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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로 WTI가 104달러를 돌파하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인플레이션 재점화 공포가 글로벌 채권·주식 시장을 동시에 압박했습니다.
  • 일본 PPI 4.9% 급등에 따른 엔캐리 청산 우려, 미중 정상회담 '노딜' 실망감까지 더해지며 나스닥(-1.16%)보다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 2000(-2.3%)이 더 크게 빠지는 금리 민감형 하락 패턴이 나타났습니다.
  • 그러나 키옥시아 순이익 전분기 대비 364% 급증 등 AI·반도체 실적이 견조하게 받쳐주면서 하락 시마다 저가 매수가 유입되고 있어, 시장은 '물가 공포 대 파괴적 실적'의 두 힘이 충돌하는 국면으로 봐야 한다는 판단입니다.

지금 시장이 보내는 신호는 하나로 요약됩니다. 물가 공포가 다시 살아났다. WTI 원유가 104달러를 돌파하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4.54%를 넘어서며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나스닥이 1.16% 하락한 날,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 2000은 2.3%나 빠졌습니다. 이 숫자들이 말해주는 건 단순한 조정이 아니라, 2022년을 떠올리게 하는 금리 민감형 하락 패턴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이 진짜 물가 공포의 현실화인지, 아니면 강한 실적이 버텨주는 충돌 국면인지를 차분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러셀 2000이 나스닥보다 더 빠진 이유

나스닥보다 러셀 2000이 더 크게 하락했다는 사실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러셀 2000은 중소형주로 구성된 지수인데, 중소형 기업들은 대형 빅테크에 비해 외부 자금 조달 의존도가 높습니다. 금리가 올라가면 돈 빌리기가 어려워지고, 그 부담이 직접적으로 실적과 생존에 영향을 미치죠. 그래서 금리 상승 공포가 클수록 러셀 2000이 먼저, 더 크게 반응합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상승세를 보여주는 뉴스 차트와 이를 설명하는 전문가의 토크 장면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상승세를 보여주는 뉴스 차트와 이를 설명하는 전문가의 토크 장면


오늘 러셀 2000의 2.3% 하락은 시장이 단순히 '유가가 올랐네'가 아니라 '이 물가가 금리를 더 오래 높게 유지시킬 수 있다'는 쪽으로 베팅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채권 시장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났습니다. 물가가 장기간 높게 유지될 거라는 우려가 커지면, 고정 이자를 주는 채권의 매력이 떨어지고 투자자들은 채권을 팝니다. 채권이 팔리면 채권 가격은 내려가고, 채권 금리는 올라갑니다. 주식 입장에서는 미래 현금 흐름의 할인율이 커지는 셈이니 주가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2022년에 우리가 경험했던 바로 그 메커니즘입니다.

물가 공포를 키운 세 가지 동시 압력

이번 하락을 단순히 유가 하나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세 가지 압력이 동시에 작동했습니다.

첫째,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와 유가 급등. WTI가 104달러, 브렌트유가 109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이란과의 갈등이 단기 종전 기대를 계속 꺾으면서 유가 고공 행진이 장기화될 거라는 베팅이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유가가 오르면 에너지 비용이 올라가고, 그게 전반적인 물가를 끌어올리는 구조입니다.

둘째, 미중 정상회담 '노딜' 실망감. 시장은 미중 정상회담에서 이란 전쟁에 대한 어떤 해결 실마리라도 나오길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양측 모두 전쟁 종식을 원한다고 했지만, 실질적으로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선물 상자를 열었더니 빈껍데기였던 셈이죠.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면서 채권 금리와 주가 모두 부정적으로 반응했습니다.


트럼프와 시진핑의 대만 관련 대담 내용을 다룬 뉴스 기사 화면과 이를 설명하는 출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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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글로벌 채권 금리의 동반 급등.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영국에서는 총선 결과로 좌파 성향의 새 총리가 유력해지면서 재정 지출 확대 우려가 커졌고, 영국 국채 금리가 급등했습니다. 일본에서는 4월 PPI(생산자물가지수)가 전년 대비 4.9% 상승하면서 일본은행이 더 이상 초저금리를 고수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퍼졌습니다.

