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환자들이 뇌경색을 떠올리면 팔다리 마비나 언어장애 같은 뚜렷한 신경학적 증상을 먼저 생각한다. 그러나 뇌의 뒤쪽에 위치한 소뇌에 혈류 장애가 발생하는 소뇌경색은 이러한 전형적인 증상 없이 시작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초기에는 어지럼증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비교적 흔한 이석증이나 전정신경염으로 오해하기 쉽고, 이로 인해 진단이 늦어질 위험이 있다.
뇌는 크게 대뇌와 소뇌로 나뉘며, 대뇌가 운동과 감각, 언어 기능을 담당하는 반면 소뇌는 귀의 전정기관과 눈, 근육·관절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종합해 몸의 균형과 자세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소뇌에 혈류 장애가 발생하면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마비가 생기지 않더라도 몸의 중심을 잡기 어려워지고, 어지럼증이 주된 증상으로 나타난다.
소뇌경색으로 인한 어지럼증은 흔히 주변이 빙글빙글 도는 회전성 어지럼보다는 몸이 한쪽으로 쏠리거나 중심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혼자 걷기 어려워 벽이나 난간을 붙잡게 되는 보행 불안정은 소뇌 기능 이상을 시사하는 중요한 신호다. 소뇌에 혈류가 차단되면 뇌가 신체의 위치 정보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게 되고, 그 결과 균형 장애와 어지럼증이 가장 먼저 나타난다. 이와 함께 물건을 잡으려 할 때 손이 빗나가거나, 손가락을 세밀하게 움직이기 어려운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러한 증상으로 응급실을 방문하더라도 급성기에는 CT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는 점이다. 소뇌와 뇌간은 뇌의 깊숙한 부위에 위치해 있고 병변의 크기가 작은 경우가 많아, 초기 CT에서는 정상으로 보일 수 있다. 따라서 CT 결과가 정상이라고 해서 뇌경색 가능성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어지럼증과 함께 위험 신호가 동반된다면 MRI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과 같은 만성질환이 있거나 부정맥 등 심장질환 병력이 있는 경우, 또는 50세 이후 처음으로 심한 어지럼증이 발생했다면 더욱 주의 깊은 평가가 필요하다. 특히 증상의 강도가 아주 심하지 않더라도 지속 시간이 길다면 뇌혈관 질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세란병원 신경과 윤승재 과장은 “소뇌경색은 팔다리 힘이 정상인 상태에서도 어지럼증만 나타날 수 있고, 초기에는 CT에서 병변이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아 진단이 지연되기 쉽다”며 “어지럼증이 짧게 나타났다 사라지는 경우보다, 30분 이상 지속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병원을 찾아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석증은 특정 자세를 취할 때 어지럼증이 나타나고 대개 1분 이내로 증상이 가라앉는 반면, 소뇌경색은 어지럼증이 지속되고 자세 불안정이나 보행장애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며 “평소 경험하지 못한 극심한 두통이 함께 나타난다면 뇌출혈 가능성도 의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 과장은 이어 “고혈압이나 당뇨병, 심장질환을 앓고 있거나 흡연자는 소뇌경색의 고위험군에 해당한다”며 “가벼운 어지럼증이라고 해서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보다, 양상이 평소와 다르거나 지속된다면 신속히 전문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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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세란병원 신경과 윤승재 과장 |
