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 신경손상, 고용량 셀레늄이 막는다


난소암의 표준 치료에 주로 쓰이는 탁산 및 백금 계열 항암제는 체내에 활성산소(ROS)를 생성해 암세포를 공격하지만, 이 과정에서 신경 손상이라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동반한다. 실제로 난소암 항암치료 환자의 70~80%는 손발 저림과 근력 약화를 동반하는 ‘항암화학요법 유발 말초신경병증(CIPN)’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보행이나 도구 사용에 직접적인 지장을 주는 '2등급 이상'의 운동 기능 장애가 발생할 경우 환자의 일상생활은 마비되며, 심할 경우 생명과 직결된 항암 치료 자체를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를 막을 뚜렷한 예방책은 전무한 실정이었다.

이에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김희승 교수팀은 체내 대표적인 항산화 물질인 '셀레늄(Selenium)'이 항암제가 유발한 활성산소를 제거해 신경 손상을 막을 수 있다는 가설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백금 민감성 재발 난소암 환자 68명을 대상으로 3상·이중눈가림·무작위·위약 대조 파일럿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환자들에게 표준 항암제 투여 2시간 전 고용량 셀레늄(아셀렌산나트륨 2000µg/40ml) 또는 위약을 정맥 주사한 결과, 치료 3회차 직전 위약군의 2등급 이상 운동 기능 장애 발생률은 23.3%에 달했으나 셀레늄군은 3.3%로 유의미하게 억제됐다. 이러한 효과는 60세 이상 고령 환자에서 발생률을 33.3%에서 5.6%로 낮추며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비록 가벼운 감각 이상을 포함한 1등급 이상의 전체 말초신경병증 발생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했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그러나 임상 현장과 암 환자들에게 미치는 실질적인 파급력은 결코 작지 않다. 고령 암 환자에게 2등급 이상의 운동 장애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낙상으로 인한 골절, 와상 생활에 따른 폐렴 등 치명적인 2차 합병증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항암 독성이 누적되는 3~4회차 시점에서 중증 운동 장애를 억제해 환자가 항암치료를 끝까지 완주할 수 있도록 돕는 '신경 보호 전략'을 확인했다는 점은 종양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성과다.

또한, 값비싼 신약 개발이 아닌 기존 체내 항산화 물질인 셀레늄을 고용량으로 활용해 안전성을 확보했다는 점도 경제적 효용성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고용량 투여에도 기존 항암효과를 방해하지 않았고 중대한 독성 역시 보고되지 않아, 즉각적인 임상 적용의 잠재력을 높였다.

연구를 주도한 김희승 교수는 "이번 연구는 파일럿 데이터로서 향후 대규모 연구를 통해 운동신경 장애 예방을 위한 셀레늄의 역할을 검증할 근거를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고령 암 환자의 급증이라는 시대적 당면 과제 속에서, 이번 연구가 대규모 후속 연구를 거쳐 글로벌 예방적 보조요법 가이드라인을 새롭게 쓰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비엠씨 메디신(BMC Medicine)'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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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 항암화학요법 중 2등급 이상 운동 기능 장애 발생률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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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김희승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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