엔캐리 청산, 왜 전 세계 자산에 영향을 미치나

일본 금리 이야기는 단순히 일본 채권 금리 상승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여기서 엔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 문제가 등장합니다. 엔캐리 트레이드란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거나 수익률이 좋은 다른 나라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입니다. 일본 금리가 낮을수록 이 전략이 유리하죠.


글로벌 채권시장 약세 요인을 정리한 텍스트 슬라이드와 발표자 토크 장면

글로벌 채권시장 약세 요인을 정리한 텍스트 슬라이드와 발표자 토크 장면


그런데 일본 물가가 뛰면서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지면, 엔화 가치가 강해집니다. 엔화가 강해지면 엔화로 빌린 돈을 갚는 비용이 커지고, 투자자들은 전 세계에 뿌려놓은 자산을 팔아서 엔화를 갚으려 합니다. 이게 바로 엔캐리 청산입니다. 작년 8월에 전 세계 시장이 동시에 흔들렸던 것도 이 엔캐리 청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일본 PPI 급등이 그 공포를 다시 소환하고 있는 겁니다.

그럼에도 시장이 폭락하지 않는 이유: 파괴적 실적

물가 공포가 이 정도면 2022년처럼 주가가 폭락해야 할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그 이유가 실적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키옥시아 광고 이미지와 이를 설명하는 남성 출연자의 토크 장면

키옥시아 광고 이미지와 이를 설명하는 남성 출연자의 토크 장면


키옥시아(Kioxia)의 최근 실적을 보면 이해가 됩니다. 낸드 플래시 메모리를 만드는 이 회사의 매출액은 전분기 대비 84% 증가했고, 순이익은 전분기 대비 364% 증가했습니다. 가이던스도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100% 이상 성장할 거라고 제시했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영업이익 2,700%, 순이익 4,600% 상승을 예고했습니다. 숫자가 너무 커서 말이 되는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낸드 업계에서 SK하이닉스보다 한 티어 아래로 평가받는 키옥시아도 이 정도라면, 업황 자체가 매우 좋다는 증거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실적이 받쳐주다 보니,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저가 매수 물량이 들어옵니다. 얼마 전 CPI 발표 후 폭락했을 때도 필라델피아 반도체 3배 ETF에 역대급 매수 물량이 유입됐습니다. 물가 공포로 인한 매도 압력과, 실적에 근거한 저가 매수 수요가 계속 충돌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을 '본격적인 하락 추세'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빌 애크먼: 소외된 빅테크의 재발견

오늘 반도체주가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히려 상승했습니다. 헤지펀드 퍼싱 스퀘어(Pershing Square)의 빌 애크먼(Bill Ackman)이 마이크로소프트를 신규 편입했다고 직접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포워드 PER이 약 21배 수준으로 시장 평균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역사적 멀티플에 비해서는 현저히 낮다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오픈AI가 상장할 경우 1조 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이는데, 주요 주주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지분 가치가 현재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다른 빅테크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이유는 두 가지 정도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는 구글·아마존이 앤트로픽(Anthropic)의 덕을 크게 본 반면, 마이크로소프트가 기대를 걸었던 오픈AI가 최근 상대적으로 부진했다는 점입니다. 다른 하나는 마이크로소프트가 AI 기능을 기존 Microsoft 365에 묶어서 기업 고객에게 팔려는 전략이 실적 발표에서 보면 아직 잘 안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빌 애크먼은 단타 스타일이 아니라 한번 보유하면 오래 가져가고 집중 투자를 하는 스타일이라, 이번 편입은 나름 의미 있는 신호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알파벳의 엔화 채권 발행: AI 투자 경쟁의 민낯

알파벳(Alphabet)이 외국 기업 사상 최대 규모의 엔화 채권을 발행했습니다. 한국 돈으로 약 50~60조 원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2026년 연간 캐펙스(CapEx, 자본지출) 가이던스를 상향했는데, 영업 현금 흐름만으로는 그 규모를 감당할 수 없으니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겁니다. 일본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다 보니 엔화 채권으로 빌리면 이자 부담이 적다는 계산도 있습니다.


