무실동과 흥업면의 경계에 우뚝 솟아 있습니다. 예전에는 포복산이라 불리기도 했으며, 더 오래전에는 식악산이라는 이름으로 통했습니다. 1530년(중종 25)에 간행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도 식악산이 원주 서쪽 15리에 있다는 기록이 남아있을 만큼 유서 깊은 산입니다.
이 산이 오늘날 재미있는 이름을 갖게 된 데에는 두 가지 재미있는 설이 전해지는데요.
첫 번째는 옛날 원주에 큰 홍수가 났을 때, 문막 쪽에서 떠내려오던 배를 이 산에서 불렀다고 해서 배를 부른 산, 즉 배부른산이 되었다는 설입니다. 두 번째는 산의 전체적인 모양새가 마치 만삭의 임산부 배처럼 봉긋하게 솟아 있다고 해서 붙여졌다는 설인데, 산행을 하며 멀리서 능선을 바라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풍경을 마주하게 됩니다.
원주 굽이길 제1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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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굽이길 제1코스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
이곳은 봉화산과 함께 원주시청을 포근하게 감싸 안은 형상을 하고 있어서 접근성이 매우 뛰어난데요. 무실동 주민들이나 시청 공무원들이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 산책 삼아 오를 수 있을 정도로 가깝습니다. 특히 원주의 대표적인 걷기 여행길인 원주 굽이길 중 제1코스에 포함되어 있어 체계적인 등산로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정상에 오른 후 하산하는 전체 코스는 약 6.3km 거리로, 초보자나 가족 단위 등산객들도 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가파른 경사보다는 아늑하고 정다운 숲길이 이어지는데, 흙을 밟으며 걷는 부드러운 감촉이 일품입니다.
작사가 박건호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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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 곳곳 시가 숨어있다?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
산행의 재미를 더하는 요소는 숲길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배부른산의 등산로에는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흥얼거려 봤을 대중가요의 노랫말들이 시판 형태로 세워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원주 출신의 전설적인 작사가 박건호(1949~2007) 선생의 시들입니다.
조용필의 단발머리, 이용의 잊혀진 계절 등 수많은 명곡을 작사한 그의 시를 찬찬히 읽어 내려가며 배부르게 산을 즐길 수 있습니다.
시 한 구절에 머물며 땀을 식히는 시간은 배부른산이 주는 또 다른 감성적인 위로입니다. 단순히 정상만을 향해 달리는 수직의 운동이 아니라, 문학의 향기를 맡으며 사색에 잠길 수 있는 인문학적 산책로입니다.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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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본 원주 시내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
시를 읋으며 정상석 앞에 설때쯤, 배부른산이라는 이름의 진정한 의미를 두눈으로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해발 419m라는 숫자가 무색할 만큼 시야가 압도적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원주를 병풍처럼 든든하게 둘러싼 치악산의 거대한 능선입니다. 비로봉부터 상원사까지 이어지는 장엄한 산줄기가 한눈에 담기는데, 마치 거인의 품 안에 안겨 있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그 아래로 질서정연하게 뻗은 원주 시내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아침에 커피를 마셨던 카페, 바쁘게 오갔던 도로들이 장난감처럼 작게 보일 때 느끼는 해방감은 등산객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