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뱅앤올룹슨의 100주년 기념작 베오 그레이스는 170만 원대라는 무자비한 가격을 자랑하지만, 그에 걸맞은 완벽한 알루미늄 마감과 우아한 디자인을 갖췄습니다.
- 일반 무선 이어폰의 4배에 달하는 2,000회의 배터리 충전 사이클을 지원하여 최대 10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이 비싼 가격을 설득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 고음질 코덱 미지원은 뼈아픈 단점이나, 헤드폰 수준의 편안한 사운드와 뛰어난 착용감 덕분에 오래 두고 쓸 명품 액세서리를 찾는 분들에게는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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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 이어폰에 170만 원을 태울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기즈모입니다. 오늘 다룰 주제는 그 어떤 스펙보다 가격표가 먼저 시선을 강탈하는 제품, 뱅앤올룹슨의 100주년 기념 무선 이어폰 '베오 그레이스(Beo Grace)'입니다. 보통 무선 이어폰은 2~3년 쓰면 배터리가 수명을 다하는 소모품으로 여겨집니다. 그런데 이 제품은 무자비한 가격표를 내민 대신, 무려 10년간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내구성을 무기로 들고나왔습니다. 과연 이 세상 가격이 아닌 이 이어폰이, 단순한 허세를 넘어선 본질적인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지 조목조목 따져보겠습니다.
170만 원이라는 가격, 과연 납득할 수 있는가?
무선 이어폰 하나에 170만 원대, 심지어 전용 가죽 케이스는 44만 원에 달합니다. 처음 이 가격을 들었을 때는 누구나 헛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스마트폰 한 대 값을 훌쩍 넘는 금액이니까요. 이 제품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단 하나입니다. '이 돈을 지불하고 얻는 것이 단순한 브랜드 로고인가, 아니면 실질적인 수명과 만족감인가' 하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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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기즈모 gizmo 제공 영상 · 04:03
베오 그레이스는 뱅앤올룹슨이 100주년을 맞이해 작정하고 내놓은 스페셜 라인업입니다. 과거 2000년에 출시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명기, 'A8' 이어폰의 알루미늄 원기둥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죠. 세상에서 알루미늄을 가장 아름답게 가공한다는 뱅앤올룹슨답게, 무광 실버에 금빛이 살짝 도는 허니톤 색상의 풀바디 케이스는 손에 쥐는 순간 묘한 설렘을 줍니다. 마치 전자기기가 아니라 세공이 잘 된 고급 액세서리를 만지는 기분입니다.
구매를 합리화하는 결정적 무기: 10년의 배터리 수명
아무리 디자인이 예뻐도 2년 뒤에 배터리가 방전되어 버려야 한다면 170만 원은 그저 사치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베오 그레이스는 여기서 아주 현실적이고 강력한 방어 논리를 제시합니다. 바로 배터리 충전 사이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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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기즈모 gizmo 제공 영상 · 04:58
일반적인 무선 이어폰의 배터리 충전 사이클은 약 500회 수준입니다. 매일 쓴다고 가정하면 2~3년 뒤에는 배터리 효율이 급감하죠. 반면 베오 그레이스는 2,000회 이상의 충전 사이클을 지원합니다. 산술적으로 계산해 보면 약 8년에서 10년 가까이 사용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10년 후의 일상까지 걱정하며 살진 않더라도, 적어도 비싼 돈을 주고 산 기기를 오래도록 곁에 둘 수 있다는 사실은 심리적인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춰줍니다.
여기에 IP57 등급의 방진 방수까지 지원하여, 가볍게 물로 씻어낼 수 있을 정도의 내구성을 확보했습니다. 아름다운 디자인에 실용적인 생명력까지 불어넣은 셈입니다.
