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nel_banner
  • 실리콘밸리에서도 M&A가 가장 흔한 엑시트 수단이지만, 처음부터 M&A를 목표로 회사를 설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 인수자의 상황은 계속 변하기 때문에, 특정 기업에 매각하려는 계획은 움직이는 과녁을 맞히려는 것과 같습니다.
  • 성공적인 M&A는 창업자가 팔려고 할 때가 아니라, IPO를 목표로 탄탄한 펀더멘털을 구축했을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물입니다.

{img}

안녕하세요 데모데이 김범수입니다.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VC에게 피칭을 할 때, 엑시트(Exit) 전략으로 "M&A도 가능하다"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M&A를 회사의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경영하는 것은 절대 추천하지 않습니다. M&A는 창업자가 원해서 계획대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결과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늘 글에서는 왜 M&A를 목표로 경영하는 것이 위험한지, 그리고 진짜 성공적인 엑시트를 위해 창업자는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하는지 제 생각을 공유해 보겠습니다.

실리콘밸리 엑시트의 현실과 M&A의 함정

한국은 코스닥 상장(IPO)을 통한 엑시트가 압도적으로 많지만, 미국 실리콘밸리의 현실은 다릅니다. 미국 VC들의 10년 치 엑시트 통계를 보면, IPO가 M&A보다 많았던 해는 고작 1~2년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8~9년은 크고 작은 M&A를 통해 훨씬 더 많은 엑시트가 일어납니다.


{img}

[출처] 데모데이(DemodaySV) 제공 영상 · 01:44


그렇기 때문에 미국식 모델을 참고하여 "우리도 특정 기업에 회사를 매각하겠다"고 생각하는 창업자분들이 계십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착각이 발생합니다. 통계적으로 M&A가 흔하게 일어난다는 사실과, 'M&A를 목표로 사업 모델을 세팅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대부분의 창업자가 피칭 때 말하는 M&A 계획은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결여된, 매우 추상적인 희망 사항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첫 번째 이유: 움직이는 과녁을 쫓지 마라

제가 2003년 실리콘밸리에 와서 주니어 VC로 일하던 시절, 노스웨스트 벤처 파트너스(Norwest Venture Partners)의 매튜 워드(Matthew Ward)라는 파트너가 패널 토론에서 했던 말이 있습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제가 워드 바이 워드로 기억할 만큼 뼈 때리는 통찰이었습니다. 그가 남긴 첫 번째 조언은 이렇습니다. "IPO가 가능한 회사는 전부 M&A가 가능하지만, M&A가 가능한 회사가 모두 IPO가 가능하지는 않다."


{img}

[출처] 데모데이(DemodaySV) 제공 영상 · 04:17


이게 왜 그러냐 하면은, M&A를 목표로 경영하는 것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타겟'을 쫓아다니는 일과 똑같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엔비디아(Nvidia)가 사줄 만한 비즈니스를 하겠다"고 방향을 잡았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막상 엑시트를 해야 하는 6~7년 뒤에는 엔비디아의 전략이 바뀌었거나, 시장 상황이 달라져서 그들이 우리를 원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때 가서 엔비디아가 안 사주면 어떻게 할 건가요? IPO를 할 수 있는 자격 요건(매출, 이익, 펀더멘털)도 갖춰두지 않았다면, 회사는 갈 곳을 잃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는 반드시 'IPO를 향해서 간다'고 생각하고 경영하는 것만이 유일한 정답입니다.

두 번째 이유: 회사는 파는 것이 아니라 '사 주는' 것이다

매튜 워드의 두 번째 통찰은 "Companies are bought, not sold (회사는 누군가가 사주는 것이지, 파는 것이 아니다)"라는 명제입니다.


{img}

[출처] 데모데이(DemodaySV) 제공 영상 · 06:21

이게 어떤 의미냐 하면은, M&A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바이어(인수자)가 필요에 의해 와서 사고 싶을 때 성사된다는 뜻입니다. 창업자가 "나 이제 엑시트 하고 싶으니 제발 좀 사주세요"라고 해서 훌륭한 가치를 인정받고 매각되는 경우는 진짜로 거의 없습니다.