알파벳의 엔화 채권 발행과 AI 투자 전략을 분석하는 토크 장면

알파벳의 엔화 채권 발행과 AI 투자 전략을 분석하는 토크 장면


지난 15개월 사이 알파벳은 다양한 통화로 자금을 조달해 왔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빅테크들이 채권 발행을 통해 AI 캐펙스를 충당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다행히 시장이 이런 채권 발행에 크게 발작하지 않고 있어서, 당분간은 이 방식이 계속될 것 같습니다. 다만 일본 금리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하면 엔화 채권 조달 비용도 올라간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할 부분입니다.

지금 시장을 어떻게 볼 것인가: 두 힘의 충돌

결국 지금 시장은 물가 공포와 파괴적 실적 사이의 싸움이라고 보는 게 가장 정확한 것 같습니다. UBS의 케빈 워시는 공급 쇼크로 인한 물가에 대해서는 연준이 그냥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코멘트를 남겼고, 올스프링(Allspring)에서는 금리 인하는 하겠지만 시기가 밀릴 것이고 유가 쇼크는 연준이 일시적으로 볼 것 같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전문가들의 예측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시장 전체가 '이건 2022년의 재현이다'라고 단정하지는 않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저는 고점과 저점을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없습니다. 솔직히 모르겠다고 말하는 게 가장 정직한 답입니다. 다만 지금처럼 물가 공포가 재점화되는 국면에서 레버리지를 높이거나 단기 방향에 베팅하는 건 위험 부담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주식이라는 게 언제 분명했겠습니까. 늘 모호한 거 같고요. 이 모호한 시장 속에서 관망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것, 그게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FAQ

러셀 2000이 나스닥보다 더 많이 하락하면 왜 물가 공포 신호로 해석하나요?

러셀 2000은 중소형주로 구성된 지수입니다. 중소형 기업들은 대형 기업보다 외부 차입 의존도가 높아 금리 상승에 더 취약합니다. 따라서 금리 인상 우려가 커질 때 러셀 2000이 나스닥보다 더 크게 하락하는 패턴이 나타납니다. 오늘 러셀 2000이 2.3% 하락한 반면 나스닥이 1.16% 하락에 그친 것은 시장이 물가 장기화와 금리 상승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엔캐리 청산이 왜 전 세계 자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나요?

엔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 수익률이 높은 다른 나라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입니다. 일본 금리가 오르면 엔화 가치가 강해지고, 엔화로 빌린 돈을 갚는 비용이 커집니다. 이때 투자자들이 전 세계에 투자해 놓은 자산을 팔아 엔화를 갚으려 하면서 글로벌 자산 전반에 매도 압력이 생깁니다. 작년 8월에도 이 엔캐리 청산이 전 세계 시장을 동시에 흔들었습니다.

키옥시아 실적이 좋은데 왜 메모리 ETF는 하락했나요?

키옥시아의 실적 자체는 매우 좋았지만, 메모리 관련 ETF는 최근 주가가 많이 올라 있는 상태였습니다. 실적이 좋더라도 이미 높아진 가격에 대한 부담이 크면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올 수 있습니다. 또한 오늘처럼 금리 상승 공포가 전반적인 시장을 압박하는 날에는 개별 실적과 무관하게 섹터 전체가 하락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빌 애크먼이 마이크로소프트를 매수한 근거는 무엇인가요?

빌 애크먼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포워드 PER이 약 21배로 역사적 멀티플 대비 현저히 낮고, 오픈AI 지분 가치가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주요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또한 Azure와 Microsoft 365라는 엔터프라이즈 시장의 핵심 프랜차이즈 두 개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 실적 발표 후 주가가 급락했을 때부터 매수를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지금 시장이 2022년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2022년에는 물가가 오르면서 실적도 동반 부진했기 때문에 주가가 크게 하락했습니다. 지금은 물가 공포가 재점화되고 있지만, AI·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실적이 견조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키옥시아처럼 전분기 대비 순이익이 364% 급증하는 사례도 있고,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저가 매수 물량이 유입되고 있습니다. 물가 공포와 강한 실적이 충돌하는 구조라 2022년처럼 일방적인 하락 추세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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