헤드폰을 귀에 꽂은 듯한 편안함과 사운드
착용감과 음질 역시 뱅앤올룹슨의 철학이 짙게 배어 있습니다. 12mm의 대형 티타늄 드라이버를 탑재해, 소리의 밀도감이 굉장히 높고 공간감이 넓습니다. 날카롭고 자극적인 소리로 귀를 피곤하게 만드는 대신, 넉넉하고 차분하게 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튜닝되었습니다. 눈을 감고 들으면 마치 넓은 공간에서 헤드폰으로 음악을 듣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노이즈 캔슬링(ANC) 성능도 훌륭합니다. 업계 최고 수준의 제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이며, 무엇보다 ANC를 켰을 때 귀를 꽉 막는 듯한 이압이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에어팟 프로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편안한 착용감을 제공합니다. 또한, 이어버드 기둥을 터치하는 대신 귀 앞쪽을 세 번 두드려 볼륨을 조절하는 '리어 탭(Rear Tap)' 기능이나, 충전 케이스 자체를 무선 송신기로 활용해 비행기 등에서 블루투스가 없는 기기와 연결할 수 있는 유용한 기능들도 꼼꼼하게 챙겼습니다.
자, 단점이 있다면? 고음질 코덱의 부재
장점을 충분히 살펴봤으니, 이제 냉정하게 단점을 짚어볼 차례입니다. 170만 원이라는 가격표를 달고도 이어버드 자체적으로 고음질 코덱(LDAC, aptX 등)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은 뼈아픈 실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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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기즈모 gizmo 제공 영상 · 09:02
기본적인 AAC와 SBC, 그리고 케이스 연결을 통한 LC3 코덱만 지원합니다. 물론 뱅앤올룹슨 특유의 튜닝 실력 덕분에 체감되는 음질 자체는 매우 훌륭하지만, 스펙 시트에 적힌 숫자 하나하나에 민감한 오디오 마니아들에게는 결코 납득하기 어려운 원가 절감 혹은 기술적 타협으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가성비나 스펙의 극한을 추구하는 분들에게는 이 제품을 추천하기 어려운 결정적 이유입니다.
결론: 누구를 위한 170만 원인가
정리해 보겠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스펙 시트의 숫자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지불한 금액만큼의 타협 없는 최신 오디오 기술을 원한다면 이 제품은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가격 대비 성능이라는 잣대로 들이대면 이 제품은 한없이 불친절합니다.
하지만, 2년마다 이어폰을 갈아치우는 소모적인 사이클에 지쳤다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귀에 꽂았을 때 나를 빛나게 해주는 우아한 디자인, 장시간 착용해도 피로하지 않은 편안한 소리, 그리고 무엇보다 10년 동안 내 곁에서 가치를 유지해 줄 수 있는 신뢰감을 원하신다면 베오 그레이스는 그 무자비한 가격을 기꺼이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전자기기가 아닌, 오랫동안 함께할 명품 액세서리를 들인다는 마음으로 접근해 보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여러분의 사랑을 먹고사는 기즈모였습니다. 감사합니다.
FAQ
베오 그레이스의 배터리 수명은 일반 무선 이어폰과 어떻게 다른가요?
일반적인 무선 이어폰은 약 500회의 충전 사이클을 지원하여 2~3년 정도 사용하면 배터리 수명이 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베오 그레이스는 2,000회 이상의 충전 사이클을 지원하여 산술적으로 약 8년에서 10년 가까이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내구성을 갖췄습니다.
가격이 170만 원대인데, 그에 걸맞은 고음질 코덱을 지원하나요?
아쉽게도 이어버드 자체적으로는 LDAC이나 aptX 같은 고음질 코덱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AAC와 SBC, 그리고 충전 케이스를 통한 LC3 코덱만을 지원합니다. 음질 튜닝 자체는 훌륭하지만, 스펙을 중시하는 분들에게는 아쉬운 부분입니다.
착용감과 노이즈 캔슬링(ANC) 성능은 어떤가요?
이압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기술이 적용되어 ANC를 켠 상태에서도 귀가 먹먹해지는 현상이 거의 없습니다. 에어팟 프로에 견줄 만큼 착용감이 매우 편안하며, 노이즈 캔슬링 성능 역시 업계 최상위권에 근접하는 훌륭한 수준을 보여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