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구를 둘러싸고 있는 뼈는 얇고 섬세해 테니스공에 맞거나 가벼운 넘어짐 등 일상적인 충격에도 쉽게 금이 가거나 주저앉을 수 있다. 그러나 상당수의 환자들은 부상 직후 응급실을 찾기보다 얼음찜질 등에 의존하며 상황을 관찰하는 경향이 짙다.
세란병원 성형외과 고효선 과장에 따르면, 눈을 부딪혀 생긴 멍이나 붓기 안에는 안와골절이 숨어 있는 경우가 빈번하다. 눈 주위는 피하 조직이 느슨하고 혈관이 풍부해 외상 후 48~72시간 사이에 붓기가 최고조에 달한다. 이 강한 붓기가 뼈의 함몰이나 얼굴의 비대칭을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가리는 ‘마스킹 효과(Masking effect)’를 일으킨다. 심한 통증이 동반되지 않거나 시력이 일시적으로 정상처럼 느껴지면 환자 스스로 골절을 의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문제는 부상 이후 환자의 무의식적인 행동이 상태를 걷잡을 수 없이 악화시킨다는 점이다. 안와 하벽(눈 아래쪽 뼈)은 텅 빈 공간인 상악동(부비동)과 맞닿아 있다. 골절로 인해 눈 주변 조직과 코 안쪽을 연결하는 비정상적인 통로가 뚫린 상태에서 코를 세게 풀면, 급격한 압력 변화로 인해 뼈의 골절 범위가 순식간에 넓어질 수 있다. 반대로 코를 강하게 들이마실 경우 부비동 내의 세균이 눈 주위로 역류해 심각한 2차 감염을 유발할 위험도 존재한다. 기압 변화가 큰 비행기 이착륙 역시 부비동 압력에 영향을 미쳐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탑승 전 전문의 상담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의료적 사실은 보건의료적 관점에서 대중의 '응급처치 상식'이 전면 수정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대다수의 일반인은 외상의 심각성을 '출혈의 양'과 '통증의 강도'라는 직관적 척도로 자가 진단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안와골절은 이러한 경험적 척도를 교묘히 비껴간다. 통증이 적고 겉보기에 단순 멍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방치할 경우, 뒤늦게 복시(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현상)나 영구적인 안구 함몰이 발생해 복잡한 안면 재건 수술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이는 환자 개인의 삶의 질 저하를 넘어, 조기 진단 시 단순 보존적 치료로 끝날 수 있었던 사안이 막대한 사회적 의료비용 지출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전문가들은 안면부 타박상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고효선 과장은 "안와 골절 발생 시 눈을 비비거나 무리하게 렌즈를 빼는 행위는 추가 손상을 부른다"며 "당장 불편함이 없더라도 멍이 심하게 퍼진다면 반드시 CT 촬영을 통해 골절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레저 활동이 다변화되는 현시대에, 외상 후 '코를 풀지 말고 즉시 영상 의학적 검사를 받는다'는 원칙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초기 통증이 없다는 이유로 치명적인 후유증을 키우는 촌극을 막기 위해, 의료계 차원의 적극적인 외상 후 행동 지침 가이드라인 배포가 시급해 보인다.
[사진] 세란병원 성형외과 고효선 과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