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AI 분야를 중심으로 수천억 원대의 투자와 조 단위 M&A 뉴스가 쏟아지면서, 대다수의 창업자들이 심각한 상대적 박탈감을 겪고 있습니다.
- 이러한 현상은 패러다임 전환기에 발생하는 자본 집중 현상과 거시적 인플레이션이 맞물려 만든 '스타트업 인스타 효과'일 뿐, 특정 기술의 과열이 영원한 가치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 마라톤 초반에 남을 따라 오버페이스를 하면 완주할 수 없듯, 타인의 투자 규모에 흔들리지 않고 자사만의 마일스톤과 내실을 다지는 것이 핵심입니다.

안녕하세요. 데모데이 김범수입니다.
최근 미국과 한국 스타트업 업계를 보면, 특정 AI 회사가 수천억 원을 투자받았다거나 조 단위로 인수합병(M&A)되었다는 뉴스가 매일같이 쏟아집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런 천문학적 숫자 앞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뉴스에 휩쓸려 여러분의 사업 페이스를 잃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합니다. 제가 생각할 때는 지금의 현상을 스타트업계의 '인스타 효과'로 정확히 직시하고, 본연의 내실에 집중하는 지적 정직성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 세상의 돈이 다 어디 있길래 저 회사는 3,000억을 받고 나는 3억 받기도 어려운지, 그 구조적 이유와 우리가 취해야 할 현실적인 태도를 짚어보겠습니다.
천문학적 투자가 쏟아지는 현재의 펀딩 생태계
지금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VC) 업계 전반에는 부익부 빈익빈 경향이 매우매우 심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코딩 AI 서비스인 커서(Cursor)를 일론 머스크의 xAI가 600억 달러(약 80조 원) 규모로 인수한다는 소문이 시장을 휩쓸었고, 실리콘밸리의 대형 VC인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는 약 150억 달러(약 20조 원) 규모의 신규 펀드를 조성했습니다.
이게 어떤 의미냐 하면은, AI처럼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받는 분야에는 돈이 너무 많이 몰려서 창업자가 투자자를 골라야 하는 행복한 고민을 하는 반면, 테마를 타지 못한 건실한 회사들은 펀딩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뜻입니다. 5년 전 같으면 충분히 투자를 받을 만한 내실 있는 회사들도 현재 시장에서는 원하는 만큼 펀딩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자본이 상위 0.1%의 핫한 섹터로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가는 현상이 한국과 실리콘밸리를 가리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왜 내 펀딩만 어려울까: 스타트업계의 '인스타 효과'
0.1%의 자금 쏠림 현상 속에 속해 있다면 축하할 일이지만, 문제는 나머지 99.9%의 평범한 창업자들입니다. 저쪽은 5,000억, 1조 원이 들어가는데 나는 왜 10억 모으기도 어려운지 자책하게 됩니다.
실내에서 회색 셔츠를 입은 중년 남성이 종이를 들고 앉아 인터뷰하는 모습
이는 일종의 '인스타 효과(Instagram Effect)'와 똑같습니다. 내 현실은 외롭고 괴로운데, 인스타그램 속 남들은 매일 럭셔리한 해외여행을 다니며 고민 없이 사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 말입니다. 매일 쏟아지는 대규모 M&A와 펀딩 뉴스는 창업자들에게 심리적 박탈감을 안겨줍니다. VC인 저조차도 특정 펀드가 1년에 굴러갈 전체 벤처 자금의 수십 퍼센트를 단숨에 모았다는 뉴스를 보면 허탈함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이러한 극단적인 자본의 격차는 어제오늘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시스템과 스타트업 생태계에 늘 존재해 왔던 상수라는 점입니다.
착시를 일으키는 두 가지 구조적 원인
그렇다면 왜 지금 유독 이 격차가 더 크고 가시적으로 느껴질까요? 첫 번째로, AI라는 거대한 패러다임 시프트가 진행 중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AI가 과거 인터넷이나 모바일 혁명보다 훨씬 더 큰 부를 창출할 것이라 믿고 있기 때문에, 자본주의의 속성상 권력과 자금이 한쪽으로 폭발적으로 집중되고 있는 것입니다.