영상에서도 언급한 구글 TPU 개발자 출신들이 만든 AI 반도체 회사 그록(Groq)의 사례를 생각해 봅시다. 특정 대기업에 인수되는 딜이 성사될 때, 과연 그 창업자가 처음 펀딩을 받을 때부터 "우리는 무조건 이 회사에 넘길 거야"라고 계획했을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자신들의 기술과 펀더멘털을 묵묵히 빌드업했고, 마침 바이어가 그 기술을 필요로 하는 타이밍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딜이 성사되는 것입니다. 바이어의 니즈와 타이밍을 3년, 5년 전에 미리 예측해서 그 방향으로만 회사를 끌고 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M&A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그렇다면 M&A를 아예 생각조차 하지 말아야 할까요? 제가 생각할 때는 그것도 아닙니다. 창업자로서 M&A를 대하는 올바른 태도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입니다.

"우리는 무조건 상장만 할 거고, M&A는 죽어도 안 합니다"라고 고집 부릴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VC에게 피칭할 때 "M&A를 통해 엑시트 하겠습니다"라고 막연하게 말하는 대신, 이렇게 접근해야 합니다. "우리는 IPO가 가능한 수준의 탄탄한 펀더멘털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현재 시장 상황을 볼 때, A나 B 같은 기업들이 향후 잠재적인 바이어가 될 가능성도 열려 있습니다."

이것이 초기 스타트업 창업자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지적 정직성(Intellectual Honesty)이 높은 스탠스입니다. 바이어는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있는데 나 혼자 팔 수 있다고 착각하며 경영하는 것은 회사에 해가 될 뿐입니다.

결론: M&A는 잘 키운 회사의 긍정적인 부산물이다

정리하겠습니다. M&A는 창업자가 처음부터 쫓아가야 할 목표가 아닙니다. 그것은 액셔너블(Actionable)한 계획이 될 수 없습니다.


{img}

[출처] 데모데이(DemodaySV) 제공 영상 · 09:58


여러분이 집중해야 할 유일한 길은 주식 시장에 상장할 수 있을 만큼 매출과 이익, 그리고 탄탄한 조직력을 갖춘 '건실한 회사'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렇게 묵묵히 마일스톤을 달성하며 회사를 키워가다 보면, 어느 순간 바이어들의 눈에 띄게 됩니다. 그때 제안을 받아보고, 지금 당장 IPO를 추진하는 것보다 이 회사와 M&A를 하는 것이 우리 팀과 주주들에게 더 낫겠다고 판단될 때 선택하는 것입니다. M&A는 훌륭한 회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운과 타이밍이 맞았을 때 주어지는 '긍정적인 부수 효과'임을 반드시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FAQ

실리콘밸리에서는 실제로 M&A를 통한 엑시트가 흔한가요?

네, 맞습니다. 미국 VC들의 10년 치 엑시트 통계를 보면 IPO보다 M&A를 통한 엑시트가 훨씬 더 많은 비중(10년 중 8~9년)을 차지할 정도로 흔하게 일어납니다.

초기부터 특정 대기업에 매각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시작하면 안 되나요?

매우 위험합니다. 엑시트 시점(통상 5~7년 후)에 그 대기업의 전략이나 시장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인수자가 원하지 않으면 엑시트 방법 자체가 사라지는 '움직이는 과녁'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창업자는 엑시트 전략을 어떻게 세워야 합니까?

기본적으로 'IPO가 가능한 건실한 회사를 만든다'는 목표를 향해 경영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좋은 조건의 M&A 제안이 오면 유연하게 검토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올바른 스탠스입니다.


원본 영상 보기

# IPO
# M&A
# 경영전략
# 기업매각
# 데모데이
# 벤처캐피탈
# 스타트업
# 실리콘밸리
# 엑시트전략
# 창업

경제 카테고리 포스트

M&A를 원한다면, M&A를 목표로 삼지 마라 - 이글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