흰 벽에 'KOREA STARTUP VENTURE CAMPUS'라는 글자가 붙어 있고, 그 앞에 중년 남성이 앉아 이야기하고
두 번째는 거시적인 인플레이션 효과입니다. 지난 10년간 한국과 실리콘밸리 모두 엄청난 인플레이션을 겪었습니다. 지금 뉴스에 나오는 '1,000억 원 펀딩'이라는 숫자는 10년 전의 1,000억 원과는 그 무게와 가치가 다릅니다. 과거 기준으로 환산하면 200억 원 수준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펀딩 규모의 명목 숫자가 커진 것뿐인데, 이 숫자들이 미디어를 통해 연일 보도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더 큰 박탈감을 유발하는 착시가 발생합니다.
뜨거운 여름은 영원하지 않다
제가 실리콘밸리에서 26년간 VC 업계에 몸담으며 세 번의 거대한 패러다임 시프트를 지켜본 결과, 가장 핫한 시기의 밸류에이션이 영원히 지속되는 경우는 절대 없습니다. 지금 당장 화성에 갈 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제 우주선이 도착하는 데는 수많은 난관이 따릅니다.
스타트업 캠퍼스 로고가 적힌 벽 앞에 앉아 있는 중년 남성
최근 실리콘밸리를 뜨겁게 달궜던 특정 AI 엔지니어링 자동화 도구의 사례를 보십시오. 개인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는 탁월했지만, 보안과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기업용(B2B) 커머셜 서비스로 안착하는 데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 완벽해 보이고 반짝거리는 기술이 5년, 10년 뒤에도 동일한 가치를 지닐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스타트업 생태계는 계절과 같습니다. 영원할 것 같던 뜨거운 여름도 어느새 선선한 가을과 혹독한 겨울로 바뀌고, 추워 죽을 것 같던 겨울도 결국 따뜻한 봄을 맞이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외부의 업다운에 과하게 흥분하거나 지나치게 실망할 필요가 없습니다.
마라톤 초반의 오버페이스를 경계하십시오
결국 창업자가 취해야 할 태도는 명확합니다. 타인의 천문학적 펀딩 뉴스에 감정적으로 흔들려 자사의 경영 페이스를 잃어서는 안 됩니다. 풀코스 마라톤을 뛸 때 초보자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초반 오버페이스입니다. 출발선에서 아드레날린이 솟구치고 옆 사람들이 나를 앞질러 갈 때, '나만 꼴찌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자신의 연습 속도를 무시하고 남을 따라 뛰면 결국 완주하지 못합니다.
흰 벽을 배경으로 의자에 앉아 손짓하며 이야기하는 중년 남성
스타트업 경영도 마라톤과 똑같습니다. 42km를 뛰어야 하는데 10km 지점에서 1등을 하고 있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남들이 앞서 나가는 것 같아도, 묵묵히 내 페이스를 유지하다 보면 중간에 그들을 앞지를 수도 있고 새로운 경쟁 구도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남의 펀딩 규모에 맞춘 맹목적인 외형 확장이 아니라, 세상이 필요로 하는 문제를 해결하며 탄탄한 마일스톤을 쌓아가는 내실입니다. 쏟아지는 뉴스 속 '인스타 효과'에 눈을 돌리기보다, 여러분만의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현실적인 트랙션을 만들어 나가는 데 집중하시기 바랍니다.
FAQ
최근 스타트업 투자 시장의 양극화가 유독 심해진 이유는 무엇인가요?
AI라는 거대한 패러다임 시프트로 인해 미래 성장성이 높은 특정 분야로 자본이 극단적으로 집중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지난 10년간 누적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펀딩 금액의 명목 숫자가 커지면서 격차가 더욱 과장되어 보이는 착시 효과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경쟁사나 다른 스타트업의 천문학적 펀딩 뉴스를 볼 때 창업자는 어떤 마인드를 가져야 하나요?
이를 소셜 미디어의 남들 삶이 완벽해 보이는 '스타트업 인스타 효과'로 인지해야 합니다. 남들의 속도에 조급함을 느껴 오버페이스를 하기보다는, 자사가 해결하고자 하는 본질적인 문제와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 핫한 AI 기술 분야의 높은 기업가치는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까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기술적 잠재력이 뛰어나더라도 기업용(B2B) 상용화나 실제 수익 창출 단계에서는 예상치 못한 리스크와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장은 계절처럼 순환하므로 현재의 과열이 영원한 가치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